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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 제31호

노조 없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조 가입 사업 전면화로 이어야 한다

  •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시급 1000원 · 월급 22만원 인상

“시급이 1,000원 넘게 올랐어. 기본급만 20만원 넘게 오른 거라고!”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자 현장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16.4퍼센트라는 인상률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노동자들에게 피부로 와 닿은 건 인상된 금액이다. 시급 1,060원 인상에 기본급 221,540원이 올랐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놀라는 이유는 이 만큼의 인상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겐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한 번도 10만 원 이상 기본급이 올랐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 계약을 맺은 신흥업종, 중소사업장 청년노동자들은 연봉이 2,300~2,500만 원인 경우가 많다. 여기엔 법정최저임금에, 주 12시간 잔업수당, 식대 등 기타 수당 15만 원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만 반영해도 내년 연봉 협상에서 15퍼센트 (2,600~2,800) 이상 인상된 안을 제시받을 수 있다. 10퍼센트 인상률을 넘기는 수준에서 연봉 협상을 개시할 수 있을 만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상당한 수준이다.
 

하후상박 연대임금 가능한가?

금속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액은 정액급여기준 월 154,883원이었다. 법정최저임금 직후 열린 중앙교섭에서 확정된 2018년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7,600원으로, 이는 2017년 금속산업 최저임금(6,600원) 대비 시급 1,000원이 인상된 것이다. 정액급여 기준으로 보면 209,000원이 인상되어 금속노조 임금인상 요구액보다 54,117원이나 상회한다. 
 
적용시점의 차이가 있는데다 금속노조 사업장 다수가 금속산업최저임금을 상회하고 있어,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영향을 미치는 지회는 대각선 교섭(기업별 노동조합이 소속하는 상부단체가 각 기업별 조합에 대응하는 개별기업과 개별적으로 교섭하는 방식)을 하는 일부 지회로 제한되긴 하지만, 적어도 기본급만큼은 현대차지부보다 이들 지회의 기본급이 더 인상될 것이다. 하후상박이 현실화된 셈이다.
 
 
2017년, 민주노총의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인상 요구액은 월 239,000원이다. 그런데 법정최저임금이 221,540원 인상됨으로써 당장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투쟁에 힘이 실렸다. 사내하청, 무기계약, 기간제 등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체계가 이중화된 사업장은 물론이거니와, 근속수당·교대제 수당·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 유무로, 선임후임간, 직급-직무간 임금체계를 이중화한 곳에서도 월 급여의 격차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0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연대임금 투쟁을 상징적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최저임금 만원 캠페인, 어떻게 시작됐나?

“최저임금 만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퍼센트로 법제화”하는 것이었다. 최저임금결정을 둘러싸고 최저임금위원회에 내외부에서 투쟁을 벌인 것도 법제화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에 대해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올리려면 요구가 간명해야 하고(예컨대 시급 1,000원 인상),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액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를테면 정규직·비정규직·법정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통일해 임금의 정액인상을 요구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최저임금 ‘만원’은 이 중 전자만을 수용한 결과다. ‘최임 1만원으로 몇 년간 요구가 교착되고 말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자기요구와 달라진다.’, ‘공동 요구, 공동 투쟁보다는 각자의 요구, 각 부문의 투쟁으로 분리된다.’, ‘시대정신으로서 최저임금 1만원은 있을 수 있다. 교섭요구로서는 부적절하다.’ 등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2015년 민주노총은 새로운 정치사회적 프레임 제시에 의미를 부여하며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개시한다. 
 
 

최저임금 대폭인상 가능했던 이유

‘만원’ 구호를 외친 첫 해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조합원들조차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총선을 경과하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간명한 슬로건이 지닌 효과를 십분 발휘했고, 억제된 법정최저임금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상징하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촛불 투쟁과 탄핵 국면을 경과하고 조기 대통령선거를 맞이하면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시키자는 절실함을 대변하게 됐다. 간명함과 선명함이 효과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년 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한 과제'로 부상시켰다. 국정농단과 천만 촛불, 대통령 탄핵을 목도했던 정치권은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미국·영국 등에서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며 세계적인 흐름도 이를 뒷받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약속한다. 최저임금 1만원이 정치,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진 순간이다.
 

