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7/11 제34호

노동조합과 여성운동

  • 정지현

여성노동자의 현실

지난 6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여성 전체 고용률은 50.2퍼센트다. 전년보다 0.3퍼센트포인트 증가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점점 늘어난 비정규직 일자리 수가 이를 말해준다. 여성 비정규직은 353만 8000명으로 290만 6000명을 기록한 남성 비정규직보다 훨씬 많으며, 전년도보다 14만 8000명 늘어났다.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315만 4000명이었던 2012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에 있다. 결국 늘어난 여성의 고용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16년째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가 1위 국가다. 이를 증명하듯 여성의 월 평균 임금은 291만 8000원을 받는 남성 평균임금의 64.1퍼센트에 불과한 186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격차는 출산 및 육아 이후 노동시장에 복귀한 여성에게 가치 절하된 저임금 일자리만 주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데, 늘어난 여성의 비정규직 규모와도 무관하지 않다.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노동시간 역시 심각하다. 장시간 노동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데, 특히 공짜 야근과 조기출근 등 무급으로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에서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남성이 하루 40분인데 반해 여성은 194분으로 나타났다. 가내 무급노동까지 계산하면 여성의 장시간 노동은 더욱 심각해진다. 장시간 유급노동에 가정 내 재생산노동의 시간까지 치면 한국 여성의 시계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한때 노동시장 진출 자체가 여성운동의 목표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여성 고용률은 50%가 넘지만, 상당수는 열악한 주변부 일자리에서 일한다. 이처럼 여성은 노동시장에 진출하기조차 어려운 시기를 지나,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자리를 채우고 있다. 

여성 고용이 확대되는 양적 상승은 있었지만 질적 도약은 없었고 오히려 권리는 후퇴하고 있다. 여성 고용의 질적 도약과 권리 쟁취를 위해 노동운동이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노동을 둘러싼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그동안 노동조합 안에서 무엇을 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노동정책 

문재인 정부의 여성노동 정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다만 2017년 4/4분기에 발표할 ‘여성고용 종합대책’을 통해 그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18일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의 ‘공공일자리 창출’, ‘맞춤형 일자리 지원’ 항목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정부는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공 일자리’ 중 34만 개를 사회서비스 분야로 선정했고, 1단계로 보육·요양 등 수요가 많고 시급한 분야 17만 개 일자리에 올해부터 인원을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2단계로 사회서비스공단 신설 및 문화·체육·환경 등 분야에서 부족인력 17만 명을 추가 충원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이처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여성노동자의 일자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외에 ‘맞춤형 일자리’ 중 여성 맞춤형 지원 항목에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확대·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기간 확대·육아휴직급여와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둘을 골자로 ‘여성고용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간 역대 정권의 여성노동 정책은 여성 인력을 활용하여 신자유주의 위기를 효율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자본의 대응 전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경향이 역전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일자리로는 다시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여성노동 정책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어떻게 부합할지 따져봐야 한다. 

먼저 여성의 주변 노동자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비정규직화는 중년 이후 여성노동자에게 특히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여성 비정규직의 비중은 40대가 21.4퍼센트, 50대가 22.4퍼센트, 60세 이상이 21.4퍼센트로 65퍼센트 이상이 40대 이상 여성노동자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거치고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성을 주변 노동력으로 편입시키는 여성 노동정책의 중단이 시급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에서 여성들이 다수 포진된 일자리의 정규직화를 포기한 것을 생각하면 이후 여성고용 종합대책도 한계가 명백하다.   

다음으로, 경력 단절이 시작되는 30대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여성 고용률은 여전히 ‘M자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고용률은 69.5퍼센트, 30대 후반 56.5퍼센트로 낮아지고, 40대 후반 68.6퍼센트까지 오르는 전형적인 ‘M자형’의 곡선의 형태는 30대를 기점으로 여성에게 경력단절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M자 곡선의 하향, 30대부터 시작되는 여성노동의 굴곡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여성노동정책에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봐야 한다. 최근 경력단절 문제가 대두되면서 각종 정책이 제시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여성에게 부과된 양육의 부담을 줄이지 않고 일·가정 양립이 당연하다는 전제하에서 마련된 정책은 의미가 없다. 재생산 노동에 대한 공적 책임 강화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40퍼센트까지 마련하겠다는 공공 보육시설의 인프라구축 계획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미 민간시장의 영향력이 너무 많이 퍼져 있는 사회서비스 분야를 어떻게 공공시설로 만들어 갈수 있을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를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재생산노동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은 공단을 통한 시설 직영, 그리고 종사자의 직접 고용 보장이다. 이에 더해 여성이 전담하는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노동조합 여성사업의 진단과 과제

노동조합은 새로운 세대·새로운 주체의 운동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의 페미니즘적 혁신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경우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여성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촉진해 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여성인력 활용’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추진되어 온 여성노동 정책을 때로는 수용하기도 했었다. 이후 과제 도출을 위해 그동안의 민주노총 여성 사업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 전략 조직화
여성노동자가 주인인 노조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청소노동자·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조 결성을 들 수 있다. 청소노동자는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인 여론을 형성하며 조직화를 추진했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 노조 결성이 이루어졌고, 매년 집단교섭을 통해 동종 직종 중 시중노임단가(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제조 부문 노동자의 평균 노임)에 근접하거나 웃도는 임금인상도 이루었다. 

