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2016/03 제14호
최저임금 미만 81.4%
통계로 본 구로 금천 지역 중국 여공 사례
“중국 출신 여성노동자들은 한국에서의 정착을 위해,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구로·금천 지역 공장에서, 월평균 170만 원의 수입을 위해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무시당하면서 말이다.”
‘노동자의미래’가 진행한 중국 출신 여성노동자에 대한 실태 조사의 결과를 간단히 요약해주는 말이다. 2015년 9~10월 사이 진행된 이 설문조사에는 183명의 중국 출신 제조업(전자, 봉제, 인쇄업 등) 노동자들과 93명의 비제조업(간병·가사·청소 도우미) 노동자들, 106명의 한국 출신 제조업(전자, 봉제) 노동자들이 참여하였다.
이주노동자들 중 절반이 넘는 수가 중국 출신이다(93만 8000명의 이주민 취업자 중 49만 4000명). 이들 중 절반이 서울에 거주하며, 또 이들 중 절반이 영등포·구로·금천·관안구 등 서울 남서부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구로·금천 지역에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온수산업단지가 있고 인근에는 다양한 규모의 중소 제조업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전자산업, 봉제업, 인쇄업 등이 발달해 있는데 여기에서 중국출신 여성노동자들(이하 중국 여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출신 여성노동자(이하 한국 여공)은 인쇄업에 거의 없지만 중국 여공은 상당수 있었다. 둘 다 있는 공장 중에 중국 여공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1970~80년대 구로공단에 위치한 봉제업, 인쇄업과 전자산업은 농촌에서 이주해온 10~20대 여성노동력을 기반삼아 성장해왔다. 제조업 공단의 주력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부터 40대 기혼여성노동자로 변했고, 1990년대 말부터 중국 출신 여성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안산·시흥, 평택까지 제조업 하청공장에서 중국 출신 여성노동자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절반이 ‘기러기 엄마’
40~50대 비중이 높은 한국 여공과 달리 중국 여공들은 30~40대인 경우가 많다. 중국 여공 중 상당수는 ‘기러기 엄마’인 것으로 보인다. 국경과 거주지를 기준으로 가족구성 및 형태를 살펴보면 중국 여공의 1인 가구는 없는데, 혼자 살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0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40대의 경우 95.1퍼센트가 아이가 있지만, 정작 함께 살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0.8퍼센트에 불과하다. 30대도 마찬가지인데 67.3퍼센트가 아이가 있다고 대답했지만 함께 사는 경우는 43.1퍼센트에 그쳤다. 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여공들의 경우 혼자 산다고 응답한 비율은 24.4퍼센트에 불과하며,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8.5퍼센트에 이른다.
중국 여공의 사례는 과거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10~20대 한국 여공과는 다르다. 이들은 전통적 가족으로부터 분리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에 따라 노동력 이동도 자유롭지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하는 30~40대 중국여공들은 가족 전체의 이주 혹은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력 이동의 제약이 있다. 이는 도심형 공단에서 종종 나타나는 40~50대 여성주부노동자들이 겪는 제약과 유사하다.
중국 여공 어떻게 일하고 있나
중국 여공 중 상용직은 50.3퍼센트에 불과하다. 정규직은 26.6퍼센트다. 하지만 근속 1년이 안 되는 단기근속비율은 한국 여공보다 낮은데, 중국 여공은 비정규직도 19.8퍼센트(정규직은 15.2퍼센트)에 그쳤지만, 한국 비정규직 여공은 34.8퍼센트(정규직은 15.7퍼센트)나 되기 때문이다. 고용유연성은 한국 여공이 훨씬 높은 것이다.
중국 여공의 월 평균임금은 165.4만원으로 한국 여공의 145.4만원보다 높다. 이렇게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소득이 높은 것은 한국 여공보다 훨씬 오랫동안 일하기 때문인데, 한국 여공은 일주일 평균 46.5시간인데 반해, 중국 여공은 무려 56.1시간이나 된다. 중국 여공의 46.2퍼센트가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고, 75.4퍼센트는 법정연장근로의 한도인 52시간을 넘겨 일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당 임금으로 보면 중국 여공에 대한 임금차별이 매우 심각함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휴일수당·연장근로수당 등을 고려해 따져보면 한국 여공은 평균 5850원을 받는 반면, 중국 여공은 평균 5549원을 받고 있다. 중국 여공은 최저임금(2015년 5580원)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중국 여공의 99.5퍼센트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겪고 있었다. 최저임금 위반, 무료·무급노동, 연차휴가, 근로계약서 교부 등 근로기준법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는다. 또 81.4퍼센트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고, 82.4퍼센트가 연차휴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4대 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4대 보험 가입률이 고용보험 54.6퍼센트, 국민연금 57.4퍼센트, 건강보험 59.0퍼센트, 산재보험 51.4퍼센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구로·금천 지역의 전자산업, 봉제업 자체가 근로기준법 및 4대 보험의 사각지대인데, 한국 여공 역시 전자산업의 92.3퍼센트, 봉제업의 97.6퍼센트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전자산업의 경우 43.6퍼센트, 봉제업의 경우 61.0퍼센트에 이른다. 4대 보험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전자산업 노동자들은 4대 보험 가입률이 80퍼센트 내외지만, 봉제업 여공은 65퍼센트 정도다.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의 사각지대에서 한국 여공들이나 중국 여공들이 모두 열악한 상태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7명이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폭행(폭언·폭행, 성희롱, 모욕적 처벌), 감시 단속(복장 단속, 소지품 검사, 화장실 이용, CCTV 감시), 관계 파괴(상호 감시, 왕따) 등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중국 여공이 73.3퍼센트나 되며, 26.2퍼센트는 거의 매일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 특히 ‘감시 단속’과 ‘관계 파괴’가 문제인데, 각각 41.3퍼센트, 53.3퍼센트가 해당 인권 침해를 겪었으며 15.1퍼센트, 13.5퍼센트는 매일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
동포 정책에서 노동권·생활권 보장 정책으로
중국 여공은 일시적 체류보다는 정착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점은 중국 여공에 대한 시민권 정책에서 추가로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음을 뜻한다. 주거권, 투표권 등 정치적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과 함께 주거, 교육, 세금, 실업 정책 등 지역 생활 조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여공들은 이주노동자로서의 특성과 함께, 가족(양육)의 부담을 가진 여성노동자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주노동자이자 어머니라는 이중 역할 속에서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노동권을 의제화하면서 이를 옹호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동포 정책이 아니라 노동권·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으로, 중국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이 전환되어야 할 것을 의미한다.
중국 여공과 한국 여공 사이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동일업종, 동일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임금·장시간 노동인데다 임금차별까지 심각하면 중국 여공과 한국 여공 사이에 바닥을 향한 경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장시간, 임금차별이 근기법 위반에서 비롯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이 점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최소 노동표준의 확립, 동일노동·동일임금 보장을 위한 지역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중국 여공과 한국 여공 사이에 대화와 교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연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단지역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의 시야도 확장되어야 한다.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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