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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 제25호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 김영글 편집실
장영혜중공업,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2017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광고 같기도 하고 집회 선전물 같기도 한 대형 현수막이 나붙었다. 장영혜중공업 개인전에서 상영 중인 작품들 중 하나의 제목이다. 장영혜중공업은 주로 글자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해온 작가그룹이다. 이번 신작에서도 연극 대사처럼 속사포로 쏟아져 나오는 문장들이 현란한 리듬에 맞춰 화면 가득 나타났다 사라진다.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는 삼성이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는 소시민의 삶을 냉소적인 어조로 묘사한다. 삼성이 만든 음식을 먹고, 삼성이 만든 옷을 입고, 삼성이 만든 놀이공원과 대학교에 가고, 삼성 휴대폰으로 대화하고, 삼성 아파트를 삼성 제품들로 채우고, 삼성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되풀이되는 삶 속에서 주인공은 삼성이다. 수없이 등장하는 삼성이라는 두 글자가, 거대 재벌그룹의 손아귀 아래서는 세속의 법칙에 순응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논란 끝에 국정농단의 몸통이자 숨은 주역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지만, 앞으로도 삼성공화국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불행히도 현실의 부조리함은 언제나 예술을 능가한다. 삼성이 이끄는 대로 욕망하고 소비하고 착취당하는 현실의 쳇바퀴 속에서, 장영혜중공업이 ‘죽음’이라고까지 표현한 그 공허한 경주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 전시의 제목은 <3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이다. 자습서가 스스로 배워 익히기 위한 도구라면, 우리는 현실을 대면케 하는 이 작품으로부터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 이미 과포화 상태인 냉소를? 혹은 그것을 거부하고 넘어설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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