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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 제34호

괜찮은 어린이집 만드는 방법

사회서비스 공단, 운동의 확산이 필요하다

  • 서진숙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양육자에게 “어떤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국공립 어린이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린이집은 그 운영 주체에 따라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민간, 가정, 부모협동, 직장’의 일곱 가지 유형이 있다. 그 중 선호도 일순위는 단연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으면 ‘국공립이니까 믿을만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어린이집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자 조사 결과에서 항상 첫머리를 장식하는 내용이다. 무상보육이 시행된 이후 어린이집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보다는 ‘믿을 만한 정도’가 어린이집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은 국공립이니까 믿을만하고 보육서비스의 질도 더 높을 것이라는 신뢰를 받는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라는 착각

하지만 우리 사회에 진짜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일종의 ‘착각’이 있다. 《2016 보육통계》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수는 4만 1084개, 그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2859개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중 실제로 국가·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전국을 통틀어 약 80개 정도에 불과하다. 직영어린이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국공립 어린이집은 개인, 법인 등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 위탁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에게 위탁을 주는 것이다. 전체 위탁 운영 어린이집 중 ‘개인’ 원장에게 위탁한 경우는 55.7퍼센트에 달한다. 거기에 더해 위탁 원장들의 50퍼센트 정도는 이미 위탁에 재위탁을 거쳐 5년 이상 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재위탁 심사에서 떨어지는 일은 0.9퍼센트 정도뿐이라 국공립 어린이집 ‘사유화’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이 와중에 국민의당 소속 어린이집 원장 출신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6월 국공립 원장의 ‘영구위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영육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사유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비위 사건일 것이다. 어린이집의 비리, 횡령 사건은 심심찮게 보도된다. 지난 2013년 송파구 민간 어린이집 700여 곳이 무더기로 적발되며 비리·횡령·부실급식·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민간 영역 어린이집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6월 서초구 구립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운영비 횡령 사건 보도는 ‘어떻게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이런 횡령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답은 ‘국공립 어린이집도 사유화되어 민간어린이집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어린이집을 한 명의 원장에게 20년 가까이 위탁에 재위탁을 하면 가능할 법한 일이다. 이번 부산진구의 어린이집 파업사태 또한 20년간 한 명의 원장이 위탁받아 운영해 온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하면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여기에서는 개인 원장 위탁만 거론했지만, 법인·단체 위탁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부정·비리·횡령·위조 등의 사건이 빈발하고 위탁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결국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운영, 특히 장기간 한 명의 원장에게 위탁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비록 그것이 국공립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의해 운영이 좌지우지되고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민간·가정 어린이집과 다를 바가 없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환상이거나 착각이다.
 

국가 책임 보육의 우회로, 사회서비스 공단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6.9퍼센트이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은 전체 어린이집 아이들의 12.2퍼센트다. 사회복지·사회서비스 영역 중 보육 영역은 ‘공공성’이라는 담론을 꺼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민간에 내맡겨져 있다. 이런 까닭에 노동조합에서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직접 고용하는 국공립 어린이집·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국공립 이용 아동 비율 50퍼센트 이상 확대’ 등을 주요 이슈로 삼아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해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직접 운영 어린이집의 ‘우회로’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가가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해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보육노동자의 직접 고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가 있었다. 

정부가 발표한 사회서비스 공단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자. 사회서비스 공단 공약의 요지는 ‘요양·보육 부문은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해 운영하고 노동자를 고용한다.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해 34만 개의 괜찮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허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12일 국정감사 기간 중 사회서비스 공단 추진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장관은 ‘민간 (어린이집)은 잠식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결국 90퍼센트에 달하는 민간 영역은 그대로 둔 채 기존 국공립 어린이집과 앞으로 새로 생길 국공립 어린이집만을 공단 소속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공단’은 설립하지만 ‘보육의 국가책임 확대와 공공성 확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다른 측면인 보육노동자의 고용 및 처우를 살펴보자. 많은 보육노동자는 사회서비스 공단에 직접 고용된다면 고용 안정·임금 인상·처우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해왔다. 우선, 그간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노동자의 약 91퍼센트가 정규직이다. 

