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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 제35호

이주노동자 권리 쟁취를 위한 운동은 계속된다

2017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 정영섭

이주민 현황

2016년 12월부터 체류 이주민 숫자가 최초로 200만을 넘겼다. 2017년 10월 말 현재 체류 이주민은 2,135,049명이다. 국적별로는 중국 출신이 47.4%(1.011.237명), 베트남 7.8%(166,956명), 미국 7.1%(152,343명), 태국 5.8%(124,657명), 우즈베키스탄 2.9%(62,027명) 등의 순이다.(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10월호)
 
베트남 이주민 숫자가 2016년에 처음으로 미국보다 많아졌다. 3개월 이하 단기 체류자는 56만 명이다. 2007년에 체류 이주민이 100만 명을 넘겼는데 10년도 되기 전에 두 배가 되었고 전체 인구의 4%에 이르렀다. 이 증가세라면 2020년 초에는 300만 명이 된다. 국내 인구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노동가능 인구의 축소 등을 고려할 때 한국사회는 이주민을 계속 필요로 할 것이며 그에 따른 제반의 인권, 노동권 보장 정책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중 이주노동자는 몇 명일까? 취업비자를 가진 이들이 57만 명, 초과 체류를 하면서 각종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등록 체류자가 24만 명, 결혼이주민 15만 명과 혼인 귀화자 12만 명 중 일부, 유학생 13만 여 명 중 일부,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40만 명과 영주권자 9만 명 중 일부 등이 임금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점을 봤을 때, 국내 이주노동자는 대략 100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주해서 살아가는 주된 동기가 노동을 통한 더 나은 삶의 개척이므로 이런 추정은 과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 권리 개선은 전체 이주민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죽어가는 무권리의 이주노동자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동남아 서남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들과 방문취업제로 온 중국동포 노동자들이다. 취업비자를 가진 57만 중에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은 28만, 방문취업제 노동자들은 23만 명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진단할 것이다.
 
2017년 한 해에는 죽어간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산업재해, 제도적 문제에 따른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사건 등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5월 12일 경상북도 군위군의 한 돼지 농장에서 정화조 청소를 하다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사망한 네팔 출신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이 사회적으로 부각됐었다. 아무 안전 장비도 없이 방치된 채,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만 뼈 빠지게 일하다 죽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불과 보름 후인 5월 27일에는 경기도 여주 돼지농장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중국, 태국 이주노동자 두 명이 또 죽었다. 날씨가 더워져 쌓여 있는 분뇨에서 황화수소, 암모니아 같은 유해가스가 발생해도 최소한의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일하다 스러져간 사례는 건설 현장과 제조업 공장, 농어촌 등 수많은 노동현장에 즐비하다. 내국인보다 6배나 높은 산재 발생률을 감내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태가 이를 방증한다.
 
 
돼지농장에서 일하다 죽은 동생의 억울함을 풀고자 형이 싸웠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의 노력으로 입국한 그는 사업주와 노동청을 대상으로 동생의 죽음에 문제제기했다. 8월 20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도 참석해 동생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나섰다. '셜록'의 김여란 기자는 이 사건을 추적해 한국과 네팔에서 형의 여정을 기록하는 “돼지 똥물에서 죽은 동생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6351/episodes?)을 통해 “오늘 삼겹살 한 점을 먹는 당신이 모르는, 돼지 똥물 속에서 죽어간 청년들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 알렸다. 그러자 안전보건공단이 뒤늦게 축산농가 질식재해 예방 자료를 13개 언어로 번역해 배포했다.
 
돼지농장 사망사건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죽음이 발생했다. 8월 7일 충청북도 충주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스물일곱 살 네팔노동자 케샤브 슈레스타 씨가 공장기숙사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했다. 유서에서 그는 "건강이 나쁘고 잠도 오지 않고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데, 다른 공장으로 가고 싶어도 회사가 허락해 주지 않고 네팔에 가서 치료받고 싶어도 안 된다"는 절망을 토로했다. 이 사건 직후 경기도 화성의 돼지농장에서 자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유서는 없었지만 동료 노동자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사업장 변경이 되지 않아 괴로워했다고 한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주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길 수 없는 강제노동과도 같은 현실이 이제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노동자를 속박하는 제도와 고립된 이주노동의 문제이므로 반드시 실태를 파악하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이주노동자 자살이 계속 보고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십여 년 째 비판받고 있는 고용허가제 폐지가 우선이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을 제한해 이주노동자들을 노예 상태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마땅히 이주노동자가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도 필요하다.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주노동자 대상 차별도 사라져야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는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등에서 청와대 앞 기자회견, 이주노동자 집회, 국회 앞, 전국 노동청 1인 시위 등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의 세력화, 주체화를 위해 노동조합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미등록 여성노동자의 죽음

50여 일 전인 11월 1일. 또 하나의 비극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미등록 여성 이주노동자’가 처한 위태로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태국 여성노동자 추티마 씨가 직장 동료인 한국인 남성에게 살해된 것이다. 10년 동안 어느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한 추티마 씨는 “단속이 있으니 피해야 한다”는 가해자의 말을 믿고 따라 갔고, 가해자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가 살해당했다.
 
 
체류 비자가 없는 미등록 노동자는 추방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당하더라도 신고하기를 꺼리므로 범죄피해에 노출되기 쉽고, 여성은 더욱이 끔찍한 성폭행에 취약하다. 경기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 따르면 특히 여성이주노동자가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성폭력 당하거나 목격한 비율이 15퍼센트에 달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사에서는 12퍼센트의 이주 여성들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업주가 맘대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기숙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사업주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구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이주 인권 단체들의 공통된 요구다.
 
미등록 노동자들은 항상 단속추방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간다. 매년 단속 과정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도 빈번하다. 고용허가제 같은 제도적 모순이 미등록 노동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선 개선할 수 없는 문제다. 나쁜 제도를 그대로 두고, 강제 단속추방만 강화하는 것은 인권 침해를 확대하고 죽음을 늘릴 뿐이다. 진정한 호혜의 원리로 이주민들을 수용하려면, 이주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미등록 노동자가 발생하는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미등록 노동자들이 체류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2017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이주노동자대회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부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오로지 출신 국가의 경제적 부를 척도로 작동하는 제도적 인종주의, 그로 인한 각종 차별적 강제적 법·제도가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이주와 난민 문제는 공통의 이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빈부 양극화, 불평등, 실업과 빈곤, 분쟁 등이 살기 위해 목숨을 건 이동을 감행하는 이주의 물결을 확대하고 있다. 우익 포퓰리즘은 외국인 혐오, 반이민 정책, 국경강화 등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며 정치의 실패를 외부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전환시켜 분열과 갈등을 만들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인간이자 노동자로서의 평등한 권리를 고리로 이주노동자와 연대의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고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년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1990년 UN 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구성원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UN이주노동자협약)”이 통과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주노동자의 생일이자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행동의 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이 날을 전후하여 많은 행사들이 개최되어왔다. 올해는 서울과 대구, 부산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인권과 노동권을!”이라는 공통의 슬로건으로 지난 12월 17일(일)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과 이주노조를 비롯한 노조들과 각 지역의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등 200여 명이 모였다. 함께 힘을 모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열린 이 자리에 국내의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도 함께 했다. 추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우렁찬 함성이 도심 한복판을 가득채운 자리였다.
 
지난겨울 박근혜 퇴진 촛불의 물결에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한 열성적 조합원은 스물세차례 모든 촛불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 사회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같은 구성원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촛불 이후 사회 저변의 변화, 민중의 권리 증진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마땅히 해당된다. 이주노동자 권리 쟁취를 위한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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