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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 제27호

언론이 안철수를 지원하는가?

문-안 이전투구 넘어 사회 변화 목소리 강화해야

  • 홍명교 편집실장
5월 조기대선이 본격화된 가운데 예상치 못한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5자 대결 구도에서도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격차는 차이가 미미할 정도로 비슷했고,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들에서는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지난주 종료된 더민주당 경선 직후의 컨벤션 효과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가져가 몇 달 간 1위 독주를 달리던 문재인에 근접했고, (이후 추이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급기야 이번주에는 문재인의 지지율을 따라잡은 상황이다.
 
 
왜 그런가? 표면적으로는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안희정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문재인보다는 안철수 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안희정 지지자 중 63%, 이재명 지지자 중 30%가 안철수에게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의 완전 국민경선엔 200만 명이 넘게 참가해 엄청난 흥행을 일으켰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층 내 분열이 부각됐고, 안희정에 쏠렸던 지지가 문재인보다 타당인 안철수 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2002년 대선 시기 노무현 돌풍의 효과를 경험한 후, 기성정당의 당내 경선은 당의 후보를 선출한다는 의미보다는 외부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더 커졌다. 여론조사나 국민참여 경선으로 개방해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이후 형성된 다당제 구도, 나아가 박근혜 탄핵과 구속 이후 구 새누리당 세력에 대한 지지가 현저하게 추락한 상황에서 이는 기존과는 다른 효과를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민주당 오픈프라이머리의 흥행이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 된 게다.
 

무너진 ‘어대문’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 첫째, 안희정에 대한 선풍적 지지의 기반이 기존의 야당 지지층이 아닌 보수층이었고 이것이 제 자리로 돌아간 것이란 점. 둘째, 반문(반문재인) 정서의 발현이라는 점. 셋째, 새누리당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해석이야 어찌됐든 이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의 줄임말)이란 유행어(?)도 시효를 만료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의 모 빌딩을 폭넓게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꾸려진 문재인 캠프는 어떻게 하면 안철수의 ‘역전 시나리오’를 무너뜨리고 가까스로 승리할 것인지 고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허나 이에 대한 문재인 캠프의 반응은 그리 현명해보이지는 않는다. 양당 구도 형성에 당황한 문재인 캠프는 연일 네거티브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 경선에 조폭이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안철수 캠프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제기됐던 문재인 아들 취업 청탁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후 두 캠프는 연일 네거티브 공세를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지지자 일부는 ‘<한겨레> <경향신문>같은 진보언론마저’ “문재인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별 근거가 없다. 서울대 ‘폴랩’과 ‘TV조선’은 보도지수 조사를 통해 문 후보가 보수언론보다 진보언론에 의해 부정적으로 조명되는 경향이 강화됐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하루 만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 성향별 그래프’가 일부 버그 현상으로 보수와 진보 그래프가 뒤바뀐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이에 근거한다면,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이 안철수보다 문재인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실이나, ‘진보언론마저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설사 진보언론이 문재인 캠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도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비난받는 것은 부당하다. 언론이 유력한 대선 후보 등 정치세력을 객관적인 잣대를 통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가운데에도 공약 검증을 중심에 두고 누구의 대안이 보다 합리적이고 진보적인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오히려 지난 선거들에서 <한겨레> 등은 지나치게 양당 중심의 보도, 빅텐트론 옹호에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았던가.
 
따라서 문재인 지지자 일부의 진보언론 비난은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고, 실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보적 저널리스트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한국 사회에 어떤 보탬도 되지 않는다. 이를 분명히 자각하고,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선 정책들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수언론이 안철수 미는 이유

보수언론은 언제나 민주당 및 그보다 왼쪽에 있는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그런 이유만으론 숨은 저의를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보수언론들이 문재인보다 안철수 당선에 보다 호의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문재인 정권보다는 안철수 정권이 세력 재편과 부활의 시나리오를 도모하는데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한 세력 재편 시나리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통한 재집권 시나리오가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보수재편의 유리한 토대는 확실히 민주당보다 지지 기반이 빈약한 국민의당의 집권을 통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소속의원이 39석 밖에 되지 않는 국민의당으로선 정권의 안정화를 위해 타당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오른쪽으로의 정개 개편은 필수적이다.
 
둘째,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개헌에 호의적이다. 민주당은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하자고 주장하는데 비해,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함께 개헌 추진을 합의한 전례가 있다.
 
셋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과 보수세력이 현재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난망한 상황에서 ‘성공한 기업가 출신 대통령’이라는 이데올로그가 다시 필요하다. 그래야 떠오르는 대중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고, ‘창조경제’나 ‘자본주의 4.0’ 따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용이할 것이다.
 

촛불의 길은 따로 있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이런 전략이 그리 쉽게 관철되지도 않을 것이다. 첫째, 안철수 지지 상승으로 양당구도가 형성되었으나 당선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최근 안철수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문재인이 싫지만 안철수 지지도 적극적이지 않은’ 부동층의 투표 의지를 보다 꺾을 수 있다. 둘째, 보수재편을 의도한 개헌 시도 역시 녹록치 않다. 5개월 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광범위한 투쟁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회운동과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들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셋째, 안철수가 청년 및 샤이보수를 향해 내미는 ‘자수성가한 대통령’ 캐릭터의 마이너스 효과도 있다. 이는 ‘문재인은 무능력한 상속자’라는 프레임에 안철수를 대비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오늘날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더 이상 ‘자수성가’라는 신자유주의 성공 이데올로기를 쉽게 믿지도 않는다.
 
 
따라서 촛불의 열망을 기억하는 모든 시민들은 문-안의 이전투구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 촛불이 외쳤던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제시하는 진보정당과 후보를 주목해야 하며, 양강 구도가 가져오는 고질적인 병폐를 떠올려야 한다. 문-안의 비개혁성, 이전투구, 친재벌 기조를 폭로하고, 그것이 조금도 우리 사회와 삶을 바꿀 수 없음을 드러내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머뭇거리는 기성정치에 맞서 근본적 사회 변화를 밀어붙일 ‘촛불 시즌2’일지도 모른다. 촛불은 우왕좌왕하는 야당을 탄핵안 가결에 찬성하게끔 만들었고, 이재용과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냈다. 진짜 권력은 주권자로부터 나온다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스스로 증명시켰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할 기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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