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7/07 제30호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 무엇의 ‘마중물’인가?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노조 조직률 30퍼센트 시대의 ‘견인차’될 수 있을까?

  • 공성식
문재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국정 제1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마중물’ 삼아 무엇을 퍼 올리려 하는 것인가? 우물의 마른 수맥을 뚫기에 충분할 것인가? 마중물로 퍼 올린 물이 누구를 위해 사용될 것인가?
 

비전2030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일자리위원회가 6.1일 발표한 <일자리 100일 플랜>에는 민간과 기업의 역할이 강조됐다. 81만 개라는 목표치도 빠졌다. “공공부문은 필수 공공서비스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확충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간부문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한국의 공공부문의 취업자 비중(전체 취업자수 대비)은 대략 8~9퍼센트 수준이고, 사립학교 교직원,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민간기관을 포함할 경우 약 11퍼센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공부문 취업자 비중은 북유럽의 국가들이 30퍼센트대로 가장 높고, 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20퍼센트 중반대로 높은 편이다. 캐나다, 호주 등도 20퍼센트 수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도 10퍼센트 후반대다. 이렇게 보면 공공부문의 고용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자리의 소속만 민간에서 공공으로 옮겨진 것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공공부문에서 단기적으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효과보다 공공서비스 확충을 통한 간접적이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일자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기 아주대 교수는 «시사in» 칼럼(제495호)에서 스웨덴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스웨덴이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일자리의 90퍼센트가 공공서비스 부분에서 발생하면서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여성에게만 할당됐던 육아와 노인 서비스가 공공부문으로 이전되면서 발생한 효과라 주장한다.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증가하는 등 소수자를 위한 복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참여정부 말기에 발표된 ‘비전 2030’의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전 2030은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지만 경제는 기업 주도의 신자유주의 기조를 지속하되 국가는 선제적 사회 투자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이른바 ‘좌파 신자유주의’의 모순 속에 좌우파 양쪽으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필수 공공서비스의 확대·강화는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도 신자유주의적 공공개혁 정책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반성이 경제 정책 전반으로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지만, 이론적, 현실적 한계도 있다.(《오늘보다》 6월호,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와 노동자운동의 과제” 참고)

재벌 중심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공공서비스의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사회서비스 국가책임 확대와 서비스산업 규제완화가 동시에 추진된다면, 공공부문은 시장의 하위파트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보다 급진적인 확대 전략, 시장화된 부문의 공공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재벌 주도 경제 체제의 변화 없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민간을 선도할 수 있을까?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또 다른 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남용, 특히 무분별한 외주화로 인해 경제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사망사고 등으로 해당 노동자의 생명은 물론 국민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처우를 개선하여 전체 일자리의 ‘질’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로 과거 정부의 전환 정책에 비해 전환 범위가 기간제뿐 아니라 단시간, 간접고용, 민간위탁 등으로 확대되고 전환 대상 역시 상시지속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완화하여 대상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 될 것인가는 차치하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동근의 글에서 다루고 있다), 과연 민간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인가? <일자리 100일 플랜>은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로드맵을 8월에 발표하되, 비정규직 차별 관련 제도개편, ‘사용사유 제한제도’ 도입, 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도입 검토 등을 담겠다고 한다.

주목할 부분은 사용사유 제한 제도의 도입이다. 현재는 기간제 노동의 경우 사용기간의 제한만 도입되어 있고, 파견을 제외한 간접고용의 경우 별다른 규제가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비정규직법 제·개정 당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 도입을 요구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지 않으면 현재 국회 상황이나 경영계의 저항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간까지 아우르는 법의 개정은 어렵더라도 공공부문에서부터 사용사유 제한이 원칙으로 확립된다면 민간의 노동시장에도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운동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부터 제대로 된 사용사유 제한이 실현되는 것이 급선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으로 간주하는 기간제법 상의 사용기간 제한 제도를 구현한 것에 불과했다. 쪼개기 계약, 2년 전 해고 등 법의 맹점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또 대상자의 선별적 전환 등 법 취지보다 못한 측면도 있었다. 전환된 업무에 다시 기간제 비정규직이 채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노동운동의 대응도 바로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 계절적이거나 기간이 있는 사업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상시지속 업무로 규정되어야 한다. 해당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 고용이 이뤄지도록 지침을 만들고, 현재 종사하는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2차 노동시장 임금·처우개선으로?

〈일자리 100일 플랜〉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함께 최저임금 1만원 2020년 달성, 법정 근로시간의 52시간 단축을 일자리 질 높이기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1차 노동시장, 즉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의 유연성 확대에 초점을 둔 것과 대별된다. 문재인 정부 역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주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접근 방식이 완전히 바뀐 것인가?

문재인 정부 고용 정책 수립에 깊숙이 개입해 온 배규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포용적 고용시스템’을 노동시장 개혁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아래 표 참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과정에서 지나치게 분절화, 파편화, 이중구조화된 구조를 개혁하여 ‘포용적 고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시스템은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 특히 여성과 중고령자, 청년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차별을 없애고 격차를 축소함으로써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사다리를 넓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문재인 정부의 전체 정책 기조로 볼 수는 없지만 부분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와 달리 2차 노동시장의 임금과 처우 개선을 중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한 노동시장만의 격차 해소가 아니라 원하청 관계 등 경제 전체의 민주화와 연계시키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혁 의제는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1차 노동시장의 집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가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선거의 부담도 줄어드는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고임금자 임금인상 억제,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간 단축 등의 의제가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연금 개혁 등 복지제도 개혁도 잠재적 이슈다.

따라서 이러한 의제에 대한 노동운동의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기업 중심의 종신고용-연공형 임금을 특징으로 하는 과거의 고용시스템의 방어만으로는 변화된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임금,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적극적 대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포용적 고용시스템에 대응하는 노동자운동의 통합적 대안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마중물 삼아야

문재인 정부는 집권 100일 동안 정부조치만으로 추진 가능한 과제들은 가시적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동력을 확보하여 본격적인 개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은 공공서비스 확대·일자리 질 개선 등 긍정적인 물줄기의 마중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후 마른 우물에 지속적인 물줄기가 되기엔 역부족이고, 노동자에게 독이 되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노동운동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집권 100일의 빠른 개혁 조치를 활용해 이후 대응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공공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기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상시고용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으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민간으로 확대하기 위한 올바른 기준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정부 정책을 마중물 삼아 노동이 주도하는 한국사회 개혁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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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식 |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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