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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 제27호

적폐청산과 작별하고, 삼성과 손잡으려는 문재인

제2의 친재벌 밀월을 예고하는가?

  • 이상욱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과 중앙일보 전 회장 홍석현이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확한 회동 시점은 12일이었고, 장소는 홍석현 자택이었다. 인터뷰에서 홍석현은 “문 후보가 외교와 통일과 관련된 내각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유력 대선 주자 문인이 과거 <삼성 X파일>로 드러난 헌정 유린의 총책임자에게 입각 요청을 한 것이다. 문재인이 적폐청산 요구를 사실상 폐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이 만난 홍석현은 누구인가

홍석현은 1999년 보광그룹(삼성그룹에서 분리) 증여세·양도세 탈세, 리베이트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000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판결 받는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8.15 특사로 사면복권 된다.
 
그 후 중앙일보 사장이던 2005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주미대사로 발탁된다. 부패한 기업가이자, 재벌특혜를 입은 부적격 인사임에도 노무현 정부는 임명을 강행한다. 그로부터 5개월 만에 이른바 <삼성 X파일>이 MBC를 통해 폭로되면서 헌정 유린의 총책임자임이 밝혀진다.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 이학수 본부장과 모의하여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10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 전달과 검사들에게 ‘명절 떡값’ 로비를 추진했다. 당시 이건희는 삼성 정치자금 전달 담당을 홍석현에게 일임했다. 그러나 안기부(현 국정원)의 불법적인 도청·녹음이었다는 이유로 제작·유포한 이들만 처벌받고, 홍석현을 비롯한 X파일의 관련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최근 홍석현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손석희를 영입하고, '박근혜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손석희를 지킨 언론사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기 포장과 달리 그는 엄연히 삼성왕국의 '삼성가' 사람이고, 과거 정경유착을 주도한 한국 사회 병폐의 주범이기도 하다.
 

적폐청산 폐기하고, 표를 구걸하다

얼마 전까지 반문·중도보수 진영을 규합하려했던 자를 직접 찾아가고, 과거 헌정유린·정경유착실세에게 입각을 제안한 배경은 무엇일까. 촛불집회와 탄핵 심판이 진행될 때, 문재인은 한국 사회의 ‘적폐청산, 적폐 대청소’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이 대연정 카드를 제시하며 외연을 넓히자, 초점을 적폐청산에서 ‘적폐정치세력’ 청산으로 이동시켰다.
 
그럼에도 과거 새누리당을 지지했다가 안희정→안철수로 이동한 유권자를 무엇이라 규정할지가 문제로 남는다. 그 결과 보수층을 자극하는 표현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적폐청산’이란 구호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촛불이 타오를 땐, 촛불민심을 받아 안겠다고 이야기 했지만, 박근혜가 파면되고 조기대선이 시작되자 본색을 드러냈다. 안철수와의 지지율이 좁혀지자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재벌과 보수 세력에게 표를 구걸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는 사드배치에 관한 입장도, 적폐청산에 대한 방향도 촛불과 엇나가고 있다.
 
 

삼성과 홍석현은 적폐세력이다

지난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숨은 물주가 삼성임이 밝혀졌고, 이재용은 구속됐다. 재벌 대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통해 특혜와 편의를 원했고, 그 연결고리가 하나둘 밝혀져 왔다.
 
그간 삼성은 불법대선자금, 떡검, 차떼기 등의 사건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홍석현은 언론사 사주로써 헌정유린의 직접 책임자이고, 불법탈법의 삼성 경영승계를 옹호하고 대변해오기도 했다.
 
따라서 문재인은 ‘적폐’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를 청산하기 위한 구체적인 출발점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고, 노동자의 삶이 후퇴해 온 역사와 현실을 바로 잡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홍석현을 주미대사로 발탁하고 삼성과의 밀월을 시작했던 과거를 반복한다면 한국사회 변화를 염원한 주권자들의 직접적인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촛불은 박근혜 게이트를 거치며 한국사회의 재벌체제를 변화시켜야 새로운 세상이 가능함을 인식했다. 재벌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의 성장과 괴리되고, 소득불평등은 심각해져서 노동자민중의 삶이 왜 벼랑 끝으로 내몰렸는지 이유를 찾아냈다. 그렇게 촛불은 재벌체제가 한국사회의 심각한 적폐라고 선언했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촛불민심을 거부하고 적폐를 유지하는 처사이다. 문재인 후보에게 묻는다. 홍석현이 적폐세력이 아니라면 누가 적폐세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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