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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 제33호

전교조는 기간제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전환심의위는 ‘생색내기’에 불과

  • 박영진
지난 7월 20일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애석하게도 비정규직 교사 및 강사(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회적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이하 전환심의위)’를 구성했다. 전환심의위는 5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9월 11일에 최종적으로 이들 대다수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언’에도,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7개 교사 및 강사 직종 약 4만 1천여 명(사립학교 제외)중에서 원래 당연 전환대상이었던 유치원방과후과정강사와 유치원돌봄강사 1천여 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특히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경우 고등법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정규직 전환이 좌절됐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전환심의위가 추가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인원은 ‘0명’이다. 전환심의위는 문재인 정부의 ‘생색내기용’ 회의 테이블이었던 셈이다. 
 

소극적이고 애매한 입장

상황이 이럴진대 전교조에서는 전환심의위 결과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못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동안 ‘기간제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스포츠 강사는 일몰제도’이므로 이들의 고용안정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내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9월 초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에 찬성하자는 현장 발의안이 제출됐으나 표결결과 71대 176으로 부결됐고, 지금도 전교조 내·외부에선 ‘전교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며 날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9월 25일 전교조 조합원 92명은 ‘전교조 내 또 하나의 목소리’란 제목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찬성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전교조는 “원칙적으로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찬성”한다면서도, “교사와 강사의 경우 교육적 차원, 예비교사의 수급문제, 교사의 노동권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아 일괄적인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한편, 일부 조합원들은 대의원대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입장을 조직하는 것에 대해 조직의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기에 전교조가 비정규직 교사·교원 문제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확정한 것이 옳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사만을 위한 조직이었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동자 운동은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은 제안을 하기는 커녕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뒤따르기 바쁘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을 던지자 노-노 갈등은 격해졌고, 결국 가장 많은 비정규직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 강사와 교사 직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제외’로 귀결됐다. 또한 경기도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4년 이상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제 교사를 예전과 다르게 재계약 하지 않고 해고하는 ‘합법을 가장한 해고’가 시작됐다.

전교조 결정은 이러한 상황에대해 전교조 스스로 아무 대응도 못함을 의미한다. ‘기간제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화에 대해 반대한다’고 명시한 전교조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전환심의위의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비판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전교조가 자신의 입장을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조합원의 정서를 고려한 합리적인 안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대응에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은 비정규직 교사·강사 정규직화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이 오해라고 변명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전교조의 현재 수준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 적극 결합하기 어려운 내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전교조가 안고 있는 문제는 대체 무엇인가? 

첫째, 전교조의 설립 정신이 무엇이었던가. 이름에도 드러나듯 전교조는 교사만을 위한 조직을 꿈꾸지 않았다. 교직원 노조를 지향하는 산별노조로 학교의 민주화와 참교육, 나아가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조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약 30년 간 전교조는 산별노조로 가기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았다. 학교가 ‘비정규직 백화점’이 되는 와중에도 전교조 스스로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둘째, 전교조 중앙집행위나 지회장 급의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이 기층 조합원들까지 퍼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지난 6월30일 비정규직 노조 중심으로 참여한 사회적 총파업에 전교조가 동참했던 것을 일부 조합원들이 문제 삼으며 항의했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셋째, 전교조가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인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비교사의 기회박탈’이다. 어느 직종이든 이미 노동시장에 진출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는 것은 취업준비생의 일자리를 의도하지 않게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의미 있는 이유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취업준비생(임용고시생)을 비롯한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까지 고려해 일자리를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양성·임용 과정의 획기적인 개혁, 교대 및 사대의 정원 대폭 감축 등의 장기적인 개혁 후에나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이는 당장에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의 일몰제에 대한 주장도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과연 이들이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 없는 존재인가? 필요한데 전문성이 부족한 존재인가? 만약 전자라면 많은 학생들이 개인적인 지출을 통해 배우는 영어와 체육에 대한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의 역할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성이 문제라면 이들의 경력에 맞는 연수를 통해 해결할 수는 없을까. 
 
▲ 출범 당시 전교조는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참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다른 노조와 ‘구별 짓기’보다 전교조가 앞장서서 ‘연대’를

‘전교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항 논리로 전교조는 다른 노조와 다르다는 ‘구별 짓기’를 하려는 이들이 있다. 물론 전교조는 다른 노조와 다르다. 무엇보다 교육권을 옹호해야 하는 노조라는 점에서다. 전교조에게는 노동자로서 자기 자신이 교육받을 권리라는 의미의 교육권 뿐 아니라, 노동자 자녀들의 교육권까지 옹호해야하는 특별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그러나 교육 노동자들의 노동권 옹호와 다른 노조들의 조합원에 대한 노동권 옹호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전교조가 사회적 연대 속에서 탄생했듯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를 통해 전교조 설립의 정신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다른 노조와 ‘구별 짓기’보다는 정규직 조합원들과 함께 비정규직 교육 노동자의 노동권을 어떻게 옹호할지 고심할 때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전교조가 앞장서서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 내 구성원들과 연대투쟁을 계획해 나가길 기대한다. 그럴 때만이 전교조에 대한 오해가 줄어들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교조를 신뢰하고 연대해 나갈 수 있다. ●
 
필자 소개

박영진 | 사회진보연대 교육운동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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