임금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은 매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한다. 물론 다른 직종에 비교해서 턱없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민간·가정 어린이집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노동시간·휴가 사용·교육 등에서 더 나은 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국공립 어린이집 영역과 민간 어린이집 영역을 구분하고 비교해서 발목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뱉은 ‘민간 (어린이집)은 잠식하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원장과 일대일 근로계약을 맺으며 최저임금·보다 장시간의 노동·보다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대다수 민간 영역 보육노동자들은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해서 그동안 보육노동자들에게 법보다 가까운 주먹 노릇을 해오던 고용주와 원장의 힘이 어느 정도 상쇄되고, 보육노동자들이 조금 더 한 현장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를 기대했다. 보육업계에는 매해 12월 원장과 면담을 통해서 다음 해 근로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원장 마음에 안 드는 교사들은 이미 11월을 넘어서면 또 다른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아 구직활동에 들어간다.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해 원장 또한 공단에 고용된 원장이 된다면, 그리고 교사 또한 공단에 고용된 보육노동자가 된다면 이런 관행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한 논문에 의하면 보육교사는 약 9년 정도 되었을 때 직무에 숙련된다고 한다. 그도 그럴 법하다. 만 0세에서 5세 시기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 발달, 변화한다. 보육교사는 만 0세에서 5세 전체 연령에 대해 보육과 교육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의 성장·발달·변화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영·유아기 전체 연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어떤 한 순간 아이의 행동을 더 잘 해석해낼 수 있다. 

이런 직업적 특성이 있음에도 고용이 불안정하여 보육과 교육의 경험이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직무에 대해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자연스럽게 박탈되는 것이다. 사회가 괜찮은 보육교사를 원한다면 교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한다. 그런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원장 개인에 의해 매해 고용여부가 결정되는 현재의 불안정 고용구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부모·교사·사회의 그 어떤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사회적 낭비일 뿐이다.
 

“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강요하는 ‘계속 근무 원할 시 업무지침 동의’ 요구서 ”

1. 교사의 태도
- 교사로서의 자질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될 때
- 운영자로서 용납하지 못할 학부모 항의가 있을 경우
- 예의 바르지 못한 언행·인사 예절 등
- 수업태도, 수업준비 등이 충분하지 않을 때
 
2. 아동학대
- 아동학대의 징후 및 조짐이 보일 때
   (소리지르기, 윽박지르기 등)
- 아동학대 범위의 행동이 한 개 이상 적발될 시
 
3. 조직 체계 준수
- 상부의 지시에 반항할 때
-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업무에 관해서 부정할 때
- 부정적인 태도 및 의사표현으로 위계의 질서를 무시할 때
- 원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업무 지시에 반대할 때
- 이기적인 태도로 자신의 이익과 편리만 요구할 때
 
4. 원 운영에 이바지
- 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태도
- 원의 이미지에 있어 부정적인 평가를 듣게 할 때
-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본인은 이상의 ✽✽어린이집의 업무 지침을 준수한다. 만약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여 운영자의 퇴임 권유가 있을시 이를 반성하고 받아들인다. 
 

 

 

보육노동자의 권리가 향상돼야 어린이집도 나아진다

사회서비스 공단이 추진되는 상황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그 안이함과 무책임함에 어이가 없다. 기존에 그냥저냥 운영되던 6퍼센트의 소수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서 ‘사회서비스 공단’으로 새롭게 포장하는 것에 그칠 수 있겠다는 불안감마저 든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회서비스 ‘공단’이 아닌 ‘진흥원’으로 후퇴된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어린이집 평가인증·보육교사 자격증·운영 시스템 지원 등을 관리하는 ‘보육진흥원’이 있다. 이러다가 결국 공단은 온데간데없고 진흥원만 남아 어린이집 관리만 강화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태어나 만 0세에서 5세까지 다니는 곳이 어린이집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생애 첫 선생님을 만난다. 생애주기를 보면 어린이집은 아주 잠깐 거쳐 가는 곳이지만, 이 시기가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이 믿을만한 보육과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괜찮은 어린이집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보육과 교육을 직접 실행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더 괜찮고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양육자들에게는 가정 밖 일을 할 수 있는 안정감의 토대가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회서비스 공단 논의가 국공립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민간·가정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논의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회서비스 공단을 통한 어린이집의 직접 운영·직접 고용이 더 공론화되고, 이 공론화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운동 목표가 되었으면 한다. 비록 당장은 주체 역량이 미약하다 하더라도 사회서비스 공단 논의의 확장과 대중적인 운동은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운동을 확장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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