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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 제39호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은 쌍용자동차 사태보다 심각하다

  • 이유미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더블스타의 인수목적은 중국시장에서 도태를 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금호타이어가 회복되려면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더블스타는 경영규모가 금호타이어의 절반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에 지속적인 투자는 고사하고 약속을 지킬 여력도 없어 동반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금호타이어로부터 단기적 이득을 취한 뒤에 더블스타가 철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블스타, 두 번이나 도전하는 이유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두 번이나 도전할 만큼 의지가 높다. 작년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불발되면서 올해 다시 도전했다. 이처럼 더블스타에게 금호타이어가 매력적인 이유는 글로벌 완성차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타이어시장의 70퍼센트는 외자업체가 차지하고 있고 중국 타이어업체들은 중처고무그룹과 같은 소수상위 업체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저가의 대체타이어 시장에서 경쟁하는 형국이다. 타이어는 신차용 타이어(OE, Original Equipment)와 교체타이어(RE, Replacement quipment)로 나뉘는데, 신차용타이어가 교체타이어보다 판매량이 적고 수익률도 낮다. 하지만 신차용타이어 시장에서 입지가 있어야 교체타이어 시장도 확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장착된 타이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래서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완성차 공급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완성차가 있는 국가에 동반성장하는 타이어업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글로벌 완성차가 없어 중국타이어 업체들이 경쟁력을 쌓을 기회가 적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가 글로벌 완성차에 타이어를 공급한 경험은 더블스타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중국공장도 탐내고 있다. 현재는 손실규모가 커서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중국정부가 환경보호와 타이어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신규공장설립을 규제하면서 금호타이어 중국공장은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대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미국공장을 통해 해외시장진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금호타이어 인수, 시장 도태 위기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

무엇보다도 중국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더블스타가 인수시도를 서두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정부는 타이어 공급 과잉으로 경쟁력이 낮은 업체를 퇴출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은행 대출을 제한하는 한편, 2019년에는 타이어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제를 의무화하여 일정수준의 기술력이 없는 업체를 도태시킬 계획이다. 이 제도는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2013년에 의무화되었다.

저가경쟁으로 난립하던 중국 타이어업체들은 이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블스타가 단기간에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세계 순위 14위 기업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중국 로컬 업체에서 단번에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더블스타에게 금호타이어는 기술력 부재로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를 벗어나게 할 유일한 해법이다. 
 

상하이자동차에도 미달하는 더블스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의 인수협상은 중국 화공업체인 켐차이나의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 피렐리(세계 5위) 합병이나 중국 지리자동차의 볼보합병과 비교된다. 공통점은 세계적 지명도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업체가 유명브랜드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켐차이나와 지리는 먹튀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데, 인수대상이 워낙 유명한 브랜드라 그것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경우 브랜드이미지나 신뢰도에 있어서 더블스타보다 월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렐리나 볼보에 비교할 수는 없다. 또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서 우선순위로 원하는 것은 기술력과 공급망이다. 이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 이유와 유사점이 있다. 쌍용자동차는 세계적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고, 상하이자동차는 기술을 확보한 뒤 철수했다. 금호타이어는 피렐리가 아니라 쌍용자동차의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중국 켐차이나와 지리자동차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다. 중국 켐차이나는 자산규모가 원화 기준 113조 원이 넘고 지리자동차는 시가총액이 34조 원에 달한다. 더블스타의 자산은 1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자동차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장기 경영전략과 투자가 필요한 금호타이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한국공장은 유지될 수 있을까. 국내시장 점유율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순인데 금호타이어의 점유율은 30%정도로 추정된다. 신차용 타이어와 교체용 타이어는 대략 3대7의 시장비율을 보이는데, 신차용 타이어의 경우 국내완성차와 계약에 따라 좌우되며 교체용타이어는 브랜드 이미지 영향이 크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인수될 경우 기술력 낮은 중국 업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신뢰 문제는 완성차 공급 계약에도 영향을 줘 신차용 타이어까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한국공장 설비는 대단히 노후화되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금호타이어의 유형자산은 1537억 원(15퍼센트) 증가했는데, 한국타이어는 4803억 원(45퍼센트), 넥센타이어는 1만 963억 원(530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설비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최근 금호타이어는 고성능 타이어 매출이 넥센타이어보다도 뒤처지는데, 이는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부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출처 연합뉴스

종합하면 금호타이어는 설비 노후화 등으로 고성능 타이어 부문 경쟁력이 뒤처지는 데다가 더블스타로의 인수로 한국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더블스타가 상당시간 국내 투자를 해야 한다. 문제는 더블스타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부실한 더블스타, 우려되는 먹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의 최근 6년 간 매출액 평균을 비교하면 금호타이어는 3조 5000억 원, 더블스타는 8천 300억 원 수준으로 4배나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률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금호타이어는 2017년 적자가 나기 이전 영업이익률이 4퍼센트 이상이었던 반면 더블스타는 2퍼센트를 넘은 적이 없다. 

더블스타의 경영상태도 불안하다. 2016년 매출액은 8363억 원이고 2017년에는 전년도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매출액이 안정적이지 못한데 2011년 1조 718억 원에서 2015년 5081억 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가 최근 회복되었다. 영업이익률도 최대치가 1.87퍼센트로 2퍼센트에 미달한다. 부채비율도 낮지 않다. 2017년 3분기 부채비율이 180.27퍼센트로 2014년 101.81퍼센트보다 두 배로 뛰었다. 수익률도 재무안정성도 낮은 더블스타가 과연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장기적 투자를 할 능력이 있을까.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휘청이는 중국업체들

이러한 불안감은 최근 중국의 경향을 보며 확증이 되어간다. 최근 중국은 해외기업을 공세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자본유입을 초월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전통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면서 핵심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해외기업 인수로 기술력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에 해외 엠앤에이(M&A)에 뛰어든 중국 기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부채비율은 평균 5.4배에 달한다. 위험수준으로 분류되는 기준인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더블스타도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금호타이어 인수 비용은 청도지역 국영기업 컨소시엄으로 마련했지만 더블스타의 경영불안이 커지게 되면, 금호타이어에 지속적인 투자는 고사하고 약속을 지킬 여력도 없이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은 제2의 쌍용자동차에도 미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외매각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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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금호타이어 먹튀 더블스타 외국인투자기업 외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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