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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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 제4호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

강경덕, 《구조와 모순 :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논점들》

  • 김승곤 사회진보연대 회원
나도 여러분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곧 느끼게 된다. ‘세상 이거 바뀌겠나‥’ 싶은 막막함을. 그런 회의감에 젖어들 때 이런 책도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장기적 안목으로 차분히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무지막지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그리 어렵진 않으니 용기를 내 도전해보자.
 
그런데 왜 마르크스주의인가? 그 이유는 마르크스주의가 세상을 바꾸려는 가장 권위 있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젊었을 때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늙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잘 생각해보면 틀렸다는 것을 비꼰 말이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후 마르크스주의가 처한 상황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혁신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지적이고 주목할 만한 노력은 단연 알튀세르의 시도이고 이 책은 그것을 소개한다.
 
알튀세르는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성을 옹호하려 했다. 알튀세르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를 기점으로 사회와 역사에 대해 확연히 다른 입장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회란 생산관계를 기초로 하는 인간들 간의 관계의 총체인데, 생산관계가 변함에 따라 사회가 변하고 역사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사회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변화의 원인(동력)을 설정함으로써 역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시도이다. 
 
하지만 알튀세르의 이러한 구조주의적 해석(구조, 즉 관계를 우위에 둔 해석)은 즉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과도 공명하는 것이다. ‘구조란 변화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경제에 의해 움직이는 역사를 과연 인간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선한 의지가 역사를 변화시켜왔다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이제는 역사의 변화는 경제시스템이 이끄는 대로 흘러갈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의 정치와 논쟁들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알튀세르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비판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계속 발전시켜나간다. 우리가 운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품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알튀세르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 구체적 내용을 이 짧은 지면에서 소개할 순 없으니 꼭 책을 구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다만 책의 일부를 인용하며 마칠까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수만 있다면 쥐들이 고양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결정적인 것은 ‘어떻게’의 문제이다. 알튀세르의 마르크스주의 전화도 바로 이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맞닿아 있다.”  ●
덧붙이는 말

'책 이어달리기'는 《오늘보다》의 독자들이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짧은 글을 쓰는 코너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다음 호에 책을 소개할 사람을 지목하는 '이어달리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음 주자는 박용진 사회진보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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