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17/11 제34호
지배자들이 만든 전쟁위기, 노동자들의 ‘평화연대’로 맞서자
트럼프 아시아 순방의 의미와 평화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
↵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있었다. 이번 순방이 향후 한반도와 아시아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변해가는 정세에서 평화운동은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까? 그 의미와 방향을 짚어보자.
그렇다면 ‘레드라인’은 얼마나 가까워졌나? 북한의 핵무장 수준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북한은 핵탄두 60여 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전배치를 위해서는 3가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핵탄두 소형화·대륙간탄도미사일(ICBM)·대기권 재진입이 그것이다.
핵탄도 소형화 능력은 4-6차 핵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월 화성-14호 발사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확보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가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한 북한 관리가 CNN에 “미국 본토 동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달성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아직 실험되지 않았다.
이에 비춰보았을 때,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위협임은 분명하나 아직 그 능력이 불완전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많지는 않다. 10월 19일 폼페이오 미 CIA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 능력 완성 시점이 5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발전 속도라면 북한의 탄두 재진입 실험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한반도에는 더 큰 군사적 긴장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무기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특수정찰기, F-35A 스텔스 전투기, SM-3 미사일에 핵잠수함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 비용은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핵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순환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9일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원산시 앞 300킬로미터 해상까지 무력시위를 해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앞으론 유사한 상황이 더욱 자주 반복될 것이란 소리다.
양국 정상은 한국의 미사일탄두중량 제한 해제도 약속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향후 전시 작전권 환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전시 작전권 환수가 ‘자주적인 주권 되찾기’로 포장된 바 있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강화시킬 따름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내걸었다. 중국의 커져가는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해 유럽-중동보다는 아시아로 세계 전략의 초점을 이동하는 내용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새 아시아 전략을 발표했다. 이른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의 유대를 강화하여 ‘일대일로’(육상·해상 교통로 건설을 통해 중국과 유라시아를 포괄하는 새로운 경제권을 건설하는 걸 목표로 하는 중국의 외교 및 경제 헤게모니 전략)를 내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을 공식화하는 데에 가장 공을 들인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단기적으론 북한이 위협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위협’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미 ‘인도-태평양 전략’은 현실화되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미국-인도 간 연례 해상 연합훈련인 ‘말라바르’에 올해부터 일본 해상자위대가 공식 참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 사설은 ‘중국이 일부 국가들이 연합해서 대적해야 할 만한 이유를 제공한 적이 없다’며 반발했다.
한국 사회운동의 명실상부한 최대의 대중조직,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노동조합운동은 전쟁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일본에서 전후 미-일 군사동맹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들의 폭넓은 ‘혐전嫌戰 정서’를 ‘반전평화 운동’으로 고양시킨 것이 누구였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라는 계급적·진보적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친 노동운동이었다. 냉전 시기 베트남 전쟁 반대 여론을 만들고 80년대 미국과 소련의 끝을 모르는 핵무기 경쟁에 제동을 건 것도 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노동조합들이었다.
물론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통일위원회를 통해 각종 정세 대응부터 평화·통일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실상 많은 사업에서 몇몇 정파들의 입장이 반영됐을 뿐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자인 미국의 군사 연습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수위를 높여가는 군사 갈등’이라는 객관적 현실에 대해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양 국가 지도자들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를 외치는 것이 민주노총이 추구해온 평화와 민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민주노총의 평화운동이 더 큰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도 된다.
더불어 군사 갈등의 심화를 막기 위한 한·미·일 노동조합 간 연대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한·미·일 노동자가 ‘반전·반핵·평화’ 동맹을 통해 전쟁 위험성과 핵무기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세 나라 정부의 군비 증강 레이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각국에서 반전·평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정부 지도자들은 전쟁 갈등을 조성하는 데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조합원의 참여 확대를 위한 교육과 선전 활동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 남·북 교류 위주의 통일위원회를 ‘반전·평화·통일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국제연대 사업과 더불어 유기적인 운영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투쟁과 연대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쟁취해왔다. 이번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시기 평화운동의 역사와 경험을 묻히게 해선 안 된다.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조가 앞장 서서 전쟁 위기를 멈출 지지와 연대를 확산할 때다. 트럼프가 주도한 세계 지도자들의 전쟁과 갈등을 위한 연대가 아닌,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를 만들자. ●
‘한반도 위기설’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언제나 무력을 쓸 준비가 되어있다는 트럼프의 호언장담과 선제공격 연습. 수개월에 걸친 공방 속에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있었다. 이번 순방이 향후 한반도와 아시아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변해가는 정세에서 평화운동은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까? 그 의미와 방향을 짚어보자.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것인가
트럼프 취임 전 미국 외교가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레드라인’을 제시했었다. 핵탄두의 대기권 재돌입 운반체 실험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전까지 협상으로 실험을 유예시키든가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협상 실패 시 북한의 실험용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 이는 군사행동을 의미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 대화로 복귀해야 한다면서도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드라인’은 얼마나 가까워졌나? 북한의 핵무장 수준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북한은 핵탄두 60여 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전배치를 위해서는 3가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핵탄두 소형화·대륙간탄도미사일(ICBM)·대기권 재진입이 그것이다.
