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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 제35호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상설위원회’를 만들자

기간제 교사 운동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 박영진

기간제 교사에 무심했던 전교조

촛불 투쟁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기간제 교사가 포함되지 않자, 기간제 교사들은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를 중심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교사도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기간제 교사들이 전체 교원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동안 전교조 내에서는 이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 쪼개기 계약·호봉·연가 문제 등에서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도 없었던 상황에서, 전교조 건물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대한 당혹감이 표출되었고, 일부 조합원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한, 이번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노동자 운동과 연대 의지가 높고, 실제 학교 비정규직의 철폐를 위해 연대해 왔음에도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기간제 교사들의 투쟁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전교조의 중집 입장에 대해 많은 사회단체가 반발했다. 그렇다고 당장 전교조 중집의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전교조가 중집 입장을 바꾸려면 기간제 교사 운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전교조는 조합원 가입대상이기도 한 기간제 교사들에 대해 너무도 무관심했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투쟁의 성과와 한계

기간제 교사들은 전기련을 중심으로 지난여름 내내 집회, 기자회견, 농성을 진행하면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집회에 나온 인원은 최대 50여 명이었다. 조용히 소리 없이 스페어(spare)타이어처럼 존재했던 기간제 교사가 직접 거리로 나와 자신의 노동권을 외친 것 자체가 투쟁의 성과였고, 모인 인원은 소수였지만 사회적 파장은 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동시에 한계를 보여준다. 우선 전국 4만 6천이나 되는 기간제 교사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었음에도 가장 많이 모인 인원은 몇십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투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전기련에서 별다른 로드맵 없이 계속 ‘모든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라.’고만 외치면서 투쟁의 동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투쟁 과정 중 전교조 대의원 대회에서 벌인 피켓 시위도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대의원 대회에서의 피켓 시위는 전교조 중집을 압박하여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는 의도였는데, 당시 전교조 중집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피켓 시위만으로 입장을 당장 변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교조 중집의 결정은 전교조 지도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교조의 민낯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집의 책임은 당시의 결정보다도 그동안 불합리하게 양산된 기간제 교사 문제를 간과한 것에 있다. 중집의 결정만을 압박하려는 전교조 대의원 대회의 피켓 시위는 그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전기련 회원들과 전교조 조합원들의 불신의 벽을 만든 계기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전환심의위 결과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제로’로 나온 후 장기적인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기련은 기간제 교사 조직화에 힘을 싣기보다 무리한 농성투쟁을 진행했다. 이마저도 조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전기련 대표의 헌신성에 기대어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전기련의 투쟁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며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고발하는 촉매제로 작용했으나, 전교조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낳지는 못했다. 투쟁을 통해 기간제 교사들의 내부 결속을 견고히 하지도 못했다. 투쟁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자 오히려 정규직화 방안에 대한 내부 입장의 차이가 커진 것이다. 이로 인해 집행부가 사퇴하면서 전기련의 조직력은 약화되었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갈등의 계기로 작용하는 사례는 비단 전교조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대표인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2012)』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의식이 분절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노동자 계급의 내적 통합과 계급 형성에 큰 걸림돌로 작용된다.”고 말한다. 고용형태의 차이가 이러한 인식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의 분절적 인식

조돈문 교수의 논지를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에게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규직 교사는 기간제 교사가 처한 불합리한 조건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기간제 교사를 고액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와의 차별 해소에는 일정 정도 동의할 수 있지만,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 주류이다.

그나마 일부 전교조 조합원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문제를 추상적 수준에서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대안을 논의할 때는 의식의 양면성을 표출한다. 물질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개인적 수준의 합리성과 계급적 원칙에 기초한 계급적 수준의 합리성이 갈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의 연대의 가능성은 노동조합을 통해 모색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돈문 교수가 쓴 위의 책은 2012년 당시 공공운수연맹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특별한 계기들을 통해 계급적 합리성의 개입을 겪으면서 비로소 비정규직 연대 의식을 배양하게 된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특별한 계기란 바로 ‘노동조합 간부 활동·노동시장 경험·비정규직 접촉’이다. 

