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보다
- 2018/01 제36호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하려는 이마트의 35시간제 전환
신세계-이마트(이하 ‘이마트’라 하자)가 내년부터 주 35시간제를 도입한단다. 임금삭감없이!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구조조정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혹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부 좌파들의 오랜 요구였다. 이마트가 좌파의 요구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다니! 그래서 따져 봤다.
2013년 4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따라 이마트는 146개 매장 상품진열 도급사원 9,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했다. (회사에서는 이들을 ‘전문직’이라 칭한다) 그리고 이마트 노동자 중 가장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진 판매직 도급 사원 1,600여 명도 같은 해 5월 ‘패션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이 되었다. 그 이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7년에 5,000여 명의 캐셔(계산원)들이 정규직이 되었다. (이들도 ‘전문직’에 속한다) 같은 직종에서 30~32.5시간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들도 약 1,300여 명 있다. 이외에 대졸·전문대졸 사원인 공통직, 가전 등에서 일하는 전문점직도 있지만 이들 캐셔·상품진열직·판매직(과 이들 직종의 시간제) 노동자들이 이마트 노동자들의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체로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임금을 받고 있다. 기본급에 더해, 매월 지급되는 각종 수당·성과급·상여금이 주요 임금항목들이다. 기본급은 2015년 63만6천 원, 2016년 64만7천 원이었고, 기본급에 기초해 지급되는 성과급은 연 400퍼센트, 명절 때 지급되는 상여금은 200퍼센트였다.
그런데 2017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6,470원으로 인상되었다. 2016년 6,030원이었으니 440원이 오른 것이고 인상률은 7.3퍼센트였다. 주 40시간 노동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의 월 최저임금은 2016년 약 126만 원에서 2017년 약 135만 원으로 약 9만 원이 올랐다. 2016년에도 기본급은 2퍼센트만 올렸던 이마트는 이 부담스러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다. 2017년에도 기본급은 여전히 2퍼센트, 월 기준 1만 3000원만 인상하고 대신 400퍼센트 주던 성과급 중 200퍼센트를 매월 나눠서 지급한 것이다. 이러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이 그 전해에 비해 10.4퍼센트 오른다.(<표 1>을 참조하라) 실제로 지급하는 임금은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도 최저임금 기준을 위반하지 않게 된 것이다. 중소사업장에서 왕왕 벌어지고 있던 일이긴 하지만 2016년 매출액이 거의 12조에 이르고 영업이익이 6000억 원이 넘는 이마트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촛불시위로 인한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월 최저임금은 2017년 약 135만 원에서 2018년 약 157 만원으로, 즉 월 22만 원이 오르게 되어 있다. 민주노총과 사회운동진영에서의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사회적 양극화의 일정한 개선 필요성, 정부의 소득(임금) 주도 성장 정책의 채택 등이 이런 최저임금의 상당한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퍼센트이다, 공약대로라면 2020년에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1만 원으로 오를 예정이고, 이를 달성하려면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15퍼센트 이상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
이마트로서는 이미 최저임금으로 산입된 상여금 200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성과급 200퍼센트를 또다시 최저임금으로 편입시키는 꼼수를 부리기에 안팎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임금을 예년처럼 기본급 2퍼센트 정도만 올리면, 약 157만 원에 달하는 2018년 월 최저임금에 전문직의 월 임금이 현저히 미달하게 된다. 그래서 최저임금과 별 관련이 없는 공통직 상위직급 임금은 2퍼센트, 공통직 하위직급(band 5)의 임금은 4퍼센트 올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임금을 인상하되, 현재 최저임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임금을 받는 전문직의 임금은 10퍼센트 올려 주었다. 그래서 전문직의 임금이 최저임금을 상회하게는 되었다. 그러나 전문직 임금의 월 최저임금 상회액수는 2017년 약 67,000원에서 2018년 약 8,230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예정된 최저임금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마트로서는 기발한 생각을 해내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인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15퍼센트 이상 오른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마트가 전문직에게 최저임금 정도의 임금만을 지급하려 한다면, 2019년과 2020년 15퍼센트대의 인상률이 아니라 7퍼센트대 인상률로 이 시기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8년 이마트의 월 임금을 주35시간제의 월 소정근로시간인 183으로 나누면 시급이 8,645원이 된다. 2017년 시급보다 무려 27.3퍼센트나 오른 셈이다. 월임금이든 시급이든 ‘임금삭감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된다. 요즘 유행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즉 ‘일-가정 양립’ 혹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져오는 노동시간 단축이 되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별생각 없는 언론들은 그저 받아쓰기에 바쁘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시급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게 되는 것일 뿐 이마트 노동자들의 월 임금은 2019년부터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 필자의 어림으로 이마트 노동자들은 월 기준으로 2019년에는 최저임금보다 약 11만 원 낮은, 2020년에는 약 26만 원 낮은 임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낮아진 이마트의 월 최저임금을 183이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혹은 다른 사업장들처럼 월 소정근로시간 209로 나눠 계산해보자. 그러면 당연하게도 이마트 노동자들의 임금은 2019년부터 최저시급에 미달하게 된다. 결국 이마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되는 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표 1> 참조).
