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칼럼64
  • 2017/07 제30호

해녀 어머니의 노동권

  • 박성용
작년 8월, 어머니가 쓰러지셨습니다. 의사는 “무슨 영문인지 쓰러진 이유를 말씀 안 하신다”고 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었음에도 119를 부르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열여덞 살에 고향을 떠나 통영에서 해녀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해녀는 개인이 사업등록증을 내고 바다의 영업권을 가진 선주에게 고용되어 그날 잡은 해산물의 절반은 선주가, 절반은 자신이 가져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입니다. 요즘은 숫자가 많이 줄었고, 돈도 예전처럼 많이 벌지 못합니다. 잠수장비 등 모든 필요 물품을 해녀가 사야하기 때문에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주들은 해녀들이 더 많이 바다에 나가, 더 오랫동안 일하기를 강요합니다. 숨을 참으며 바다 위 하얀 부표에 의지해서 5시간 넘게 일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된 일이지만 말입니다. 

해녀들은 보통 바다에서 일하다 죽거나 잠수병으로 죽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해녀는 노동을 제공해 임금을 받는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당연히 4대 보험에 가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위험 직군으로 분류 되어있다 보니 민간보험에 거절당하거나, 가입하려면 직업을 속여야 합니다. 

어머니는 항상 두통을 달고 삽니다. 가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하루는 무릎과 종아리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어머니의 병명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어머니의 동료들도 똑같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가슴의 통증을 달고, 어떤 분은 온몸의 알 수 없는 통증을 참으며, 어떤 분은 매일 두통약을 삼키면서, 어떤 분은 바다에서는 잘 헤엄치지만 육지에서는 제대로 걷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지난 3월 문화재청은 한반도 해안의 고유한 어업문화인 해녀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이자 무형문화재인 해녀들은 단지 ‘구경거리’가 아닙니다. 그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최소한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녀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그녀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불법적인 어로 행위로 인해 그들의 일터가 황폐화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지난 겨울 우리는 적폐를 청산하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촛불조차 들 수 없었던 해녀들은 지금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그녀들의 죽음을 모른 척할 순 없습니다. ●
 
 
필자 소개

박성용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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