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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 제28호

아무말 대잔치 대처법

  • 홍명교
촛불이 만든 대선이지만 유력 후보들은 촛불을 잊은 듯하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외친 수많은 구호들은 간데없고 미디어에선 온갖 중상, 비방, 흑색선전의 깃발들만 나부낀다.

1~2위를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양측이 서로의 아들과 딸을 두고 펼치는 비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덩달아 적폐세력 자유한국당 홍준표는 매우 질 낮은 수준의 공세를 퍼부어대고, ‘새로운 보수’를 표방해온 바른정당 유승민 역시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는 오랜 질문을 토론 내내 물고 늘어졌다.

이기면 만사형통인 선거판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여러 차례 효과를 입증해왔다. 다들 ‘네거티브 안 하겠다’ 말하지만 그 마약 같은 유혹에서 자유로운 후보는 없다. 사실에 근거하든 아니든 조금만 꼬투리가 잡히면 바로 상대를 공격한다. 그러면 미디어는 경쟁적으로 저질의 논전을 중계하고, 시민들은 경기장 관중이 되어 고개를 돌려가며 시청한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심각했다. 부르주아 정치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화당 부시는 민주당 존 케리가 말과 행동이 다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집중했다. TV광고와 인터넷을 통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케리가 이라크 전쟁과 국방, 세금, 교육 등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왔다는 게 요지였다.

부시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낸 주장은 대부분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지만, 그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선거광고의 75퍼센트를 케리에 대한 네거티브에 쏟아냈는데, 이는 역대 선거에서 나온 모든 비방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라크전쟁과 유가급등으로 국제정세는 불안했고 온갖 실정으로 지지율마저 낮았다. 국민 3분의 2가 ‘부시 취임 이후 나라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답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 재선을 노리던 부시는 자신의 장점을 선전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에 집중했다. 결국 네거티브 캠페인은 성공했다.
 
 
주류 정치에서 극단적 네거티브 전략은 치명적 유혹이다. 정치·경제·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오른쪽부터 왼쪽까지의 정책적 차이는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유권자의 판단 기준은 후보의 강점이 아닌 약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은 네거티브 전략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네거티브 전략은 신자유주의 이후 신보수주의로 변모한 지배계급의 정치전략이다. 신자유주의 정치전략은 모호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도점을 찾아 지배질서의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보수주의는 극단적인 네거티브를 통해 대중의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자기 세력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대 세력 역시 지지할 수 없게 만들어 투표율 자체를 떨어뜨린다. 나아가 자기 세력의 핵심 지지층은 유지함으로써 정치 세력화하고, 트럼프처럼 자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극단주의를 시연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난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말 대잔치’의 먹구름에 가려진 실체를 탐색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모양새이며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허점과 거짓말·속임수는 무엇인지, 평범한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나아가 단결된 민중의 보편적 요구를 조직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를 질색케 하는 네거티브 난전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배정치의 광경에서 마냥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이 자초한 오늘의 위기에 맞서 보편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뿐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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