양적인 확대를 넘어 여성노동자들을 활동가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 사업이 시도됐다. 

전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14만 명인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규모가 7만 명 이상이다. (학교비정규직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 학교 현장에서 70퍼센트 이상 늘어난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에 맞서 현장의 요구를 투쟁의 목표로 삼으며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의미 있는 흐름이었다.) 전략조직화를 통해 확장된 여성노동자 조직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많은 여성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      
 
○ 할당제와 성주류화 수용
민주노총은 2004년부터 임원과 대의원, 중앙위원에 대한 30퍼센트 여성 할당제를 실시했다. 노조 내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할당제는 현재 여성 임원 비율 증가 등의 성과를 보이며 제도 자체로는 안착했다. 하지만 할당제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여성 대표성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불명확하다.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요구를 기반으로  여성사업의 확대·강화를 촉진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할당제를 통해 선출된 여성 간부는 여성 조합원들을 대표한다기보다 상징적 의미에서만 존재할 뿐, 여전히 개인으로 인식된다. 

민주노총은 사안에 따라 여성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을 취사 선택하며 성주류화 전략을 수용해 왔다. 성주류화 전략은 국가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는 체계적인 전략으로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 진출을 가시화하긴 했지만, 여성노동권이 제약되는 고유한 구조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문제의식의 부재로, 이러한 주류 페미니즘 운동의 전략을 노조운동의 노선이나 전망과 별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여성사업이 성주류화 정책에 입각한 ‘기회의 평등’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임금·노동시간 등 ‘실질적 평등’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올해 3.8 여성의 날에 제기된 성별임금격차 문제의식을 계속 확산해야 한다.
 
○ 여성위원회 
노동조합의 여성사업은 여성노동자가 노조의 주체로 형성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동안 여성위원회는 대중사업인 ‘3.8 여성의 날’ 사업을 주로 맡아오면서 조직, 정책, 교육 등 기본적인 여성사업을 담당해왔지만, 여성노동자가 노동운동의 주체로 바로 서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 상설위원회로서의 여성위원회가 성폭력 해결 부위거나 여성의 날 행사단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않는 독자적 여성 의제의 추진 단위,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기여하는 단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차별의 지표로 드러난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를 바탕으로 하는 낙태죄 허용, 여성의 현실을 은폐·왜곡하는 여성혐오 등 사회적으로 여성억압의 문제가 제기되거나 노조 내에서 표출됐을 때,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민주노총 운동의 과제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와 의미를 바탕으로 사회적 요구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노조 가입 증대로 연결해야 한다. 
 
성평등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 여성교육 활성화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학습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이념과 요구를 정립하며 노동조합의 활동 조건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페미니즘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정세에 대한 인식 등 전반적인 교육사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전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교육사업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때에 따라 외부 강사들을 섭외하는 일회성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교육 대상도 여성사업 담당자나 여성 간부들로 한정되어 있다. 강사부터 교육대상 및 내용까지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하는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3.8 여성의 날을 ‘교육의 날’로 설정해, 조합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여성간부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여성 의제 해설을 내용으로 교육을 기획해 볼 수 있다.   
      
○ 여성모범 단체협약을 만들자
정기적인 여성조합원의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경우 여성조합원 비율이 얼마인지 매번 대의원대회에 보고되지만, 전체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얼마이고, 어떤 노동조건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여성조합원의 고용형태·임금격차·평균 노동시간 등 기초적인 실태부터, 여성 관련 단협안이 현실에서 얼마나 적용되었는지 현황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여성조합원의 통계에서부터 정책적인 부분까지 정부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조합답게 여성노동자 현실에 맞는 주체적 해결 방안을 만들어 가는 게 여성위원회의 역할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3.8 여성의 날을 여성노동자 실태를 밝히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여성 모범단체협약을 만들고 이를 이후 단협에 반영해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여성노동자 조직화 확대
여성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어나고, 미조직 노동자의 다수가 여성인 현실에서 여성노동자의 조직화는 매우 필요한 일이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41.0퍼센트로 그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2015년 기준 10.2퍼센트에 머무르고 있다. 민주노총의 여성조합원 비율도 24퍼센트에 그치고 있어, 전체 여성노동자 조직율은 2~3퍼센트 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열악한 임금과 노동 조건·고용 불안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권리 침해를 개별화된 여성노동자가 막아낼 수 없다. 무권리 상태의 여성노동자가 권리의 주체로 성장하는 일에 노동조합이 함께하고, 여성노동자들 스스로 노동조합을 자신의 노동과 삶에 의미를 갖는 조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34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헌한 사회서비스 분야, 간접고용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불안정한 전자 산업의 여성노동자, 가치를 존중받아야 할 학교비정규직과 청소노동자의 조직화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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