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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 2017/09 제32호

문재인 정부 전망과 민주노총이 마주한 네 가지 쟁점

  • 박준형
문재인 정부 초기 개혁 드라이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간 쌓인 묵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이른바 ‘적폐 청산’에는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반노동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일자리 확대와 같은 고용정책과 재벌 개혁 등 경제정책 역시 지난 정부에 비해 진일보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지닌 구조적 제약 때문에 긍정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화려한 슬로건과 달리 실제 저임금·장시간노동과 고용불안, 빈부격차를 해결하기엔 한계적이다. 이는 청와대도 알고 있다. 정권 초기의 개혁 드라이브가 눈에 드러나는 성과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천국제공항 방문,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일자리 창출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공공부문에서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재벌 개혁과 소득주도성장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세계경제가 최소한 현상유지를 하며 현재와 같이 한국의 주력수출품목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는 걸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낙관하기 어려움을 인식해야 한다.

첫째, 머지않아 미국 경제가 이상 현상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둘째, 현재 미국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있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 금리차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셋째, 수출이 특정 품목에 편중되어 있고, 수입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여력도 없다.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독하고, 중소기업청을 승격하여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저부가가치 수출과 중소기업의 낮은 마진율은 재벌이 지배하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다.

따라서 주주권리 강화를 통해 재벌 총수를 견제하겠다는 재벌 개혁 방안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행사하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역시 재벌 문제를 얼마나 치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과거보다 재벌 적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고, 이재용 재판과 국정농단 재조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재벌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할 것이다.

한편 정부가 제시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한국 국민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최저임금 인상 등 방법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개편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개별 정책들을 지지할 수 있다.
 
 

핵심 목표는 ‘인기관리’

퇴진 촛불의 결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권력기구 개편과 공안통치 개혁을 공언하고 있다.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 역시 앞으로의 개헌 국면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여소야대 정당정치의 우회, 재벌과 노조 양자에 대한 불안정한 동맹, 정책 이념과 이론이 취약한 상황에서의 ‘인기관리’를 핵심목표로 갖는 포퓰리즘(인민주의)적 성격 역시 갖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개혁도 ‘인기관리’의 맥락에서 속도 조절할 것이다.

국가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난무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위원회 구조는 ‘시민사회’를 정부기구로 흡수하기 위한 매개가 된다. 하지만 위원회들을 관통하는 이론적·정책적 일관성이 없어, 대증요법 수준의 정책 나열로 그칠 위험도 존재한다.
 

노동 정책의 성격과 공백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집단적 노사관계(‘노조할 권리’) 관련 대책이 부실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은 노동자간 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일자리창출 역시 규모에 있어서 상당부분 부풀려진데다 효과가 불투명하다. 임금하락과 노동유연화의 위험도 내재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설치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은 심각한 노동시장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노동자운동의 개입과 노력만큼 개혁의 폭도 진동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일자리 확대만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노조 결성·가입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 조치와 법령 개정을 이루고, 노조법 2조 개정, 원청교섭 보장, 산별교섭 활성화, 단체협약 효력 확장, 특수고용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별 노사관계를 지양하고 초기업(산별) 노사관계 활성화를 통해야 기업별 임금격차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대기업의 높은 임금, 중소영세기업의 낮은 임금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초기업 교섭(산별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을 실현해야 한다. 기업 간 ‘공정거래’만으로는 하청사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많은 경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수 야당들이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 개정만 기다릴 순 없다. 행정조치를 통해 가능한 노동기본권 보장은 문재인 정부가 즉각 실행하도록 요구해야한다.
 
 

쟁점1 : 일자리위원회와 고용 정책 대응

민주노총이 국가일자리위원회 참여를 결정하기 전, 내부에서 논쟁이 있었다. 참여 반대론자들은 일자리위원회를 노동유연화를 수용한 1998년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것으로 인식했다. 물론 정부가 “다양한 방면의 협의를 통한 신뢰 구축을 거쳐 노사정 협의를 복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만큼, ‘사회적 협의’와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니고, 1998년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교환’이 이루어질 협의기구 역시 아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해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차별해소 등 노동사회 개혁 의제가 실현되도록 압박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노동사회 개혁의 폭과 수위를 최대한 심화시키기 위해 일자리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노정교섭 추진과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병행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적절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일자리위원회가 제기하는 고용 이슈에 대해 민주노총 차원에서의 준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내부 합의가 충분하지 않아 일부 쟁점은 조직 내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이 원론적인 요구만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 곤란해진다. 물론 일자리위원회 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가 정책 추진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조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에 봉착할 위험도 있다.

