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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 제35호

“한반도 전쟁위기는 현실…”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 하자는 대로 하지 마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팀 셔록 인터뷰

  • 김진영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 팀 셔록(Tim Shorrock). 그가 세상에 알렸던 사실은 한국 사회에 꽤 큰 영향을 끼쳤다. 

팀 셔록은 1996년 수년 간의 미국 정부 기밀문서 수집과 연구로 5.18 광주항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개입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는 80년대에 광주 현지를 직접 취재한 이래로 세계에 광주항쟁을 알리려 노력해왔다. 미국 정부가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허가했으며, 광주항쟁 진압에 군 병력을 동원하는 데 동의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하여 광주광역시는 2015년 그에게 ‘광주명예시민증’을 수여한 바 있다.

그밖에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노동법 개악과 노동운동·민주주의 탄압을 취재해 《뉴욕타임스》, 《더 네이션》 등에 기고하는 등, 한반도와 미국의 민주주의·노동권·군사주의 분야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올해 5월에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인터뷰도 한 바 있다.

10월 28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에서 인근의 재미교포 및 활동가들이 대북 적대 정책 폐기와 대화 개시로 제2의 한국전쟁을 막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팀 셔록 씨도 이 자리에 함께하여 발언까지 맡았다. 

시위가 끝난 뒤 그가 보는 현재 한반도와 동아시아 상황을 듣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 준 것과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힘써 온 지난 40여 년에 대해 팀 셔록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늘보다] 먼저 현재 한반도와 미국의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들을 수 있을까요?
 
[팀 셔록] 저는 미국이 실제로 북한과의 전쟁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번 달의 한미군사훈련을 보세요. 핵 항공모함·핵 추진 잠수함·B-1B 폭격기 등을 총동원한 엄청난 규모의 훈련입니다. 북한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CIA 국장 마이크 폼페오는 ‘김정은 참수’도 언급했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장거리 핵 공격 능력을 발전시켜 ‘핵 억제’가 가능해질 때까지 미국과의 협상을 미룰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보다] 최근에 미국 국회 청문회들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하는 말들을 듣고, 그들이 새로운 전쟁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가지 예로 그들은 근거도 없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죠. 미국의 우파 정치인들은 새로운 한국전쟁을 원한다고 보시나요?
 
[팀 셔록]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정말로 전쟁을 원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국회의 허가 없이도 북한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수 있게 허용하려고 움직이고 있어요. 당 차원은 아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막으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금 미국 국회는 전쟁과 대결을 선호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보다] 그들은 왜 전쟁을 원할까요? 목적이 도대체 무엇이죠?
 
[팀 셔록] 북한 정부를 제거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남한 정부와 주한미군의 주둔 아래 한반도를 통일시키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 목적입니다. 그래서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미국은 이 일을 지난 60년 동안 해왔어요. 계속 “북한은 곧 붕괴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요. 그러나 그렇게 믿을 근거는 딱히 없습니다. 고위층의 탈북이 늘어나긴 했지만, 큰 대중봉기가 이른 시일 안에 조직될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 역설적으로 트럼프와 그 동맹국들의 위협이 북한 정권이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일본 자민당의 총선 승리를 도운 것처럼요. 
미국 군대와 외교정책 라인의 강경론자들이 있습니다. 김정은 암살을 말하는 CIA 폼페오 국장이나, ‘전쟁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북한 미사일을 선제공격할 것을 주장하는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사람들이요. 심지어 제임스 월지(전 CIA 국장), 존 볼턴(네오콘) 같은 극단주의자들은 ‘지금 당장’ 공격을 원해요. 북한을 점령하고 핵과 미사일을 쓸어버리자고 해요. 이를 위해 남한을 희생시킬 수도 있어요. 그들은 한국인들의 생명을 신경 쓰지 않거든요.
또 저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수입의 배후가 미국 싱크탱크들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뉴스타파, 17.10.27.), 한국은 록히드 마틴·보잉·레이시온 등 굴지의 군수기업에게 중요한 시장입니다.
 
[오늘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공격을 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하는 말은 달라요.
 
