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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 2017/12 제35호

사장님들의 꼼수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을 위한 제언

  • 박준도
지난 10월 18일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정기상여금·교통비·중식비”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될 것을 예고한 셈이다. 

10월 10일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는 12월 6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은 산입범위이며 그중 정기상여금 포함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교통비나 식대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일부 조정하는 정도지만, 정기상여금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0퍼센트 상여금이라도 받는 파견·생산직의 경우,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보다 16.7퍼센트(=200÷1222만 5372원)라도 더 받을 수 있었다. 이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사업주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16.4퍼센트, 22만 1540원)을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한계기업들의 퇴행적 시도

2018년 법정 최저임금이 고용은 물론, 저임금 노동자의 2018년 임금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약한 탓에 [단순 시간당 임금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현재 15퍼센트를 웃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는데, 특히 최저임금 인상률이 3년 연속 10퍼센트를 웃돌던 2005~2007년 시절, 5퍼센트 수준이었던 최저임금 미만율이 10퍼센트를 넘겼다. 이는 사업주들이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린 결과인데, 2018년에도 이와 같은 행태가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인원 감축・고용조정으로 대응할 수도 있고, 기술경쟁력 상실(중소기업)・과다출혈경쟁(자영업자)으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폐업이 마치 최저임금 탓인 양 사태를 호도할 수도 있다. 
 

불균등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

사실 더 곤란한 문제는 임금체계가 직군마다 매우 다양해,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 개개인의 실질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① 생산직·판매직의 경우

1년(혹은 1년 이하)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들의 경우, 재계약 시점에 식대나 교통비 등 수당의 포함 혹은 증감 여부가 관건이 되는데 사업주들은 당연히 제외・삭감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계약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폭은 월 10만 원 전후로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정기상여금처럼 기본급에 따라 변동되는 수당을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 실질적인 임금인상분은 더 많아진다. 예를 들어 상여금 400퍼센트를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 월 30만 원 이상의 임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 월평균 7만 3847(=22만 1540×4/12)원을 더 받게 되기 때문이다. 상여금 600퍼센트인 (대공장) 노동자는 11만 770원(=22만 1540×6/12)을 더 받을 수 있다. 
 
② 사무직의 경우

사무직의 경우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하다. 생산직처럼 교통비나 식대를 조정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아예 제수당(고정연장수당) 비중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 사무직의 경우 전체 연봉 중 75퍼센트를 기본연봉, 25퍼센트를 제수당으로 하고, 기본연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춘 포괄근로계약이 많다. 같은 형태로 포괄근로계약을 맺게 되면 일정하게 최저임금 상승분이 반영된다. 하지만 반대로 제수당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면 전혀 달라지는데, 제수당 비중을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줄이면 기본연봉의 13퍼센트(=85*100/75-100) 인상분이 반영되는 셈이어서, 최저임금의 나머지 상승분 3.7퍼센트(16.7퍼센트-13.0퍼센트)만 반영해도 되기 때문이다. 만일 포괄임금제가 금지되어 25퍼센트 고정연장수당을 기본연봉에 포함해야 하면, 이 경우 기본연봉의 33.3퍼센트(=25*100/75) 인상분이 반영되는 셈이어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사무직은 이도 저도 다 무시하고 매년 그랬듯 3~5퍼센트 정도의 임금 인상분만 반영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③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강제 조정되는 경우

가장 최악의 경우는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최저임금법 시행규칙)을 바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강제로 조정하는 것이다. 근로계약을 갱신하거나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식대를 없애고 기본급에 반영하거나 상여금을 월 할로 나눠 기본급에 반영하는 경우, 그래도 해당 수당이 통상임금에 반영되어 연장근로수당, 근속수당 등에 반영될 여지라도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임금을 구성하는 항목들(임금체계)은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산입대상 기준인 복리 후생적 성격에 대해 축소 해석하는 식으로 최저임금 시행규칙만 바꾸면,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서는 제외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포함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는 명목보다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지급 방식이 중요하다. 최근 일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확인되듯 정기상여금은 물론, 식대 교통비 등의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도 있고 제외될 수도 있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에서 하나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제외되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를 규제할 경우 사무직의 경우 연장근로수당 계산에서나마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통상임금에 대한 제도 정비 없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만 강제 조정되면, 극단적인 경우 2018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관계없이 (물가인상분이 반영되는) 실질임금은 도리어 줄게 되는 노동자들이 생긴다.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의 방향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은 이전과 전혀 다른 조건 위에서 출발하게 된다.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민주노총의 투쟁 요구,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 이행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가운데, ① 한계기업과 이들을 대변하는 보수반동 정치세력들의 각종 퇴행적 행태가 급격히 증가하고, ②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남으로써 (저임금 계층 내에서조차) 임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조건 말이다.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저임금 구조를 유지·안착시키려는 퇴행적 행태에 맞서 싸워야 한다. 계약해지, 인원 감축 등 사업주들이 일방적으로 고용조정을 실시하는 경우, 부당해고를 다투는 법률 투쟁이든 노조 집단 가입을 통한 고용안정-고용승계 투쟁이든 관련 투쟁을 광범위하게 조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야기했다’는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투쟁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조직하지 못하면,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투쟁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다.

둘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일방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를 폭로하고 철저히 비판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통상임금에 대한 제도 정비 없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만 조정하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현재까지의 관행을 존중해야 하고, 제도 정비를 한다면 적어도 통상임금 산정범위를 넓히려는 제도 정비와 연계되어야 한다. 

셋째, 최저임금의 상이한 인상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연대임금 투쟁이 절실하다. 상여금 비중이 높을수록, 기본급에 연동된 수당 항목과 금액이 많을수록, 2018년 임금인상분은 많아진다. 반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 노동자일수록,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맞설 힘이 적은 노동자일수록, 무늬만 정규직일 뿐 연봉재계약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일수록 인상분은 낮아진다. 

직급이나 임금체계와 관계없이 최저임금 인상분 월 22만 원(연봉 266만 원)을 온전히 받아내는 2018년도 임금인상 투쟁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넷째, 정액급여기준 월 22만 원 임금인상 투쟁과 함께, 실질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주 52시간을 넘는 초장시간 노동의 경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투쟁 방안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정기상여금을 기본급화할 경우 일정한 임금보전과 함께 실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 모든 것들을 실행하려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임단투 조직질서 정비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개별조합원들과의 상담 창구가 확대되어야 한다. 2018년 법정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실태를 파악하고, 법정 최저임금의 적용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2018 최저임금위반 신고센터〉와 같은 기획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집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원 선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은 간명해야 한다. 불이익한 모든 시도에 대한 반대만을 조직하다보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투쟁이 그렇다. 쫓아다니면 안 된다. 정액 급여기준 월 20만 원 인상 쟁취가 임금 인상 투쟁의 실질적 목표여야 한다. 민주노총 각급 조직화 사업단의 노조 가입 사업에서든, 산별 기업지부・지회의 임단투 기획안에서든 말이다. 2018년 최저임금 투쟁은 이런 방향 아래 설계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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