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7/02 제25호

트럼프와 시진핑 남중국해에서 충돌하다

점증하는 군사주의와 한반도 평화

  • 이준혁 사회진보연대 반전팀장
남중국해 해상에서 랴오닝함 훈련중인 중국인민군 장병 ©신화통신
 
“트럼프에 대해 안다고 하는 사람은 믿지 마라. 그 사람이 트럼프일지라도.” 유럽의 한 외교 전문가가 트럼프 당선 이후 한 기고문에 쓴 말이다. 이 말마따나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작년 12월에는 러시아에 맞서 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더니 올해 1월에는 러시아와 핵 군축 협상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자고 말했다. 한 달 사이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온 세계가 그의 입과 트위터에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 우선주의 외교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중에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하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전통적 적대 국가 북한에 대해선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선제타격을 공언하는 등 러시아처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유독 중국에게만큼은 일관되게 강경한 발언을 해왔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슈인 ‘양안 관계’, 즉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건드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왔다. 대만을 독립국가가 아닌 언젠가 통합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했고, 국제사회에서도 대만이라는 국가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할 때 대만은 제명되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서 인정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8일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무역 이슈에서도 중국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렉스 틸러슨은 핵심적인 외교정책의 방향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둘째, 러시아와의 조건부 협력. 셋째, 오바마의 인권중시 외교와의 결별. 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일견 정반대의 얘기를 쏟아놓는 트럼프의 ‘트위터 외교’ 뒤에는 이러한 구상이 깔려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트럼프가 친러 인사라기보다는 시리아 내전 해결에 공조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진영 전문가들은 오바마를 인권 외교에 집착한 나머지 러시아와의 협력에 미온적이었고 이것이 실패를 불러왔다며 비판한다. 대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대만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점증하는 미중 갈등

이러한 외교 노선을 위해선 강력한 군사적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이러한 구상 자체는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있었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태평양 5, 대서양 5로 배치되어 있던 미 해군의 배치를 태평양 6, 대서양 4의 규모로 바꾸는 정책이 중심이었다. 태평양의 증강된 해군으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자는 것이다. 트럼프의 공약이 ‘오바마만 아니면 괜찮다(nothing but Obama)’는 식이지만, 군사 정책에서만큼은 큰 틀에서 오바마의 전략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군사력 배치 조정이 아닌 과감한 군비 증강으로 중국에 맞서려 한다. 이미 후보 시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지속해온 국방예산 삭감을 중단시킬 것임을 밝혔다. 또, ‘우리 군을 재건하자’는 슬로건하에 현역 육군병사를 49만에서 54만으로, 해병대 대대 숫자를 23개에서 26개로, 270여 대의 군함을 350대로 늘리고 공군의 전투기를 대략 1100기에서 1200기로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다. 지난해 12월 23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 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서해에서 최초의 실전훈련을 개최했다. 항공모함급 군함이 근해가 아닌 원양에서 훈련한 것은 중국 해군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중국이 해상방어선으로 설정했던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서태평양 전력에 맞서기 위한 훈련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사드로 바라본 트럼프 시대의 한반도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강해질수록, 한국의 외교·안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양국 간 첨예한 대립현안으로 떠오른 사드 문제가 있다. 미국은 올해 중으로 사드 배치는 완료시키려는 입장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역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정책 백서》에서 사드를 북핵문제 바로 다음으로 비중있게 다뤘다. 백서는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역내 관련 국가의 명확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배치를 강행했다며 지역의 전략 균형과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대하게 해친다고 경고했다.

사드는 여러 논자들이 지적하다시피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MD)의 일환이다. 미국은 1999년 국방부 보고서를 통해 이미 동아시아 MD 구축 계획을 검토하며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그리고 미국의 MD는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나 미사일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미군의 아시아, 서태평양에서의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핵무기 능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가 배치된다면 한반도는 미-중 간의 갈등의 한복판으로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 : 대타협은 이뤄질 것인가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강경파의 득세로 구성됐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당연히 만나겠다”며 북한과 대화의 자리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도 있다. 의미있는 비핵화 성과가 없다면 어떠한 협상의 자리도 열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더욱 확실한 근거는 미국 내에서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초당파적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를 중심으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하되 이것이 안 될 시 실제 북한의 실험용 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강력한 추가 조치를 시행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매티스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어떤 것도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는 대북 군사력 사용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대화의 테이블 역시 배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대타협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중-러 관계와 시리아 내전 등 테러와의 전쟁이다. 북한이라는 ‘부분적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한국, 일본 등 역내 동맹국에 맡겨두는 등 여러 해법을 고민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 문제’인 중국과의 협상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북한 역시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지는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 있어서 미국은 핵무장은 용인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트럼프가 당선 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할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처럼 말이다.
 

평화와 민주주의 위해 사드 반대 운동을 확대해야

‘불확실성 속의 확실함’. 트럼프 취임 이후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은 꽤 높다. 남중국해에서 시작될지 모르는 강대국들의 갈등에 한반도가 휘말릴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때문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사드 배치는 그대로 추진하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군사력 강화와 강대국과의 세력균형에 의존하는 트럼프식 해법이 세계 질서의 위기를 해결할 순 없다. 갈등만 강화시킬 뿐이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현 행정부는 기존의 방향인 한미동맹 중심성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사드도 계획대로 추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지역으로 예정된 성주, 김천 주민들과 원불교 신도들의 사드 반대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는 ‘북한 핵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점차 사드에 대한 국민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12월 3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반대가 26.7퍼센트, 차기정부에서 배치 결정이 24.8퍼센트로 둘을 합해 51.5퍼센트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같은 의견이 38.6퍼센트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더구나 사드를 추진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거대한 촛불 앞에 정치적으로 무력해진 상황이다. 

앞으로 사드 반대운동을 주축으로 한 한반도의 평화운동은 정세의 엄혹함을 인식하면서도 이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분노와 실천이 우리 삶을 규정하는 중대한 요소인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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