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2015/12 제11호
초국적 자본에 맞서 아시아가 함께 싸우자!
아시아 노동자 국제연대에서 민주노총의 역할
팰릭스 안토니 국제노총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노동기본권이 체계적으로 침해되는 30개국 중 13개국이 아시아임을 지적한다. 그만큼 아시아 전반의 노동기본권이 열악하고, 이에 대한 저항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그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보호를 위한 이주노동자 본국과 유입국 노동조합의 연대, 중동 이주노동자센터 설치,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는 노동법 쟁취투쟁, 이주노동자 협약 비준 운동 등을 언급했다.
노동개악에 맞선 각국의 투쟁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데, <오늘보다> 10월호에서 소개됐듯 지난 9월 인도에선 에 1억5천만 노동자가 총파업에 참가했으며 이는 해고 자유, 파업권 침해, 활동가들을 노조로부터 배제하는 것 등 노동개악에 대한 저항이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몇 년 동안 임금인상 총파업 등을 해왔고 11월 24~27일에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체계에서 노조를 배제하려고 개악하는 것에 맞서는 파업 투쟁이다.
대만의 ‘하이디스 노동자지지 전선’의 첸슈렌 활동가는 하이디스 투쟁에 대한 연대를 통해 대만 운동진영이 국제연대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새롭게 했다며 “기업(자본)엔 조국이 없고 노동자에겐 국경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만 내에서의 민족주의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제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하이디스 원정투쟁단을 헌신적으로 지원했고 그 효과로 대만 내 민주노조 및 사회운동이 결집하는 한편, 민주노총 경기본부와의 자매결연으로 지속적 연대를 결의했다.
일본 전쟁법안 반대투쟁의 경과를 발표한 고야노 다케시 전 일본건설운수노조연대 서기장은 대학생·고등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운동에 참여한 것, 대규모 군중이 거리행동을 통해 민주주의의 새로운 운동스타일을 만들어낸 것 등을 이번 투쟁의 성과로 꼽았다. 이로써 일본의 민중운동, 사회운동이 획기적인 발전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반전평화 세력인 노동조합은 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한편 일본에서도 노동법 개악이 추진되고 있는데, 파견의 전면 자유화와 기간 제한 폐지, 해고 자유화, 연봉 1000만엔 이상에 대한 잔업수당 제로화가 그 내용이다.
초국적 자본의 착취에 맞선 캄보디아 노동자들
심포지엄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자는 캄보디아노총(CLC)의 소페악데이 에크 부위원장이었다.
캄보디아 섬유산업은 H&M, 월마트, 갭, 푸마, 자라 등 세계적 브랜드들의 하청업체들로서 한국, 대만 등 외국자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80달러 수준이었고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매일 10~14시간 일했다. 노동자들은 “매일 현기증을 느낀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국기업은 캄보디아 노동법을 지키지 않고 조합원이나 활동가를 해고하는 등 탄압이 극심하다. 노조를 설립하면 하청업체들은 업체를 폐쇄해버리고 다른데서 공장을 다시 연다. 외국기업은 5년간 세금이 면제인데 5년이 될 때쯤 다른 곳으로 옮겨 또 혜택을 받고 정부는 이를 눈감아 주는 식이다.
노조들은 2013년에 파업을 벌였고 정부는 100달러로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노조가 요구했던 160달러에 턱없이 모자랐다.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시위를 벌였는데 2014년 초 정부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처절한 폭력진압의 배경에는 한국기업이 있었다.(<오늘보다> 창간준비1~3호에 기획연재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최저임금을 128달러까지 올릴 수 있었다. 2015년에는 177달러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였고 2016년 최저임금은 140달러로 인상 결정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공장주(한국기업)-캄보디아정부-국제브랜드를 겨냥한 입체적 전략으로 싸운 덕분이다. 이처럼 유혈진압에 대한 공포를 딛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자 단결과 국제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발포로 노동자들이 사망하자 당시 한국에 있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분노했다.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등과 함께 본국 정부를 규탄하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3만 명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중 20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전통적으로 캄보디아와 민족적 감정이 좋지 않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도 베트남공동체에서의 토론을 통해 집회에 참여하여 연대했다.
한국 자본이 진출해 있는 이주노동자 본국의 노동자 권리와, 한국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와 행동은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에서 노동자운동에 참여하다가 본국에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에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과 본국 노조의 운동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것은 한국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 20주년, 노동자 국제연대에 투자하자
캄보디아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와, 한국 사용자에 의한 폭력에 개입하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캄보디아의 한국 투자자들이 “법 규정을 넘는 초과노동 금지, 노조에 대한 차별 금지 등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개입하고 압박해 줄 것”과 “적정한 임금을 제공하도록 압박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노총 역시 향후 과제로 초국적기업 공급사슬망 노동자 조직화와 권리보장을 위해 ‘기업의 탐욕을 멈춰라’라는 슬로건 아래 집중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 있다. 착취와 노동탄압에 앞장서는 대표적 초국적기업(1차 타깃은 삼성이다)을 선정했다. 이는 한국에 기반을 둔 초국적기업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 노동유연화, 노조탄압, 노동기본권 침해를 확산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권리 보장을 위해 이주노동자 본국 노동조합과의 연대 확대도 제시하였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한국에 보내고 있는 본국 노총들과 연대하여 이주노동자 교육,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호 활동을 확대하는 것은 조직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활동이다. 네팔,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귀국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 시험 수험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도 가르치고 한국의 노동현실과 고용허가제의 문제점, 이주노동자 권리에 대해 교육하고 선전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을 민주노총이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프로그램
민주노조운동 역량 강화와 활동가 육성을 위해 민주노총이 매년 진행해 온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을 아시아지역 노조들의 공동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확대하자는 제안도 중요한 내용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여러 나라의 젊은 노조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바, 국경을 넘어 활동가들의 교류와 연대 강화를 위해 자원을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된 시대에 ‘더 싸게 더 맘대로’ 노동자들을 부려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초국적 자본에 대항해, 노동자들이 바닥을 향한 경쟁이 아니라 노동권 쟁취를 위해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이 노동조건을 향상하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지름길일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역할은 크다. 아시아 지역에서 국제적 노동운동은 오랜 기간 국제노총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일본노총(렝고)의 영향력 하에 있다. 그러나 렝고는 일본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돕고 그에 대한 저항을 무마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친기업, 친정부적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비판하고, 민주적이며 투쟁적인 노동조합들을 지원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역할이 민주노총의 기본적 임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에 민주노총은 규모가 크고 투쟁적이고 경험이 많다. 아시아 지역 민주노조운동의 강화를 위한 투자를 민주노총이 과감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아시아 각국의 민주노조운동을 지원하고 초국적 자본의 공급사슬망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국제연대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의 렝고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매년 대규모 청년활동가 교육을 실시하여 영향력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민주노총은 해마다 7~8명의 활동가를 교육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국제연대의 성과를 일반화하여 국제주의를 민주노총 내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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