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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 2017/04 제27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혁의 복잡한 함수

  • 이유미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촛불 열망을 실현할 ‘재벌개혁의 적임자’라고 자임한다. 각 후보들의 재벌개혁 정책은 ▲재벌 총수를 견제하기 위해 주주권한을 강화 ▲경제력이 재벌로 집중되는 것을 완화 ▲중소기업이나 상인들에게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공정거래 준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삼성·현대차·SK·LG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에 재벌장학생이 많아서 재벌개혁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심상정 후보는 재벌 3세 경영세습 금지를 말하고 있고, 유승민 후보는 재벌이 지배하는 왜곡된 시장경제를 공정한 시장경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이 재벌 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었고, 재벌체제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서다. 재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재용의 구속수사를 이끌어 낼 정도로 컸다. 이번 대선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골목상권 침해와 하청기업 불공정거래가 이슈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한의 지배?

삼성의 경영승계에서 관건은 이재용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최소비용으로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은 0.6퍼센트에 불과하다. 이건희와 계열사 지분을 합해도 18.47퍼센트로 높지 않다. 삼성이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했던 것도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총수 일가는 삼성전자를 삼성생명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순환출자와 금융계열사를 통한 삼성전자 지배는 유지되기 어렵다. 경영승계를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지목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에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구속으로 구체적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워졌지만, 속도가 지연되었을 뿐 지주회사 전환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은 크게 제조업 계열사를 삼성전자 아래 두고, 금융업 계열사를 삼상생명 아래 두면서, 이재용이 삼성물산을 통해 양자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적으로는 산업과 금융 두 부문을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로 두어야 하는데, 이는 지주회사 재편의 마지막 단계로 중간금융지주가 허용돼야 추진이 가능하다. 따라서 단시일 내에 쟁점이 되진 않을 것이다.
 

지분 뻥튀기의 마법

지주회사 전환 과정의 쟁점은 자사주 활용이다. 이미 재벌들은 지주회사 전환을 지배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인적분할과 공개매수를 통해 지주회사의 지분을 추가비용 없이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사주까지 활용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요건(상장회사 20퍼센트)을 충족하기 위해 자회사 주주로부터 공개매수를 하는데, 일반주주들은 자회사인 사업회사 주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극적이지 않다. 반면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길 원하는 총수 일가는 공개매수에 참여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린다. 총수 일가의 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과 교환하는 것이라 추가비용 없이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자사주 자체도 활용할 수 있다. 주주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지주회사와 자회사에 동일한 지분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사주도 그 지분만큼 자회사에 지분이 생기고, 본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회사에 대해 의결권이 생긴다. 지주회사로서는 자회사 자사주 지분 덕택에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하는 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즉,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면, 자사주 13.3퍼센트만큼 자회사 지분을 배정받아 의결권이 생긴다. 

결국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 20퍼센트를 충족하기 위해서 추가로 6.7퍼센트만 확보하면 되는 셈이다. 추가지분은 이건희나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과 교환하면 20퍼센트가 충분히 충족된다. 이는 동시에 총수 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주회사 전환과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악용되고 있어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자사주에는 자회사 신주배정을 금지하거나,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를 소각하자는 법안이다. 따라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자사주는 지속적인 쟁점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보험계약자만 불리한 
금융지주사 전환

또 다른 쟁점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다. 삼성생명은 총수 일가가 우회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핵심고리다. 하지만 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5퍼센트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현 상태에서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면 금산법 위반인 셈이다. 이를 피하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18조5474억원 중 6조2000억원(2.55퍼센트)어치를 팔아야 한다. 또, 보험업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어 지속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때 이재용으로서 두 가지 난점이 있는데, 첫째는 삼성생명을 인적분할 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경우 자산이 감소해 보험회사로서 지급여력이 낮아질 수 있어 금융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고, 보험계약자들의 이의제기도 없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차익을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삼성이 승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험계약자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면 사회적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융당국 허가도 어렵게 할 수 있다.
 
 

문재인의 ‘재벌개혁’

이재용 일가의 경영승계 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의 입장을 살펴보자. 문재인의 정책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이하 김상조)의 입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인정하되,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벌개혁의 가닥을 잡고 있다.

김상조는 현 지주회사 제도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강화 및 세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다단계 교차출자 구조보다는 지주회사로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관점이며, 자사주를 직접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주회사 전환 자체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행 지주회사 제도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에 개선방안도 제시한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있는 외부주주들이 지주회사의 경영판단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다중대표소송)과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세제 혜택을 주는 것(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조정)이다. 지주회사 스스로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단기간 실행보단 중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총수지배의 세련화!

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삼성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은 녹록치가 않다. 일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통합처럼 계열사 분할과 합병이 수차례 이뤄져야 하는데, 쟁점이 되는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져 사회적 승인을 얻기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이토록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정도로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한지, 그나마 차선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원리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 역시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제도는 IMF 이후 재벌들의 순환출자로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자 도입되었다. 그리고 지주회사를 통한 재벌 경제력 집중이 우려되어 이를 제어하기 위해 높은 자회사 최소의무 지분율, 손자회사 금지, 부채비율 제한 등의 규제조항도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2004년과 2007년에 대폭 규제가 완화되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그 결과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 다수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전환 이전보다 높아졌다. 황제경영 체제를 대신해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명목으로 도입된 지주회사 체제가 집중성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제한된 선택지를 거부하고
재벌 체제를 바꾸자

이처럼 현행 지주회사 체제는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제도 자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지주회사 제도는 재벌에 의한 소유·지배 괴리의 해법으로 제시됐었다. 모회사인 지배회사가 피라미드 형식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총수 일가의 기업집단 지배를 온존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 입장에서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이란 총수 일가 지배를 ‘세련된 방식’으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촛불 광장에서 우리는 재벌체제 변화에 대한 열망을 확인했다. 이를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나, 세련된 총수 지배인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선택지에 가둘 필요는 없다.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을 곧바로 주주권한 강화로 등치하거나, 총수경영의 반대가 전문경영인의 경영이라는 선택지도 마찬가지다.

총수 일가의 경영승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덧붙이는 말

이유미 | 재벌문제, 노동자운동 강화에 관심을 가지고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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