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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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 제26호

지워진 세계

  • 독립큐레이터 박기현
 
 
이케아가 이스라엘의 유대 근본주의자들을 위해 만든 2017년 카탈로그에서 여자를 지웠다. 이미 이케아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3D 기술로 사진을 조작해서 카탈로그를 만드니 여자를 지우는 건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자가 없는 세상에서 남자 아이들은 아버지와 이케아 특유의 밝은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고 공부를 한다. 나는 그 세계의 뒷면을 상상한다. 그곳에 있는 어두운 방에서 엄마와 딸들은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와 다림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억 속 어두운 시골 부엌처럼. 

안방의 뜨끈한 아랫목은 남자들의 세계였다. 나는 부엌 언저리에서 낯선 친척 언니들과 노느라 볼이 빨갛게 텄다. 우리의 엄마들은 컴컴한 부엌에서 허리도 못 펴고 일을 해야 했고 여자 아이들은 할머니와 아랫방 큼큼한 냄새를 맡으며 무언가를 까는 노동을 해야 했다. 

이것이 이케아가 지워버린 반쪽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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