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18/03 제38호
청년 여성노동은 성별 임금격차의 출발점이다
주목받지 못한 청년여성
젊은 여성들은 그나마 낫지 않나? 문제는 경력단절 여성이지!
이는 여성노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인식이다. 실제로 성별 임금격차나 비정규직 비율을 보더라도 20대 여성은 다른 세대에 비해 그나마 낫다. 대학진학률도 남성을 앞지르고, 고용률도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청년 여성노동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는 청년여성노동의 반쪽진실만 보여줄 뿐이다. 청년여성들의 노동조건이 이후 생애주기를 거치며 성별격차의 폭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녀들의 노동에 주목해야 한다.
남성보다 고용률이 높다?
청년 여성들의 노동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실 20대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일종의 착시라 할 수 있다. 정확한 고용률을 확인하려면 학력별 졸업자를 나눠서 봐야 한다. 대졸은 고졸보다 고용률이 두 배 가량 높은데, 여성은 남성보다 대졸자가 많고, 남성은 군복무 등으로 재학 기간이 길어 여성보다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여성의 고용률이 높아 보이나 학력별로 집단을 나눠보면 다른 사실이 드러난다. ‘청년여성 취업애로요인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15~29세 인구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자인 남성의 고용률(38.5퍼센트)은 여성(36.1퍼센트)에 비해 높다. 대학졸업자도 마찬가지로 남성이(76.1퍼센트) 여성(72퍼센트)보다 높다. 최근자료인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서도 대졸 남성 취업률이(69퍼센트) 여성(66.4퍼센트)보다 높다.
경력단절은 나중의 일?
경력단절도 나중의 일이 아니다. 결혼연령과 출산이 늦춰지면서 경력단절 시점의 연령이 점차 올라가는 추세이나, 여전히 결혼과 출산은 20대 여성노동의 주요 이슈다. 2013년 지역고용 실태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졸과 대졸 여성 모두 25~29세에 경력단절 발생비율이 가장 높았다. 고졸 여성의 63퍼센트, 대졸 여성의 53.8퍼센트가 29세 이하에서 경력단절이 발생했다. (〈고졸여성청년층의 진로취업 및 경력개발 현황과 정책과제〉, 신선미 외, 2014)
출발부터 시작되는 ‘격차’
여성은 첫 일자리에서부터 남성과 격차가 벌어진다. ‘2016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첫 일자리 월평균 근로소득이 남성은 216만 원, 여성은 174만 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영세한 사업장의 여성 밀집도가 남성보다 높다. 30명 미만 사업체 여성의 종사비율은 52.9퍼센트로 남성(42.6퍼센트)보다 높고,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남성 비율(23.2퍼센트)이 여성(18.5퍼센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밀집된 산업은 보건복지 서비스업(21.6퍼센트)과 교육서비스업(18.7퍼센트)이었다. 청년 여성의 약 40퍼센트가 고용된 이 분야들의 월평균 급여는 보건복지 서비스업 189만 원, 교육서비스업 153만 원으로, 대졸 남성의 월평균 근로소득보다 상당히 낮았다. 20대 여성 다수가 처음으로 취업한 일자리가 저임금 사업장이라는 의미다. 이는 출발선에서부터 격차가 시작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첫 단추를 잘못 꿴다면?
