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노동보다
  • 2018/01 제36호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

  • 박준도
최저시급에 월수 250 보장
흔히 볼 수 있는 알바몬이나 잡코리아의 광고 문구다. 상여금 200~400 퍼센트 보장이라 하지만, 최저임금으로 월 250만 원을 벌려면 잔업·특근을 뛰어야 한다. 상여금 200퍼센트인 노동자는 약 90만 원, 상여금 400퍼센트인 노동자는 70만 원[1]의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월 70~90만 원의 연장근로수당을 벌려면 17~22시간의 연장근무[2]를 해야 한다. 말이 좋아 주 40시간 근로계약이지, 실상은 주 60시간 일거리를 주겠다는 제안이다.
 
휴일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중복할증되면 이 노동자의 경우 수입이 늘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중복할증이 되어도 이 노동자는 그대로 60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한 달 수입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특근을 하는 토요일은 대부분 휴무일이기 때문에 휴일수당 중복할증 대상이 아니다. 중복할증 되어도 수입이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복할증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효과를 보려면 토요일을 휴일로 바꾸는 취업규칙 변경, 단체협약 쟁취 투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고, 노조가 있는 곳에서도 간단하지 않은 방법이다. 당장 현대차의 토요일도 유급‘휴무일’이다. 
중복할증이 인정될 때 실제로 발생할 효과는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일부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약간의 임금인상 정도다.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해놓고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할까?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노사가 합의하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해 달라는 주장도 있다. 중소기업단체장들이 주로 이 주장을 한다. ‘주 60시간 노동’을 보장해달라는 의미다.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의한다’면서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법이 허용한 최대연장근로시간은 주 68시간이다. 하지만 이는 토요일을 ‘휴일’로 규정해 놓았을 경우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토요일이 ‘휴무일’이라면, 휴무일 근무는 연장근로로 간주되기 때문에, 현행 행정해석을 따르더라도 60시간이 최대다.(=소정근로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 휴일근로 8시간)
 
그런데 사실 이것도 일요일 특근을 할 경우고, 토요일 특근만 한정해서 보면 연장근로 최대한도는 ‘52시간’이다. 휴일 수당을 지급하며 일요일에 근무를 시켜야 60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한다면, 현실적으로는 휴무일에도 일을 시킬 수 있게 52시간 근무를 60시간 근무로 늘리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가장 반동적인 방안이다.
 

법정 ‘최대’노동시간의 단계적 단축 방안은 실효성이 있나 

지난 11월 24일 환노위 간사단이 합의한 단계적 단축방안은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하는 형태다. 300인, 50인을 기준으로 2018년 7월 1일부터, 1년 6개월의 터울을 두고 감축하자는 것이다. 

통계자료에서 노동시간 분포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인구의 비중은 전체 0.5퍼센트밖에 안 된다.(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이는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실시를 2020년 1월 1일부터 실행하자는 것과 같은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연장근로 상한제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례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40퍼센트나 된다. 12월에 있었던 2차 개정논의에서는 특례업종 폐지를 일부 포함한 안이 환노위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야당의 반발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계적 단축방안은 전체 노동인구의 40퍼센트는 무방비 상태로 두고, 내년에는 고작 0.5퍼센트의 취업인구만을 대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안이다. 연장근로 상한제를 실효성 있게 하려면, 특례업종에 노동시간 상한규정을 어찌 적용할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연장근로 상한제 통해 노동시간 단축하려면

우리나라 노동법에는 일일 연장근로에 대한 제한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주당 68시간의 일을 시킬 수 있고, 우편업·운수업·보건업 등 특례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무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노동시간의 양적 유연성이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상태에서, 또 다른 유연근무제가 도입된다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의 임금 격차·노동시간 격차를 야기할 수 있다. 과로사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연장근로 상한제가 실질적인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첫째, 법정 ‘최대’ 노동시간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강력한 계도·규제·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연장근로를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당으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되어 있다. 연장근로를 제한하기 위한 규제방안이 실효성있게 다뤄져야 한다. 특례업종 폐지·상한제 실시·관할지청의 근로감독 태도변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둘째, 고정급(기본급+정기수당 및 상여금)이 크게 인상되어야 한다. 할증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은 연장근로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임금수입을 조금 보충할 뿐이다. 고정급이 올라야 할증제도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노동자 내부의 경쟁도 완화할 수 있다. 사업주가 할증 때문에 연장근로를 안 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들에게 통상임금을 낮출 수만 있으면 할증률은 의미가 없다. 통상임금을 낮추는 방안은 다양하다. 노동자 간 경쟁을 활용해 시간당 임금(통상임금)을 낮출 수 있고, 임금구성을 바꿔 통상임금을 줄일 수 있고, 심지어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Footnotes

  1. ^ 250만 원에서 기본급 135만 원(=6470원*209시간)과 상여를 월 할로 나눈 금액(200퍼센트는 기본급*2/12, 400퍼센트는 기본급*4/12)을 빼면 부족한 연장근로수당을 알 수 있다. 
  2. ^ 900,000원/6,470원/1.5배/4.3주=21.6시간, 700,000원/6,470원/1.5배/4.3주=16.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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