혹시 모르겠다. 단순히 노동시간을 8시간(패션전문직의 경우 9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면서 부족한 인원을 신규 채용해 노동 강도 강화가 없게 한다면 사측의 35시간제를 고민해 볼 수 있을 지도.[1] 그러나 이마트 사측은 그럴 생각이 없다. 주 30시간에서 32.5시간을 노동하는 단시간 노동자들 중 희망자들을 전문직으로 전환 채용할 뿐 추가 고용은 없다. 오히려 이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매장 노동자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사업보고서도 동일한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단시간 노동자 숫자는 1,300여명(2017년 3/4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이들이 전문직으로 전환해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해도 주 5시간에서 2.5시간뿐이다. 각각 주 10시간에서 5시간이 줄어드는 전문직과 패션전문직 노동자 약 18,000(2017년 3/4분기 기준) 명의 노동시간 감소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는 11시 폐점 이야기를 하나 확실한 계획이 나와 있지 않고, 이 시간대의 노동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1시간 이른 폐점으로 인해 전체 노동자들이 덜게 되는 노동의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노동강도지수는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1,300명의 시간제노동자가 전부 32시간을 노동하다가 35시간제 전문직이 되고, 16,000명의 전문직이 주 40시간제에서 주 35시간제로, 2,000명의 패션전문직이 주 45시간제에서 주 35시간제로 변경되면서 하루 14시간(10시~24시. 준비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9시~24시까지 15시간) 개점에서 13시간(10시~23시. 준비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9시~23시까지 14시간) 개점으로 바뀔 경우 노동강도지수(=작업량 혹은 개점시간/노동자들의 총노동시간)는 평균적으로 6.6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폐점시간이 24시에서 23시로 당겨져 개점시간이 13시간이 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이 동일하다면 노동강도지수는 14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마트는 손해볼 일이 없다. 폐점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다 해도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라 이로 인한 매출 감소는 거의 없을 것이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이마트를 따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개점시간이 14시간일 때나 13시간일 때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 (소비는 소득의 함수이지 유통업체의 개장시간의 한두 시간의 증감과는 별 관계가 없다) 반면 이마트는 심야수당, 교통비, 전기료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마트의 주 35시간제 도입은 상여금이나 수당의 최저임금으로의 산입, 경비노동자의 중간 휴게시간 증대-노동시간 감소-총인건비 억제,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용역노동자 수를 줄이는 용역계약 체결 등과 같이 최저임금의 상당한 인상에 따른 자본의 다양한 대응방식 중의 하나라고 해야겠다. 기업의 경영상황이 매우 양호해 해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총노동시간 감소-노동강도 강화-총인건비 억제를 달성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
Footnotes
- ^ 임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거나 생계에서의 책임이 덜한 노동자들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생태문제, 소비주의 문제 등을 생각하면 이런 방향이 역사의 진보에 부합하리라. 그러나 이마트 전문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나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이 지고 있는 생계책임을 고려하건대 주35시간제를 반가워 할 노동자들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이마트 노동조합의 주 35시간제 비판은 이를 반영한 것일 것이다. 일부에서 노동거부-노동시간 단축-노동자의 자기가치증식이라는 네그리 사상을 여기에 대입하는 것은 난센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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