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기획
  • 2017/02 제25호

이랜드파크 사태, 누구 책임이냐?

  • 이규철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사무장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시작부터 컸다. 전국의 알바 노동자 4만 4000여명한테 83억 체불이라니. 그런데 까고보니 알바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규직들도 연장수당을 못받았단다. 정의당(2017년 1월 12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못 받은 돈만 1000억이 넘는다고 한다. 노동자 탄압으로 유명한 기업답게 스케일 장난 아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을까? 전국적이고, 동시적이며,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벌어진 범죄행위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몇 년간 벌어진 범죄행위다. 다 썩어서 그렇다고 하면 편하지만 그럼 넌 뭘할 건데란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어진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자.
 

이랜드파크 사측

말할 것도 없이 주범이다. 알바를 알로 보고 ‘10분 전 출근은 매너입니다’란 말을 씨부리면서 알바 임금을 십 원짜리까지 해먹었다. 해먹은 내역을 보면 이건 도저히 의도와 고민이 없지 않았으면 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몰랐다는 변명은 불가능하다. 확신범이다.

한가지 더, 이랜드파크만 그랬을까? 이랜드파크 박형식 사장만 나쁜 놈이었던 걸까?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랜드그룹에서는 이랜드파크에서 임금 떼먹는거 보면서 다른 계열사들을 닦달했을 것이다. 너네도 저렇게 좀 하라고. 이랜드파크의 2016년 총포괄이익이 104억이다. 임금체불액은 83억. 어떤가? 이랜드그룹에서 다른 계열사들을 가만 놔뒀을까? 이랜드파크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까지 조사를 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무사, 노무법인, 변호사

분명히 누군가 있었을 것이다. 휴업수당은 이렇게, 연차수당은 이렇게, 정규직은 포괄임금으로…. 법적 지식으로 무장한, ‘사자 돌림’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근로계약서 손봐주고, 취업규칙 정리해주고 각종 수당 떼먹는 방법 알려주는 사람들 분명히 있다. 이들은 자신이 ‘컨설팅’해주는 것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의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라고 알려준 그들의 행위는 범죄교사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전국에 청, 혹은 지청을 두고 있으며 그 청에는 근로감독관들이 있다. 이름이 근로‘감독’관이다. 노동사건과 관련해서는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수갑도 있다! 당연히 이들의 주 업무는 근로감독이어야 한다. 그런데 잘 안한다. 본인들은 못한다고 주장하나 안하는 거 맞다. 생각해보자. 이랜드파크가 저렇게 월급을 떼먹는 동안 알바노동자들이 한명도 노동청에 진정을 안 넣었을까? 만약 한 명이라도 넣었다면 그 사건을 맡은 감독관은 설마 그 회사 관리자가 진정 넣은 사람만 미워해서 연차수당도 안주고 휴업수당도 안 줬다고 생각했을까? 에이 설마. 당연히 그 감독관은 이랜드파크의 근로기준법 위반이 광범위하며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조사 과정에서 알았을 것이다. 그냥 넘긴 것이다. 진정 넣은 사람 것만 받아주고-아마도 몇 십 퍼센트 수준으로 합의(후려쳐)해주고-끝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변명했을 것이다. 난 바쁘니까, 진정사건 밀려있는 게 몇 개인데…. 그렇게 알바노동자들의 임금은 떼먹혔고 진정인의 마지막 외침은 묻혔던 거다. 고용노동부가 자기들이 잡아냈다고 보도자료 내며 으스댈 일이 아니다. 자기 일을 안 했던 거다. 범죄 방조다. 한가지 더, 고용노동부가 알바 체불 83억 잡아냈다고 요란뻑적하게 보도자료내고 나서 정규직 체불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말 일을 안 했다. 근기법 위반 잡는다면서 알바들만 뒤지고 정규직은 안 뒤졌다? 족구하지 말라 그래라.
 
 

전국의 사장놈들

이랜드파크만 했을까? 이 좋은 걸 자기들만 알고 있었을까? 예전에 모 사용자단체에서 ‘휴업수당에 대응하는 법’을 공문으로 회원사에 내려보낸 적이 있다. 내용은 휴업수당으로 하면 평균임금 70퍼센트를 줘야 하니 휴업이 아니고 ‘휴직’으로 하면 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대놓고 범죄행위를 알려준거다. 이거 받은 사장들, 대강이라도 전해 들은 사장들, 다 써먹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일이다. 그뿐이랴. 연차수당 떼먹는 법, 포괄임금으로 연장수당 떼먹는 법, 최저임금 안 올리는 법, 휴게시간 늘리는 법 등 월급 떼먹는 방법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수많은 사장놈들은 이런 범죄행위를 아무 거리낌없이 저지른다. 왜? 처벌이 약하니까. 걸리면 주면 끝나니까, 무엇보다 니들은 개, 돼지니까. 이들은 이번 이랜드파크 사건의 공범이다. 
 

노동운동

우리 조합원들, 노동운동가들 중 애슐리 갔던 사람 없을까? 자연별곡은? 가서 가족들하고 밥먹으면서 서빙하고 계산하는 알바 청년들 봤을 거다. 대부분 보기만 했을 거다.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노동자의 든든한 벗이 되겠다는 민주노총,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직 공장 밖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이 부족하다.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노동조합에 신규 조합원을 조직하는 일을 주요 업무로 하는 활동가다. 노동자 상담도 하고 선전전도 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부족한 점,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직 민주노총은 알바 청년들의 든든한 친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공장 밖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우산을 씌워주고 있지 못하다. 직무태만이라는 뼈아픈 말을 쓸 수밖에 없다. 최소한 우리가 말로 떠드는 만큼이라도 하자. 
 

헬조선? 싸워야 바뀐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에는 이런 일이 없었나? 혹은 알고 있는데 제기를 못했을 수도 있다. 혼자니까. 잘리면 안 되니까. 나중에 퇴사하면 받아야지. 아마 이런 생각들 했을 거다. 참지 말자. 그럴 때 참지 말고 상담하라고 나 같은 사람이 있고 민주노총이 있는 거다. 참지 말고 상담하자. 그리고 노동조합 만들자. 퇴사하고 노동청에 이를 생각 말고 노조 만들어서 사장하고 맞장 뜨자. 헬조선? 그래야 바뀐다.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정기구독
태그
여성 페미니즘 여성주의 포스트페미니즘 앨리 맥빌
관련글
삼성 이재용이 해먹은 4조원짜리 공짜 점심
붕괴한 성역, 건재한 성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