자영업 위기 내세운 보수언론의 반격

최저임금이 결정된 다음날부터 보수언론들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거고, 일자리는 줄 거고, 그런데 그 뒷감당을 국민 세금으로 떠넘기는 것이 말이 되냐”(7월 17일 <조선일보> 사설 중)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매일경제> 등 경제지들은, 한계에 직면한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것이고, 이에 따라 고용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중 72%는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고, 28% 만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다. 전자는 사실상 실업자에 다름없는데, 문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50만 명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 홀로 자영업자-準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저임금노동자의 소비 활성화와 함께 자영업 활성화로 이어질지, 반대로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주들이 고용포기-"나 홀로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명확한 점은 따로 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프렌차이즈) 재벌대기업의 갑질 행태와 과잉착취의 결과이고, 널뛰는 임대료(지대)에 최소수익마저 수탈당한 결과란 점이다. 더구나 앞으로 있을 금리인상은 이런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더욱 재촉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과잉경쟁, 자기착취를 강화한 결과, 즉 ‘지연된 실업의 현실화’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이를 두고 최저임금 대폭인상 때문이라고 ‘선동’할 것이다. 이것이 누적·반복되면 내년 최저임금 투쟁 전선은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사장들의 반격

하지만 더 큰 우려 지점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어도 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장기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주들은 적정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휴수당 못 준다”, “우리는 얼마 이상 시급 못 준다”며 버틸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을 뻔뻔하게 무시하는 상황도 만연해질 수 있다.
 
임금 체계를 개편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시키는 더 악랄한 방법도 있다. 사업자들은 비정규직 재계약, 연봉재계약 등 각종 재계약 시기를 이용해 수당삭감, 포괄근로계약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정규직이라 해도 취업규칙을 바꿔(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지만, 개별 동의를 집단 동의인 양 위장하는 건 사업주들에겐 일도 아니다.) 각종 수당을 없애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시키는 등,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할 것이다. 연장근로를 줄여 밀도 높은 운영을 꾀하고, 교대제를 개편하려 했던 사업주들은 이참에 임금체계개편까지 강행할 것이다. 대구의 고용노사민정협의회는 2018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 불과 이틀 후 이를 권고하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피부로 느껴지려면

지난 20여 년 간 최저임금은 억제되어 있었다. 2000년(16.6퍼센트), 2004년(13.1퍼센트)처럼, 예외적으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된 시기조차 사업주들은 다양한 형태로 실제 임금 인상분은 낮췄다. 노조 조직률이 10퍼센트에 불과하고 비정규직의 조직률은 2퍼센트도 안 되는 상태에서, 사업주들의 반격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교통비와 식대가 사라졌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정기상여금이 줄거나 없어졌다.

사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인데, 노동3권을 매개로 사업주들의 임금 삭감 시도를 방어하지 못한다면, 기껏 올려놓은 최저임금이 현실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정최저임금의 대폭 인상도 지속시킬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노조 할 권리’인 셈이다.
 
 

‘노조 효과’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것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려면 또 다른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노조 효과가 필요한데, 적극적인 노조 가입, 지역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의 영향력 확대 사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난 최저임금 투쟁이 ‘연대임금’ 투쟁으로서 성과와 역사적 의미를 공고히 하려면,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금 이 순간부터의 활동이 중요하다. 2017년,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이 민주노조운동의 성과임을 알리고, 나아가 결실을 맺으려면 노동조합은 꼭 필요하다. 임금체계 개편, 수당 삭감 등 사업주들의 반동을 막기 위해서는 노조로 단결해야 한다. 일터 곳곳에서의 ‘최저임금 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최저임금 문제에서 정권과 노동자운동이 ‘차이’를 드러내야 할 지점은 여기다. 문재인 정권이 법정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해 그동안 쌓인 대중의 불만을 달래려 한다면, 민주노총을 위시한 노동자운동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함께 노동자들의 집단적 권리를 제고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자기 조직화를 통해 노조로 단결한 노동자들이, 주권자로서 한국사회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의 기준을 요구의 급진성, 투쟁의 전투성에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 핵심은 최저임금 투쟁이 노조 할 권리를 향한, 노동자운동의 거대한 전진을 이뤄내는가 여부다. 
 
 

진짜 최저임금 투쟁은 지금부터

노조 없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은 지금부터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시키려는 사업주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2018년 최저임금 대폭인상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옹호해야 한다. 예상되는 사업주들의 반격, 사측 노무법인의 노무관리 기술의 변화를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상담을 위해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산별 지역지부·지회의 상담 기능을 비약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준비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하반기 사업계획에서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올 가을부터 민주노총, 산별노조 집행부를 재선출하는 선거 시즌이 시작된다. 선거를 이유로 최저임금투쟁의 성과를 유실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대대적인 노조 가입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
 
 
필자 소개

박준도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노동시장에 대한 분석과 공단조직화사업 정책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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