[팀 셔록] 남한에 알리지 않고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요. 예를 들어 8월 중순 미 NBC에서 중요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영변의 미사일 시설들을 B1-B 폭격기 등을 동원해 폭격할 계획이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한반도 상공으로 들어올 필요 없이 국제 공역(空域)에서도 요격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보도 다음 날 남한 국가안보보좌관이 미 국가안보보좌관 맥마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남한 정부와의 합의 없이는 안 된다고 전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면 더 강하게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보다] 지난 5월에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셨죠. 그때 인터뷰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희망찬 이야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팀 셔록] 다른 나라 대통령을 평가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죠. 특히 미국인들이 한국 문제를 오랫동안 마음대로 재단해왔다는 점에서요. 어쨌든 제가 만났을 때 문 대통령은 좋은 사람 같았고, 광주 문제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5.18 기념사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에 맞서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미국이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트럼프의 모든 행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죠. 그 때문에 지금 문 대통령의 행동은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봅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 다음 날, 문 대통령은 그 연설을 칭찬했습니다. 이 사실은 제게 회의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에 전략자산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미국에 이야기하고 있죠. ‘전략자산’은 말만 좋지 결국 '죽음의 백조' B1-B, F-35 같은 미국 폭격기들을 말하는 것이잖아요. 그러한 끔찍한 무기들을 한반도에 배치해달라고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요청’을 하는 거예요. 결국 문 대통령도 본인의 선택으로 미국과 함께 대북 긴장 고조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이 평화를 원한다면, “그렇게 미국이 하자는 대로 곧이곧대로 따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쉽게 공격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얼마든지 그런 식으로 전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생각해봅시다. 버튼 하나만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오늘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팀 셔록] 만약 김정은 개인과 그 가족을 제거한다고 해도 북한 정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커요. 김정은만 제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지도부만 제거하면 북한 사람들이 알아서 남한과 미국 편에 붙을 거라는 기대는 어리석습니다. 대북 적대 정책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협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북한에 미국 대사관을 둘 수 있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도 미국 대사관이 있었어요. 상호 인정과 소통이 절실합니다.
평화운동은 한국과 미국 양국의 전쟁광들을, 한국에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군수업자들을 폭로하고 정치인들을 압박해야지요. ‘쌍중단’(Freeze for Freeze)을 제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즉 한미와 북한 양자가 군사대결을 중단하고, 그 뒤에 협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진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언제나 개성공단이 한반도 문제의 잣대라고 여겨 와서, 작년에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때 “이런, 정말로 전쟁이 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유엔 대북 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가동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는 것이죠. 제재가 문 대통령의 발목도 잡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 당국자와 전직 국무부 출신 미국의 북한 관련 민간전문가들이 만나는 ‘트랙 1.5 대화’ 채널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북한은 대화할 의지가 있고, 대북 적대 정책의 중단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당장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요. 그러나 북미 간 평화협정·불가침조약이 체결되고, 미국의 무기들이 한반도에서 철수된다면 그 가능성은 커지죠.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어겨왔다고 비난하지만 거짓말이에요. 약속을 어긴 쪽은 미국입니다. 북한이 우라늄 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비난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미국은 “그래도 합의는 파기”라고 했지요. 1994년 10월에 제네바 합의가 체결되었는데, 바로 다음 달인 11월에 공화당이 미국 의회를 차지했어요. 공화당 의원들은 즉시 제네바 합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북한은 “방금 합의를 했는데, 인제 와서 우리에게 약속한 석유를 못 주겠다고?”라며 황당해했죠. 북한이 미국을 못 믿는 이유예요.

[오늘보다] 올해 7월 미국 평화 운동가들이 한국의 사드 반대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고, 그런 인연으로 저도 미국에 와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 한미 양국 활동가들의 연대를 더욱 확장하면 좋겠습니다.
 
[팀 셔록] 전쟁은 비극이고 위기지만, 역설적으로 국제연대를 확장하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미국의 평화운동에 2차 대전은 일본 민중들과의,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민중들과의 활발한 연대를 만드는 계기였습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도 한국과 미국 민중들의 연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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