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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 제27호

세월호 3주기, 이제야 발의된 기업처벌법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에게 책임을

  • 박상은 편집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기업살인법’ 혹은 ‘기업처벌법’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법이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청해진해운이 돈벌이를 위해 증개축을 하고 과적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참사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기업의 안전책임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한국의 심각한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노동조합과 일부 사회단체들이 언급했던 이 법은,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서야 다시금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피해자 가족과 노동조합 및 사회단체들은 기업처벌법이 한국에서 제정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하여, 2015년 7월 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를 구성하고 19대 국회에 입법청원을 하였다. 이 입법청원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4일 앞둔 12일,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이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라는 명칭으로 최초로 국회에 발의되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 특히 원청사업주의 의무가 명기되어 있다. 만약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이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사망 시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상해 시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은 처벌할 수 있지만 기업은 처벌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문제에 주목하여 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기업이 안전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법인에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기업내부에 안전을 방기하는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 이는 재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의미를 갖는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OECD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산재사망률을 매년 확인하면서도 한국의 기업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의무를 지키는 것보다 위반 시 벌금을 내는 것이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청해진해운처럼 안전 의무를 방기하는 기업, 옥시처럼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기업은 기존보다 훨씬 강화된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그 동안 자신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겨온 수많은 대기업들, 기업을 위해 안전을 위협하는 사업계획을 승인해준 정부부처 담당자도 자신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가는 동안, 여전히도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안전보다는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이 많은 로비와 압력을 가할 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의원들이 기업경영자의 어려움을 들먹이며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 가능성도 크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찬성의견이 91.5%로 반대(8.5%)를 압도하였다. 이처럼 기업의 만행을 사회적으로 통제하자는 요구는 1700만 촛불의 적폐청산 요구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지난 13일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여하여 모두 한 목소리로 생명이 존중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헛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 감시와 압박이 필요하다. 혹여나 기업의 눈치를 보고 양보하려든다면, 어떤 대선주자도 민심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최소한의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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