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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 제13호

인도네시아 최저임금투쟁 그후

  •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한상균을 석방하라!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작년 12월 22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현지 노동자들이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항의 행동을 벌였다. 그들이 한국 정부에 요구한 것은 두 가지였다.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구속 노동자를 석방할 것과, 11월 말 인도네시아 전국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한국기업 오성전자 62명 노동자들이 복직될 수 있도록 개입해달라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인도네시아 전국총파업을 앞두고 10월 시위도중 연행된 인도네시아 노조간부들을 석방하고 최저임금 개악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보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쉬운해고, 비정규직 확대, 노동시간 연장 등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선 한국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이렇게 만났다.

2015년 10월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 3만 5000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시위를 경찰은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저항한 노동자들을 경찰은 마구잡이로 경찰차 안에 밀어 넣으며 연행했다. 이에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노동조합은 공동으로 11월 25~27일 전국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이 기간 동안 자카르타, 브카시, 메단 등 주요 도시에서 5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기업 오성전자 노동자들은 이 전국 총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측과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은 파업에 참여할 62명의 대표를 선발하고, 회사는 이 노동자들이 파업 참가 기간 동안 아침·저녁으로 출퇴근부를 기록하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회사는 경비를 동원해 이 노동자들이 출퇴근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고, 회사는 3일연속 결근했다는 이유로 62명 전원을 해고했다. 
 

최저임금 결정에 ‘협상은 없다’

3일간 전국 총파업에 나선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요구는 최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최저임금 제도 개악안을 철회하고 적정생계비를 반영하여 최저임금을 22퍼센트, 즉 50만 루피아(약 4만 원)를 인상하라는 것이었다. 정부의 개악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인도네시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별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왔다. 노동조합, 정부, 사용자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적정생계비를 계측하여 다음 해부터 적용될 인상률을 각 위원들이 제출하고 이를 놓고 협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합의한 인상률을 바탕으로 각 주정부가 인상률을 최종 공표한다. 그런데 지난 10월 15일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새로운 제도는 이러한 협상 과정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즉, 매년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하여 최저임금 인상률이 자동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적정생계비(KHL)를 갱신하고 이를 반영하여 최저임금 인상률 권고치를 도출하던 지역별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은 5년에 한번씩 적정생계비를 갱신하는 것으로 축소된다.

적정생계비를 갱신했는데 최저임금이 이에 못미치는 경우에는 이후 4년 동안 자동인상에 더하여 추가로 최저임금을 조정하게 된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를 “해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지나치게 큰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갈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는 매년 노동자들에게는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하고 사용자들은 이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 배제하고 최저임금 억제하고

노동조합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개악안을 강력히 비판한다. 노동조합들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부분은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노동자들이 입장을 내고 개입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정부가 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노총(KSPI) 사이드 익발(Said Iqbal) 위원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심지어 비민주적 수하르토 정권 시절에도 정부, 기업, 노동조합이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과정에 참여해왔다. 현 정부는 민주 정부라면서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에 대한 교섭권을 박탈하려고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이 생활을 유지하는데 실제로 필요한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물가인상률과 경제인상률만으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익발 위원장의 설명이다. 

역설적이게도 조코 위도도 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2년 자카르타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44퍼센트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승인한 주지사였다. 최근 몇 년간 노동자들의 활발한 투쟁으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최저임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5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자카르타 지역은 270만 루피아(200달러)고, 가장 낮은 이스트누사텡가라 지역은 125만 루피아(92달러)다. 자카르타 최저임금은 말레이시아(209달러)나 태국(254달러)에 못 미친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높게는 44퍼센트, 낮게는 10.6퍼센트였는데 정부가 도입하려는 공식에 따르면 인상률이 10퍼센트 미만으로 결정되게 된다.
 

지역연대-전국적 연대를 넘어 국제적 연대로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에선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주요 3개 노총이 연합하여 조직한 총파업에 200만 명이 참여하여 21개 지역 80개 공단의 가동을 실제로 멈추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무려 44퍼센트의 최저임금 인상을 이끌어냈고 이런 파업은 2013년과 2014년에도 이어졌다. 세 노총 간 연대는 인도네시아노동자의회(MPBI)를 결성하는 수준까지 발전했고, 이후에는 더 광범위한 노동운동전국회의를 결성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오늘보다》 10호, 〈역동적으로 부상하는 인도네시아 노조운동〉 참조). 

민주노총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탄압과 인도네시아 내 한국기업의 파업노동자 탄압을 계기로 만난 양국 노동자들의 국제적인 연대가 더욱더 강화되기를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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