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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 제27호

미세먼지, 중국발인가 한국발인가

스모그는 평등하지 않다

  •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
“스모그는 평등하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새로운 환경위기를 분석한 책 《위험사회》의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강남의 수십억 원대 아파트에서 호사를 누리는 사람도 동자동 쪽방에서 굽은 몸을 뒤척이는 사람도 모두 봄이면 서울의 탁한 공기를 마신다. 

하지만 오염된 환경에 대한 대처 능력은 계층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들은 공기청정기를 구비하고 건강검진과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누군가는 하루하루의 생존을 위해 뿌연 거리에서 리어카를 끌고 공장에서 매캐한 증기를 마신다. 

스모그는 평등하지 않다. 나아가 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제공자이자 그로부터 이익을 입는 수혜자는 주로 선진국, 대기업, 고소득자들이다.
 

매년 봄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우리에게도, 이 먼지가 어디서 온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매운 공기는 누가 만든 것인가? 우리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제 눈의 대들보를 보지 못하는 호들갑꾼인가?
 

미세먼지 유발자는 누구인가

3월 30일, “중국 미세먼지로 한‧일 한 해 3만 명 조기사망”(KBS)과 같은 보도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이 중국이라는 세간의 통념에 부합하는 내용인데다, 연간 3만 명이라는 조기사망자 숫자는 충격적이었다. 이런 기사들은 모두 유명한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이전된 지구적 대기오염과 국제무역의 초국경적 건강 영향(Transboundary health impacts of transported global air pollu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이라는 논문을 해설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논문의 초점은 한국 언론에 선정적으로 쓰인 것과는 달랐다. ※ 이하 논문 내용에 대한 설명은 장재연 교수의 글 “중국발 미세먼지 한국 일본 3만명 사망 네이처 논문의 실제 내용”을 주로 참고했다. blog.naver.com/free5293/220971736511
 
논문의 주제는 국제 무역으로 인한 대기오염의 이전이 각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저자들은 세계를 13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 간의 영향을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몽골, 북한, 일본과 함께 ‘기타 동아시아’ 지역으로 묶였다. 이 논문은 미세먼지PM 2.5(초미세먼지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로 인한 조기사망자 숫자를 2007년 전 세계 345만 명으로 추산했다. ※ 장재연, ‘우리나라 초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가 아니다’ 참고 blog.naver.com/free5293/220719377155
 
논문에 따르면 중국이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가장 많아 119만 명이었고, 그 다음이 인도 58만 명, 기타 아시아(주로 동남아시아) 45만 명, 중동 및 북아프리카 28만 명, 동유럽 22만 명, 서유럽 20만 명의 순이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기타 동아시아는 약 8만 9천여 명이었다. 

또,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 345만 명 중에 장거리 이동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날라 온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은 평균 12%였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장거리 이동 미세먼지로 인한 희생자의 비율은 달랐는데, 우리나라가 속한 기타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전체 조기사망자의 38%인 3만 4천 명으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34%인 3만 명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 언론들의 보도내용이 크게 어긋난 것은 아니다. 기타 동아시아 지역에 포함된 북한과 몽골을 제외한 채, 한국과 일본만을 언급한 것은 오류가 있으나 이들 지역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오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대중들의 정서에 맞게 ‘가공’했다는 점에서 과장 보도한 것이다.
 
 

생산지와 소비지, 누가 더 큰 책임을 가지고 있나

논문의 초점은 한국 언론의 관심사보다 훨씬 폭넓고, 보다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산업입지 이전과 국제무역으로 발생하는 오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그 피해는 누가 보고 있느냐는 문제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오염물질 배출국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그 물건들을 최종(또는 중간) 소비하는 곳은 정작 미국, 서유럽, 일본과 한국 등이다. 더군다나 그런 생산과 소비의 최대 수혜자는 애플이나 삼성과 같은 초국적 기업이고 그들의 본산지도 선진국이다. 그렇다면 값싼 노동력과 낮은 환경기준을 찾아 생산입지를 이동시키고 싼 소비재로 이득을 얻는 선진국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을까, 아니면 그것을 생산한 개발도상국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 것일까?

논문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 소비할 제품을 만드느라 발생한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중국에서 24만 명에 달한다. 즉, 2007년 중국의 미세먼지가 초국경적으로 이전되어 희생된 조기사망자는 전 세계 6만여 명이지만, 서유럽과 미국에서의 소비로 인해 중국에서 발생한 조기사망자는 10만여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세먼지 피해의 순수출국이기 보다는 순수입국이다. 국제무역으로 인한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커지고 그에 따른 환경오염의 유발지역과 피해지역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초국적 환경위기의 대응법

이런 질문은 기후변화 문제에서 먼저 제기된 것이기도 하다. 2015년 TUED(에너지민주주의를위한노동조합네트워크) 활동가 숀 스위니가 방한한 적 있다. 당시 국내 노동조합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스위니는 자신의 노트북을 가리키며, “내가 쓰는 이 노트북을 만든 중국 노동자가 온실가스 배출했다고 비난 받습니다. 그런데 누구 책임이죠?”라며 되물은 적 있다.
 

지금 우리는 미세먼지의 책임이 중국에 30%가 있는지, 70%가 있는지를 두고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물론 초국경적인 미세먼지의 발생원인과 이동경로, 그리고 그 피해지역이 어디인지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은 향후 대책을 세우기 위한 기본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비중이 설사 70%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떤 이유에서 무엇을 생산하기 위해서 발생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은 비단 ‘과학적 조사’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를 이끈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이득을 얻는 지역이 어디인지, 또 돈을 버는 사람과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는 기후변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좋은 마스크를 고르는 문제이거나 중국과의 외교협상을 통해 현명한 정책 협조를 이끌어 내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러온 지구적 경제의 불평등과 불균형이 가져온 문제이자, 이로 인해 발생한 이득과 피해가 공평하지 않게 배분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논의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애먼 중국인들만 비난하는 인종주의적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야 실제 우리를 괴롭게 하는 미세먼지가 진짜 줄어 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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