핵탄도 소형화 능력은 4-6차 핵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월 화성-14호 발사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확보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가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한 북한 관리가 CNN에 “미국 본토 동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달성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아직 실험되지 않았다.
이에 비춰보았을 때,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위협임은 분명하나 아직 그 능력이 불완전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많지는 않다. 10월 19일 폼페이오 미 CIA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 능력 완성 시점이 5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발전 속도라면 북한의 탄두 재진입 실험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11월 5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중국·베트남을 방문했다. 순방 중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한다는 기존전략을 재확인’하고 각국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협의와 조율·협력’을 약속했으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다시 촉구했다. 중국과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이행 의지’를 천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결과 한반도에는 더 큰 군사적 긴장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무기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특수정찰기, F-35A 스텔스 전투기, SM-3 미사일에 핵잠수함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 비용은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핵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순환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9일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원산시 앞 300킬로미터 해상까지 무력시위를 해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앞으론 유사한 상황이 더욱 자주 반복될 것이란 소리다.
양국 정상은 한국의 미사일탄두중량 제한 해제도 약속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향후 전시 작전권 환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전시 작전권 환수가 ‘자주적인 주권 되찾기’로 포장된 바 있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강화시킬 따름이다.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인도양-태평양 전략
중국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방문 날 자금성에서 성대한 환영식을 베풀었다. 북한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순방에서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임이 확인됐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내걸었다. 중국의 커져가는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해 유럽-중동보다는 아시아로 세계 전략의 초점을 이동하는 내용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새 아시아 전략을 발표했다. 이른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의 유대를 강화하여 ‘일대일로’(육상·해상 교통로 건설을 통해 중국과 유라시아를 포괄하는 새로운 경제권을 건설하는 걸 목표로 하는 중국의 외교 및 경제 헤게모니 전략)를 내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을 공식화하는 데에 가장 공을 들인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단기적으론 북한이 위협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위협’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미 ‘인도-태평양 전략’은 현실화되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미국-인도 간 연례 해상 연합훈련인 ‘말라바르’에 올해부터 일본 해상자위대가 공식 참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 사설은 ‘중국이 일부 국가들이 연합해서 대적해야 할 만한 이유를 제공한 적이 없다’며 반발했다.
노동조합이 평화를 외치자
한반도 갈등의 초침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대북 군사적 압박이 더욱 강화되고 북한이 핵무기 실전 배치를 강행할 경우 말로만 듣던 군사적 행동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중 간의 잠재적인 갈등 역시 점점 더 표면화될 수 있다. 이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남한의 평화운동이 이러한 정세를 변화시킬만한 힘을 지니지 못한다면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운동의 명실상부한 최대의 대중조직,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노동조합운동은 전쟁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일본에서 전후 미-일 군사동맹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들의 폭넓은 ‘혐전嫌戰 정서’를 ‘반전평화 운동’으로 고양시킨 것이 누구였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라는 계급적·진보적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친 노동운동이었다. 냉전 시기 베트남 전쟁 반대 여론을 만들고 80년대 미국과 소련의 끝을 모르는 핵무기 경쟁에 제동을 건 것도 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노동조합들이었다.
물론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통일위원회를 통해 각종 정세 대응부터 평화·통일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실상 많은 사업에서 몇몇 정파들의 입장이 반영됐을 뿐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자인 미국의 군사 연습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수위를 높여가는 군사 갈등’이라는 객관적 현실에 대해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양 국가 지도자들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를 외치는 것이 민주노총이 추구해온 평화와 민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민주노총의 평화운동이 더 큰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도 된다.
더불어 군사 갈등의 심화를 막기 위한 한·미·일 노동조합 간 연대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한·미·일 노동자가 ‘반전·반핵·평화’ 동맹을 통해 전쟁 위험성과 핵무기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세 나라 정부의 군비 증강 레이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각국에서 반전·평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정부 지도자들은 전쟁 갈등을 조성하는 데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조합원의 참여 확대를 위한 교육과 선전 활동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 남·북 교류 위주의 통일위원회를 ‘반전·평화·통일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국제연대 사업과 더불어 유기적인 운영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투쟁과 연대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쟁취해왔다. 이번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시기 평화운동의 역사와 경험을 묻히게 해선 안 된다.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조가 앞장 서서 전쟁 위기를 멈출 지지와 연대를 확산할 때다. 트럼프가 주도한 세계 지도자들의 전쟁과 갈등을 위한 연대가 아닌,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를 만들자.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