첫 일자리의 노동조건이 열악할 경우, 직장을 이동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대졸자는 남성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높으며, 노동이동을 통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확률 역시 남성에 비해 낮다. 뿐만 아니라 남성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 동일한 직업 내 일자리 이동을 통해 임금 상승을 경험하는데 반해, 여성의 경우 이러한 긍정적 일자리 이동 경험이 쉽지 않다.(〈대졸자의 초기 노동시장 경험에 있어서 남녀차이〉, 조인숙, 2015) 즉, 청년여성들이 첫 직장이라는 단추를 잘못 꿰면 이후에도 저임금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성 집중직업 저평가,
‘나중의 일’이 아니다
출발선에서부터 성별격차가 발생하는 주된 요인은 여성들이 집중된 직업이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여성 대졸자의 40퍼센트가 교육서비스 및 보건복지 서비스업에 취업하고 있다. 그 대표적 직업인 학습지 교사·학원강사·보육교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은 노동조건이 매우 좋지 않다. 소위 여성 집중 직업에 대한 저평가는 50대 이후의 청소·간병노동 등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20대 청년 여성 노동에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노동시장을 2009년 기준 상중하로 나눠 성별 분포를 분석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여성의 경우 전체 여성 취업자의 73퍼센트 이상이 노동시장 하층에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노동시장 각 계층마다 30퍼센트 내외의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는 남성 집중 정도가 높은 전문직 및 관리직들은 주로 노동시장 상층에, 여성 집중 정도가 높은 전문직은 주로 노동시장 중간층 및 하층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집중된 전문직은 남성이 집중된 전문직에 비해 낮게 평가되어 임금과 고용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층에 분포한 전문직 여성의 직업을 살펴보면, 어학강사·보육교사·예능 강사·간호조무사를 꼽을 수 있다. 또한 조사 시점에서 2년 전보다 여성취업자 수가 더욱 증가한 하층 여성집중 전문직에는 사회복지사·보육교사·간호조무사·기타 사회복지 관련 종사원·치과위생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시장 계층별 성별직업분리에 관한 연구〉, 허은, 2013)
한마디로 현재 대졸여성들이 집중적으로 취업하는 직업 다수가 하층에 분포하는데, 이는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청년여성노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평가된 여성 집중직업의 노동조건을 향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력단절을 좌우하는 청년여성 일자리
부족한 공공보육 인프라와 낮은 남성육아휴직 사용률 등으로 여성에게 양육이 전가되는 현실이 경력단절 유발요인으로 지목되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청년여성노동의 조건을 주목해야 한다. 청년여성일자리도 경력단절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청년 여성들 가운데 시간제 일자리 경험자는 전일제 일자리 경험자에 비해 경력단절 위험률이 5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업장 규모가 10인 미만인 경우 경력단절을 겪을 위험이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경력을 지속한 여성에 비해 12배까지 높아졌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해당 업무를 대체하거나 분담할만한 사람이 부족하고, 육아휴직 등을 현실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 여성의 경력단절. 2016. 오은진 외) 즉 청년여성 일자리가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하다면, 근속에 따른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 결혼과 출산시기 노동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차별과 성희롱이 여성들을 몰아낸다
비단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만 노동시장 이탈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도 청년여성들을 일터에서 몰아내고 있다. 채용과정에서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남성’이라는 것 자체가 스펙이라고 느낄 정도다. 유사한 스펙을 갖춘 구직자 중에서 기업이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면접 과정에서는 여성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출산 계획은 있는지 묻기까지 한다. 취업이 되고나서도 여성은 결혼·출산으로 떠날 사람 취급하며 주변업무를 맡기고 승진에서 차별하는 일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샘’ 사건처럼 직장에서 위계관계를 이용한 성적인 폭력이 여전히 빈번하다. 그래서 여성들은 재계약이나 인사고과 승진 등의 권한을 가진 남성 관리자들의 성희롱을 견딜 것인지, 직장을 포기할지 기로에 서기도 한다.
청년 여성노동, 성별격차 축소의 출발점 돼야 한다
경력단절은 성별임금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재취업할 일자리 대다수가 비정규직 저임금일자리로 제한되어서다. 경력단절 이후로 성별임금격차가 급격해진다. 그런데 오늘날 20대 여성노동의 현실은 경력단절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청년여성들이 집중된 직업은 저평가되어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이 만연한 문화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일터를 하루빨리 떠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지는 않다. 최근 젊은 여성들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투 운동이 직장내 성희롱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계기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청년 여성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청년여성들의 노동이 성별 임금격차의 출발점이 아니라 임금격차 축소의 출발점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할 때다. ●
참고 자료
강민정, 〈청년여성 취업애로요인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 2016.
신선미, 〈고졸여성청년층의 진로취업 및 경력개발 현황과 정책과제〉, 2014.
한국고용정보원, 〈2016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기초분석보고서〉, 2017.
조인숙, 〈대졸자의 초기 노동시장 경험에 있어서 남녀차이〉, 2015.
허은, 〈노동시장 계층별 성별직업분리에 관한 연구〉, 2013.
오은진 외, 〈청년층 여성의 경력단절〉, 2016.
신선미, 〈고졸여성청년층의 진로취업 및 경력개발 현황과 정책과제〉, 2014.
한국고용정보원, 〈2016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기초분석보고서〉, 2017.
조인숙, 〈대졸자의 초기 노동시장 경험에 있어서 남녀차이〉, 2015.
허은, 〈노동시장 계층별 성별직업분리에 관한 연구〉, 2013.
오은진 외, 〈청년층 여성의 경력단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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