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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 제21호

[4화] PC방 알바 노동자의 비애

낮이나 밤이나 CCTV로 감시하는 사장

  • 구성 홍명교 편집실 미디어국장
  • 삽화 이재임 작가
  • 자문 이대우 금속노조 인천지부
  • 자문 이규철 금속노조 서울지부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양이 총무는 빈소로 달려갔다. 경찰이 시신을 침탈하려 하기 때문이다. 꿀벌 변호사는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공공·운수·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로 향했다. 비둘기 노무사가 투덜대며 혼자 상담소를 지키고 있던 어느 오후, 누군가 퀭한 눈으로 문을 열었다.
 
“피씨방에서 꽤 오래 일했어요. 맨날 오는 초딩 넷이 있는데요.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유독 그놈들만 겁나 시끄럽게 떠들어요. 좋게도 얘기해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의자도 쳐보고, 컴퓨터도 꺼보고, 중고딩들 시켜서 겁도 줘보고, 쫓아낸다고도 했죠. 근데 말을 안 들어요. ‘오버워치’란 게임을 시작하고 십 분이면 ‘이 새끼 저 새끼’ 별의별 욕 다 하면서 피씨방 떠나가라 떠들어요. 사장은 초딩도 어떻게 못하냐고 뭐라고 하지만 그게 쉽나? 자기가 일을 해야 알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음료수도 줘봤는데 말을 똥구녕으로 듣는지… 하…”
 
 
비둘기   그렇구나. 스트레스가 크겠어요. 그것도 일종의 감정노동인데, 감정노동에 대한 스트레스나 이런 건 아직까지 법으로 보호받기 어렵긴 해요. 힘드시겠지만 요령껏 대처해야죠.
 
“사실 제가 여기 온 건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에요. 일단 오버워치 뜨면서 손님 많아져서 일도 힘들어졌고요. 감시도 너무 심해요. 자정이나 새벽에 일하고 있을 때 사장이 종종 카톡을 보내요. 집에서 CCTV로 보고 있는거죠. 어쩔 땐 핸드폰으로도 보나봐요. ‘마스크는 왜 꼈냐’, ‘의자에 발 올리면 안 된다’, ‘손님 나갔으면 바로바로 안 치우냐’ 사사건건 감시해요. 하늘에서 일거수일투족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진짜 더럽고, 스트레스 받네요. 이런 건 어떻게 대처해요?”
 
비둘기   일단 사업장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선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돼요. 그리고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땐 시설 안전이나 화재 예방을 위해서만 가능하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요. 어떤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어야 되고요! 만약 시설 관리 목적으로 설치한 거라면, 이걸 근태 관리나 원격 업무 지시로 사용하는 건 목적을 벗어난 불법 이용이 되는거죠. 근데 이게 자의적으로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도 있어서 무조건 노동자에게 유리하진 않아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엔 보장받지 못하기도 하고요. 
 
 
“사실 여긴 분식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주먹밥, 라면, 감자 튀김 같은 분식 메뉴, 과자, 음료수, 컵라면 다 팔아요.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먹거든요. 카운터도 보고, 주방도 보고, 서빙도 하는데 음식 파는 게 제일 힘들어요. 아무리 게임하느라 혼이 팔려 있어도 손님들이 돈 주고 사먹는 거니까 최대한 위생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사장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저 사람들 게임하느라 모르니까 대충해", "무슨 그릇을 퐁퐁으로 닦냐, 어차피 또 더러워지니까 대충 물로 헹궈". 위생은 무시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죠. 심지어 라면에 젓가락 담근 채 서빙하는데요. 바쁠 땐 닦지도 않고 다시 나가기도 했어요.
그건 너무하잖아요. 근데 바쁜 날은 저도 유혹에 휩싸이더라고요. 그러다가 위생을 잘 안 지키게 되고, 나중엔 책임감도 없어져요. 잘못한 거죠. 떳떳하다곤 생각 안 해요. 그러다 한 달 전에 구청에서 단속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가게가 고발 조치되고, 과태료도 100만 원 물었어요. 근데 사장이 뭐라는 줄 알아요? 책임질 사람이 같이 책임져야 한대요. 매니저랑 저한테 25만 원씩 내라는 거예요. 개황당!"
 
비둘기   피씨방이 위생 문제로 구청에서 벌금받았는데 노동자한테 과태료를 같이 내자는 건 말이 안 돼요. 업무상 과실도 아니고. 사장이 평소에 올바르게 지시하지도 않았다면서요. 그런 분담 요구는 따르지 않아도 징계 못 해요. 사장한테 강하게 얘기해야 돼요. 법으로 대응해서 꿀릴 것도 없는데, 어쨌든 거기까지 가기 전에 사전에 확실히 하는 게 좋죠. 월급에서 떼고 준다고 하면, 그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요.
 
“우리 사장은 자기 말이 무조건 맞대요. 인생이란 게 이런 거라나? 지난주엔 월급도 깎였어요. 피씨방은 네티모라는 프로그램으로 매출 정산을 하거든요. 이건 사장이 하죠. 근데 계속 차액을 월급에서 제외하고 줘요. 저는 차액이 어떻게 해서 얼마 난 건지 알 수 없거든요. 얼마 전엔 차액이 3만 원이라면서 나중에 월급에서 제하겠다는 거예요. 밤새 일하고 집에 가는데 너무 화나고 분했어요. 월화수목금토일 하루도 안 빠지고 일하는 피순이한테 3만 원은 큰돈이거든요. 억울해요. 일단 따지긴 할 건데 정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따져야 할까요?”
 
비둘기   정산 차액 삭감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돼요. 어떤 이유에서든 사장이 임의로 임금을 삭감하는 건 안 되거든요. 노동자가 회사 돈을 수 천만 원 훔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면 몰라도, 임금 삭감은 할 수 없어요. 정산 차액에 대해서도 책임을 노동자한테 물을 순 없죠. 실수나 오류를 규명해볼 순 있지만, 그걸 규명하는 것도 사장이 할 일이지 우리가 따질 건 아니지. 물어줄 필요도 없고요.
 
"네, 그럼 일단 강하게 어필해야겠네요!"
 
비둘기   맞아요! 그랬는데도 정산 차액을 빌미로 계속 월급을 뗀다? 천 원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대응하면 돼요. 노동청에 진정을 내는 방법도 있고, 끈질기게 매일매일 요구하고 문제제기하는 방법도 괜찮을 거 같아요. 떼인 월급 받아낸다는 게 사실 법적인 방법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여기 있는 그림을 한 번 보세요! 빠져나갈 수 없을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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