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2015/08 제7호
10년 만의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 2jeng 2jeng!
지난 6월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13명 중 12명의 다수 의견으로, 노동부의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건에 대한 소송에서 노동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읽어내려 가자 모여 있던 이주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그동안 쌓인 설움과 울분이 눈물로 터져 나왔다. 이주노조에서 4년간 일하며 고락을 함께 나눴던 나도 울컥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2003~04년 명동성당 농성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주노조가 겪어온 그 모진 세월의 장면이 사무치게 떠올랐다. 특히 출입국관리소에 잡혀 강제추방 되거나 본국으로 돌아간 동지들(아느와르, 샤말, 비두, 꼬빌, 버즈라, 깨비, 헉, 까지만, 라주, 마숨, 토르너, 소부르, 나렌드라, 선집, 미셸 등등)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 성과는 추방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투쟁해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돌려져야 할 것이다. 그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드린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그러한 근로자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노조결성권이 있다는 것. 대법원은 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을 8년이 지나서야 내렸다. 2005년 5월에 노동부에 설립 신고를 제출한 것을 기준으로 따지면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법원이 정치적 눈치보기를 하며 시간을 끄는 동안 출입국관리소는 ‘표적단속’의 칼날을 휘둘러 이주노조 주요 간부들을 추방해 아예 노조 씨말리기를 해 왔다. 참 모질고 비열한 작태였으나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2008년 5월 2일 저녁 출입국 단속반원들에게 제압당한 내 눈 앞에서 토르너 위원장이 끌려가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동지들은 본국에서 노동운동이나 이주노동자 관련 운동을 계속 하고,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도 한다. 캐나다, 홍콩, 영국, 호주 등에서 다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늘 한국의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다. 이번에도 판결 결과를 페이스북에 올리니 많은 댓글이 이어졌다. ‘축하한다’, ‘이주노조와 민주노총, 모든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의 성과다’, ‘Congratulations dongji long live MTU. 2jeng 2jeng!(동지들 축하합니다. 이주노조 영원하라. 투쟁 투쟁!)’ 등등.
그런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즉각 설립신고 필증을 발급해야 할 노동부가 이주노조의 규약이 노조법에서 금하는 정치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억지를 부리며 보완요구를 해왔다. 이주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즉각 이에 항의하여 기자회견을 하고 항의면담을 하였다. 이 글이 나갈 때쯤에는 설립필증이 발부되어 있으리라 희망한다.
합법 이주노조는 앞으로 조합원 활동 활성화와 노조 조직화를 확대하고 단체교섭 등을 준비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주노동자가 조합원으로 있는 금속노조, 건설노조와 같은 산별노조, 성서공단노조 등 지역 노조들의 노력도 함께 필요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는 나의 다짐이 빛바래지 않게, 이주노동자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힘을 보태고자 한다. dongjideul, 2jeng 2jeng!(동지들, 투쟁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