일반적으로는 정규직 자신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교사의 경우 다른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상태이므로 적어도 자신의 고용안정을 우려해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교사의 경우 ‘특별한 계기를 통한 인식전환’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가능성이 커지리라 전망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 비정규직 운동의 시사점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문제가 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98년 IMF 경제위기 하에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수용은 비정규직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대응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계가 있었다. 임시고용(고용 기간의 제한), 단기간 노동(소정 노동시간 미만 노동), 간접고용(고용주-사용자 불일치), 특수고용(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종속적 노동) 등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는 노동자들조차도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이 판이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 자체가 쉽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적지 않았지만, 투쟁의 성과를 온전히 축적하지도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맞선 투쟁은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를 통한 노동자 분할 통제와 이를 통해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려는 국가와 자본의 전략에 맞선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각개 약진하여 투쟁한다면 이러한 국가와 자본의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갈등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동안 비정규직 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 확대를 위한 공동투쟁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서울 지하철 노조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구의역 참사 이후 경정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인 ‘안전업무직’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다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규직화를 추진하자,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하며 노동조합 탈퇴는 물론 피켓 시위까지 진행했다.

현재의 정규직 노동자의 실리적인 입장을 비판하고 바꾸어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반 편향으로 비정규직 노조만을 강조한다면 자본의 노동자 분할 전략에 공동으로 맞서기보다 자칫 상호 갈등을 확대하거나 적대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향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축소와 계급적 단결을 위한 투쟁 요구를 마련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전교조와 전기련의 실질적인 연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간제 교사 운동의 토대가 될 전교조 ‘기간제 교사 상설위원회’

전기련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요구가 장기적 투쟁과제임을 인식하고, 비정규직 교원노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듯 정규직 교사와의 연대를 꾀하지 않고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만을 목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혹자는 정규직 노조의 실리주의에 절망하면서 앞으로의 희망은 비정규직 노조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간제 교사 운동이 보여주듯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만으로 운동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들은 운동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조건인데, 기간제 교사만의 교원노조를 강조하면 자칫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상호 갈등을 확대하거나 적대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기존의 전기련 활동 과정에서 드러났던 편향과 한계들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한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하겠다고 했더라도 정규직 교사가 반대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 투쟁 사안을 만드는 것이다. 공동의 투쟁 사안이 반드시 ‘모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가 아니어도 된다. 작은 투쟁 사안이더라도 전체 교사운동 차원에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의 단결 확대와 강화, 의식화·조직화를 통한 운동의 주체 형성이라는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간제 교사의 주체 형성’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간제 교사 운동의 물적 토대로서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상설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기간제 교사의 주체 형성을 위해 전기련이 추구하는 비정규직 교원노조가 더 적절할지, 전교조 내에 ‘기간제 교사 상설 위원회’ 설치가 더 적절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후자가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우선 기간제 교사의 신분 불안정 때문에 시위를 해도 가면을 쓰고 할 정도로 주체로 나서기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교원노조를 만들었을 때 조합원이 얼마나 조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전교조에서 기간제 교사를 조직 대상으로 배제한 것도 아닌데, 외부에 독자적인 교원노조를 만들자는 운동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전교조 중집 결정으로 인해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를 세력화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둘 다 어렵다면 출발부터 연대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시작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기간제 교사 스스로 자기 노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교사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 같이 투쟁하며 상호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를 도모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전교조의 규약상 당장 ‘기간제 교사 상설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간제 교사 상설위원회로 조직된 기간제 교사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교사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자

기간제 교사의 노동권 쟁취는 국가의 교육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교조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파편적인 교육을 안겨주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기간제 교사들의 일자리도 위협한다. ‘고교학점제’가 본격화되면 기간제 교사 자리는 줄고, 이 부분을 많은 시간강사로 채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교원의 일자리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앞으로의 기간제 교사 운동은 전교조 내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 전기련을 포함하여 전교조를 비판했던 많은 단체가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기간제 교사 상설 위원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전교조가 내거는 ‘모든 기간제 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화 반대’라는 프레임과 다를 바가 없다.
 
전기련과 전교조는 당장 모든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그렇다면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의 목표를 공유하면서 기간제 교사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부터 실현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전교조 중집안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기간제 교사 고용안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 운동은 출발부터 ‘따로’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면서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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