고용·노동 쟁점을 둘러싼 노정 교섭은 박근혜 정부 시기의 노동 적폐를 해소하고, 행정부 차원의 시급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정권 초기에 노정 교섭을 우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회적 협의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집권이 중반으로 넘어가면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정 협의도 전략보다는 전술의 문제다. 사회적 협의에서 쟁점은 형태(노사정위원회 여부)보다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와 임금 격차 감축, 산별교섭 등, 노동시장, 노사관계 쟁점에서 ‘총노동’의 입장을 제대로 견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합의가 어려울 경우 사회적 협의 참여가 오히려 조직적 단결만 훼손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따라서 현 시기 노동개혁의 목표와 쟁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수립하고, 민주노총 내에서의 합의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 협의 방식에 대해서도 내부 의견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앞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혁, 노조할 권리 보장, 증세 등 여러 쟁점이 부각될 것이다. 예컨대 민주노총 안에서 꽤 쉽게 합의를 형성할 것이라 예상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만 해도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 내 동의가 매우 취약하단 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시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노조 내부에서 합의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노조 확대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쟁점2 : 사회적 총파업과 최저임금 인상

올해 최저임금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은 지난겨울 촛불과 사회적 총파업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든 정당한 성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노동운동의 끈질긴 문제제기와 당사자들의 투쟁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확산했다. 

한편, 노동계의 최저임금 협상에 대한 상이한 평가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가 수정안을 제출해선 안 된다는 입장과 “최저임금 1만원은 협상 대상이 아닌 기본권”이라는 주장, 인상률 쟁취 측면에서도 실패했다는 일부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매해 최저임금이 계급 역관계에 따라 투쟁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올해 사회적 총파업과 최저임금 투쟁에서 민주노총은 계급대표성을 확대하면서, 청년·미조직 노동자와의 접촉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조직화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이슈를 결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만원행동이 이러한 운동을 선도했다고 보긴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액 요구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제 요구에 근거하면서, 지역과 현장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사업과 결합되어야 한다. 그래야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미조직 노동자의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저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 인상 정세를 활용해 노동조합을 확대하고, 현장의 싸움으로 연결할 수 있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시작될 공단 등에서의 산업구조조정, 중소영세 자영업자 보호 등 경제민주화, 증세와 복지 확대 등에도 개입해야 한다.
 
 

쟁점3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가이드라인 발표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8월말까지 기관별 로드맵, 이후 이행 과정에 다양한 쟁점이 드러날 것이다. 이 정책이 올바른 기준을 형성하게 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한계도 많지만, 이제까지 현장에서 요구해왔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전환 과정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집중적인 조직화 투자가 필요하다.

한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중규직” 쟁점도 부각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모회사·정규직” 전환을 우선 원칙으로 하되, 최대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을 결성·가입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방안을 찾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차별 해소를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할 수 있다.
 

쟁점4 : 산별노조 간 경쟁과 갈등

민주노총 안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등 산별조직들 간 조직화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해결이 요원해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더욱 많은 조직 갈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경쟁은 상대적으로 조직 확대가 용이하고 업종이 복합적이어서, 특정 부문의 조직화가 가능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 정파적 분할이라는 성격도 존재한다. 

향후 노조 운동에서 정파적 갈등을 지양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최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공동교섭, 최근 추진되는 교육청 집단교섭은 좋은 사례다. 여러 노조가 연합하는 교섭 형태를 통해 갈등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조직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 차원의 개입과 관장이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노동자운동의 대응

정부의 정책은 신자유주의 폐기·역전에는 미달하고, 재벌 중심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량완화에서 최저임금 인상까지 비전통적 경제 정책, 임금주도 성장론과 4차 산업혁명 대응(산업 구조조정)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책 기조와 목표, 정책 수단이 불일치해 내적인 통일성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후 경제위기가 도래하면 문재인 정권은 우경화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정세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필요하면서도, 한편으론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급진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대중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사회운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정치적 독립성을 갖추고, 독자적인 토대 역시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은 앞으로의 전망을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마련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 정책을 기존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속선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이를 모두 거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성장이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세적 판단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격, 그 빈틈과 한계를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능동적으로 노동자들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보수집권 10년 후 집권 초기 개혁 정책 추진과 이에 대한 노조운동의 대응(공공부문 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노동개악 지침 폐기 등 적폐 청산), 동북아·한반도 위기에 대한 평화주의적 대안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장기불황 속에 문재인 정부 개혁이 처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사정 사회협약 대응과 개헌, 노조할 권리 보장 등 노동관계법 개정, 재벌 책임 강화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한국·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포스트 신자유주의 정세에서 재벌 자본의 통제와 같은 근본적 사회변화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 초반 단기적으로는 개혁을 최대한 밀고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한계’는 국정운영과 경제위기 대응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드러날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개혁 정책들은 노동자운동의 노력이 빚은 성과인 만큼, 대중적 자신감과 노동조합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규제완화·시장화 정책의 폐기와 재벌통제 등 정책대안 실현을 위해서는 노조 등 대중조직·대중운동의 강화와 사회운동-연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정부는 자유주의 정권이긴 하나, 이전 노무현 정부와는 다소 다른 지반에서 출발했다. 퇴진 촛불의 결과로 집권했고,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퇴조하며 수정되는 가운데 집권했다. 사회운동의 노력에 따라 일부 요구는 현실화될 수 있다. 노동조합도 집중할 방향을 잘 설정해야한다. 다음 글에서는 민주노총 직선 1기 집행부 활동을 돌아보며,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집중할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
 
필자 소개

박준형 |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 현재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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