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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 제13호

파란 하늘을 보았니?

미세먼지 규제 못하는 정부와 노동운동의 과제

  • 구준모 편집실장·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
작년 말 중국 베이징에서는 나흘 동안 스모그 적색경보가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20배를 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록된 곳도 있었다. 2년 전 서울 하늘도 온통 잿빛이었다. 열흘이 넘게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되면서 황사마스크가 동나기도 했다. 

미세먼지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 4일 수도권에서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기준(150㎍/㎥)을 넘는 미세먼지가 발생했다. 맑은 하늘을 보는 건 이제 특별한 선물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를 통해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피부나 폐 속까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혈액의 순환경로를 타고 흘러가 심장이나 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질병부담연구(GDB)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때문에 2010년에 세계적으로 320만 명이 조기사망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2013년에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 대부분은 국내에서 발생

최근까지 언론과 정부는 미세먼지에 ‘중국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하지만 작년 말에 중국을 강타한 미세먼지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미세먼지가 그대로 한국으로 유입되지는 않는다. 미세먼지의 일부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아직 그 양과 경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추정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온 것이 30~50퍼센트가량이다. 즉, 절반 이상의 책임은 국내에 있고, 따라서 대책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서 우선 찾아야 한다.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보면,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는 비산먼지(도로나 공사장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가장 많고, 두 번째가 자동차 연소, 세 번째가 산업·비산업 연소이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는 자동차 연소로 인한 발생량이 가장 많고, 두 번째가 산업·비산업 연소이고, 세 번째가 건설·기계 등으로 인한 것이다. 비산먼지의 다수가 도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초)미세먼지 배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그 다음으로 산업·비산업 연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증가한 미세먼지는 특히 제조업에서 유연탄 사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자동차 배출이 압도적이고, 울산은 제조업 배출이 대부분이다. 전남이나 강원의 경우에도 제조업 배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전남은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강원은 시멘트 산업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 기준이 느슨한 까닭

중국의 영향에 더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에 한국의 대기질은 세계적으로 매우 안 좋은 편이다.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를 보면 서울이 25.2㎍/㎥인데 반해 고소득국가의 주요 도시는 런던 16.0, 파리 15.0, 뉴욕 13.9로 훨씬 낮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는 초미세먼지 기준을 매우 느슨하게 세웠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기준은 연간 25㎍/㎥, 일간 50㎍/㎥으로 미국(12, 35), 일본(15, 35), 호주(8, 25)보다 매우 높고, WHO 기준(10, 25)보다도 2배 이상 느슨하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에 대한 규제도 매우 약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2013년 공기업인 서부발전은 “초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 물질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을 기준치보다 무려 260톤이나 더 방출”했지만, 이에 대한 벌금 규정이 없어 한 푼의 벌금도 내지 않았다. 

1급 발암물질이자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이렇게 안이한 까닭은 무엇일까?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 두 가지를 바꾸려는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중심의 산업·교통 구조와 석탄화력발전으로 대표되는 많은 석탄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중심의 산업·교통 구조

한국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건 자랑거리일까? 자동차 산업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서 국내 제조업 생산액의 11퍼센트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하고, 전체 수출의 13퍼센트를 차지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국내의 독점적 자동차 기업이자 2위 재벌로 성장해왔다.

한국 정부도 자동차 생산과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 정책의 핵심은 연구·개발 지원이나 소비 장려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동차를 중심으로 도로 교통 구조를 만들고 자동차를 이용한 생활을 표준화하려는 정책들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정책은 자가용 소유를 전제하기 때문에, 공적인 대중교통의 확충과는 상반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에는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 시는 대기오염이 심할 경우 1단계 조치로 파리와 위성도시의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한다. 그래도 대기오염이 진정되지 않으면 2단계 조치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공공정책으로 자동차 운행을 규제해서 대기오염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단기적 대책 외에도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의 효과적인 감축을 위해서 유럽과 북미에서는 무상 대중교통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 소유의 친환경(?) 차량을 장려할 것인가, 아니면 공적 소유의 무상 대중교통을 장려할 것인가를 쟁점화하려는 운동이다. 이것은 기후변화, 대기오염 문제는 물론이고 도시가 어떤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떤 공간이 될 것인가를 다루는 문제이다. 
 

석탄화력 증설 계획

온실가스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화석연료 연소다. 그중에서도 석탄 소비가 특히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이다. 수입된 석탄은 발전용(67퍼센트), 제철용(27퍼센트), 시멘트 및 기타용(6퍼센트)으로 사용된다. 2014년 생산된 전력 중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비중은 약 35퍼센트였다. 석탄화력의 전력생산량으로는 세계 6위에 해당하는 높은 순위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9년까지 국내에서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로 건설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53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증설되는 발전소의 설비용량이 크기 때문에 실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이 앞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미세먼지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증설 발전소 중 12기는 민간기업들이 소유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는 이명박 정부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다른 민영화 사례와 마찬가지로 민간기업의 투자를 장려해온 정부가 이를 강력히 규제하거나 폐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과 노동운동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는 노동운동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국제 노동운동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이고 당위적인 입장의 이면에는 큰 딜레마가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화석연료 기업·발전소에 소속되어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은 조직화되지 않았고, 또 친환경 에너지 확대라는 명목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와 임금을 지키고 노동조합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공공이 주도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보면 에너지산업 노동조합의 다수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과 같은 기술적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CCS는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따로 모았다가 보관,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포집 기술도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고, 포집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어떻게 운반해서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가 큰 문제다. 지하나 해저에 보관한다는 계획인데, 운반 과정에서의 환경 사고 가능성이 있고 완벽한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막대한 온실가스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이런 노동조합의 ‘보수적’ 입장을 비판하고, 더 큰 사회 변혁 프로젝트 속에서 노동조합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민주주의노동조합네트워크(TUED)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지금 존재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들을 놓고 아웅다웅하지 말고,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환경 파국을 해결할 수 있는 더 큰 비전을 세우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권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은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올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사업을 모색 중이다. 정부의 민영화, 시장화 공세에 맞서면서, 동시에 환경운동 및 국제적 노동운동과 교류하고 운동 속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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