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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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 제29호

비정규직 없는 귀족노조, 민주노총?

최근 인터넷상 노조 비난의 오해와 진실

  • 박상은
“맨날 노동자, 노동자 외치면서 비정규직은 가입도 못하게 하고. 그러니 귀족노조 소리를 듣는 거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설립 기사 댓글 중 하나다. 해당 기사엔 민주노총이 일자리위원회에 참가하게 되면 ‘들러리’가 되지 않을지 고심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와 노동조합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이 결합되어 민주노총에 대한 악선전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가입을 못하게 한다”, “민주노총 내에는 비정규직이 없다”는 레퍼토리가 가장 많이 회자된다.
 

4분의 1이 비정규직 조합원

2016년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은 73만여 명이다. 그 중 비정규직 조합원 수는 18만여 명으로, 비정규직 조합원의 비율이 24퍼센트에 이른다. 전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55:45(2016년 현재, 민주노총 이슈페이퍼 <비정규직법 시행 10년을 말한다>, 2017)인 상황에서 여전히 이에 못 미친다고 할 수 있지만, 1995년 탄생 당시에는 대공장 위주였던 민주노총의 구성이 이 정도라도 변화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참고로 한국노총의 경우 회원조합의 정규직은 94퍼센트, 비정규직은 6퍼센트이다. (매일노동뉴스, “한국노총, 청년·비정규직·이주노동자 조직화 박차”)

민주노총은 2000년대 초부터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논의해왔다. 2005년에는 이를 위해 22억의 기금을 마련하여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조직의 인력과 재원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꽤 다양하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건설노조)은 4만 5천명의 조합원 중 대부분인 4만여 명이 임시일용직, 즉 비정규직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은 조합원의 35%가 비정규직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차 운전기사, 최저임금을 받으며 변변한 휴게실조차 없었던 대학 청소노동자, 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사·영양사·사서·사무·강사 등 교육공무직,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약속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등이 모두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의 경우 총 조합원 17만여 명 중 비정규직은 7000여 명으로 그 비율이 매우 낮다. 하지만 금속노조 소속 자동차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A/S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외에도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유통노동자, 케이블 TV를 설치하는 방송통신기술노동자도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는 비정규직 조합원이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조합
 

비정규직 확산을 막으려는 싸움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조합원을 늘리기 위한 조직화 사업 뿐 아니라,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한 싸움도 지속해왔다.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하청업체나 파견(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은 기업이 업체와의 계약만으로 대량해고와 채용을 할 수 있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쉬워 더욱 선호한다. 이러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산의 주범은 1998년 2월 도입된 파견법이다. 
파견법은 김영삼 정부에서 처음 도입이 시도됐다. 1996년 12월 26일, 신한국당이 ‘근로자 파견제’를 포함한 노동법 개악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민주노총은 이에 크게 반발, 이듬해 2월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이것이 이른바 ‘96~97 총파업’이다. 이 파업을 통해 민주노총은 파견법을 한 차례 막아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고,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를 이유로 다시 파견법 도입을 시도한다. 1998년 1월 20일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탄생한 사회적 합의기구다.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사실상 노동자들의 양보와 후퇴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 2007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개편되었다)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간 공정한 고통분담에 관한 공동선언문”(이하 노사정 사회협약)을 채택하는데, 여기에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민주노총은 이튿날 바로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2월 5일 한국노총이 타결 의사를 표명하면서 결국 민주노총도 다음날인 2월 6일 노사정 사회협약에 합의하게 된다. 이에 따라 2월 20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제외한 26개 직종에 한해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의 경우 2년,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6개월까지 노동자 파견이 가능해졌다.

비정규직 확산에 맞선 두 번째의 커다란 싸움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벌어졌다. 2004년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2000년 민주노총의 입법 청원안을 기초로 하여 비정규직 차별 금지, 기간제 노동 사유 제한, 파견법 폐지와 불법파견 금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비정규노동자 보호와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파견 업종·기간 및 기간제 기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상정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총파업 등을 벌이며 투쟁하며 본회의 상정을 저지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06년 12월 파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패배하고 만다.(“2005년 12월 비정규직법 저지 총파업의 기억”, «오늘보다» 5월호 참고)

이 개정안은 파견가능업무를 기존 26개에서 32개 업종, 191개 직종으로 확대했다. 또, 2년 초과 파견노동자의 경우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는 ‘고용의제 조항’이 과태료를 물면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고용의무 조항’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당시 활발하게 벌어졌던 불법파견 투쟁 역시 급격히 소강 상태로 치닫게 된다.


아직은 모자란 민주노총의 노력

민주노총의 투쟁은 일시적으로나마 파견법을 막아내는 효과가 있었고, 또 파견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을 막았다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경제위기 하 압박이 있었다고 하지만,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의 합의는 일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전체 노동자의 처우를 맞바꿨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공보다는 과가 크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조직의 인력과 재정이 빠르고 대대적으로 집중되진 않았다. 일례로 민주노총은 2003년 2월 28차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 노동자 조직사업을 위한 재원 재배치 계획을 내고, 사업비 기준으로 2007년 30퍼센트를 달성할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2011년 사업비 예산 비중은 약 5.6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김종진,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은 무엇을 남겼나>, 2013) 2005년에 미조직 비정규 조직사업을 위한 50억 기금 마련을 결정했을 때도 실제론 22억 원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돈이 모였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대고 함께 싸울 곳은 민주노총 밖에 없지만, 안심하고 함께 하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

요컨대 민주노총을 ‘비정규직 없는 귀족노조’라 말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조직이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하기엔 부족하다. 민주노총의 4분의 3은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이고, 비정규직 조합원 역시 건설노동자·화물노동자·학교비정규직 등이 비정규직 조합원 18만 명 중 13만 명 정도를 차지하는 등 일부 업종에만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 조직률보다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조직문화 역시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본과 정치권력의 노동에 대한 공격은 항상 노동자들의 분할선을 타고 들어온다. 한국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극명한 분할선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악선전에 맞서려면? 민주노총 스스로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단호하게 대변하는 것만이 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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