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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 제30호

어떤 거래

  • 김영글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도록 고용된 사람들>(133 persons paid to have their hair dyed blond)
| 산티아고 시에라, 2001 
 
2001년 대규모 미술 축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 미술작가가 불법 노점상들을 고용했다. 대부분 세네갈, 방글라데시, 중국, 남부 이탈리아 이민자인 이 노점상들은 60달러씩 받고서 자신의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는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작가는 전시 공간 일부를 노점상들이 짝퉁 핸드백을 팔 수 있는 장소로 내어주기도 했다. 세련된 현대미술의 축제 현장에서, 불법 노점상들은 갑자기 그 누구보다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다. 스페인 출신의 미술작가 산티아고 시에라는 이렇게 누군가를 고용하여 보수를 지급하고 이상한 퍼포먼스를 실행시키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가 연출하고 기록하는 퍼포먼스들은 이민, 최저임금, 실업, 홈리스 등 현대사회 내부에서 작동하는 ‘제도’의 문제들을 다분히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조명한다. 기울어진 미술관의 벽을 받치고 있게 하거나,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시간당 3천 원을 받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있게 하거나, 등에 무의미한 문신을 새기는 대가로 몇 푼 안 되는 돈을 지불한다.

그가 고용하는 대상은 대부분 무직 청년, 홈리스, 매춘부, 이민자, 마약중독자다. 이 부당한 ‘거래’들은 보는 이에게 몹시 불편한 감정을 준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에 공기처럼 스며 있는 착취와 적대의 구조가 미술관 안에서 비로소 확연한 불편함으로 다가온다는 건, 아무래도 곰곰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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