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행복한가? 여성노동자의 노동과 삶 정규직에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명랑한 친구 하나가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너네는 삶이 행복해?”라고 물었다. 그 친구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선배 때문에 직장 생활이 너무나 괴로워 밤마다 마음을 다잡고 출근을 하기 위한 기도를 할 정도란다. 몇 년간의 고생스런 공부 끝에 합격하여 얻은 자랑스러운 직장이었는데, 이제는 출근하는 것 자체가 곤욕이고 심지어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우울하게 자문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다름 아닌 커피 심부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친구를 괴롭게 하는 직장 선배는 남자 과장님도 아닌, 남자 부장님도 아닌 같은 여직원 선배였다. 둘 간의 갈등의 시작은 사무실 내 커피심부름을 두고 “젊고 어린 네가 해야지!”와 “내가 왜 이런 걸해야 해? 업무도 별로 없는 아줌마가 해야지!”로 요약되는데 그 갈등의 골은 이미 너무 깊어지고 다른 것에까지 확장되어 버려서 “왜 커피 심부름은 여자만 하느냐”는 식상한 질문조차도 던져보기 난감한 상황이라 그저 씁쓸한 마음으로 그 친구의 심난함에 동참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보다 더 확장되고 다양한 버전으로 여성 노동자 사이의 이해가 서로 상충되거나 갈등 관계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관계들이 존재하고 얽혀있다. 간병비를 아끼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직접 할머니 수발을 하고 있는 어머니께 간병 노동자의 저임금과 노동권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꺼내보기는 쉽지 않다. 또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우리 언니는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되어 보육 교사와 아이들을 감시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고, 퇴근 이후 늦게 장을 봐야 하는 내 친구는 영업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마트나 백화점의 여성 노동자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에 따라 권리를 요구할 때 그것이 마치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결국 이 모든 여성들의 해방을 만들어내기 위한 답은 바로 여성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이다. 그리고 이번 서울 여성조합원 대회는 여성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른 위치에서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를 이루어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준비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진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지난 12월 17일 이화여대 학생 회관에서 막을 열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여는 공연과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의 대회사, 그리고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의 감동적인 연대 공연 이후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기획 공연이 이어졌다. 기획공연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다]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이 집체극에서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복을 입고 만난 보육노동자, 마트 노동자, 청소 노동자, 급식실 노동자와 간병 노동자, 그리고 그녀들을 간호하는 간호사가 직접 자신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보육 노동자는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100만원…”, 마트 노동자는 “24시간 영업에 하루 종일 서서 일해 하지정맥류에 불면증…”을 노래했고, 그 때 대걸레로 바닥청소를 하며 등장한 청소 노동자는 읊조리던 대사가 어느새 진짜 울분이 되어 “우리가 없으면 쓰레기가 넘치고 병균이 득실득실 할 텐데 왜 우릴 유령 취급하냐! 아주 몹쓸 놈의 세상이다!”라고 내질러 청중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각기 다른 노동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마주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오늘은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서 만나는 모습이었지만 내일은 그녀들이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연대 투쟁 속에서 만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현장노동자들의 발언 다음으로는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부모 가장으로서 장애를 가진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는 한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생계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노동부에서 하는 여성가장 대상 전문 직업 교육을 받아 몬테소리 아동 지도사, 미용사, 텔레마케터 과정을 수료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장애인활동보조원, 특수아동지도사, 요양보호사,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12월만 되면 해고 통지가 날아 올까봐 두려움에 떤다”고 했다. 큰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이 낯선 그녀는 종이에 미리 하고픈 말을 적어와 차분히 읽어내려 갔는데 그 가운데 그녀가 살기 위해 취득한 수많은 각종 자격증 이름들이 언급되었다. 언젠가 우리 어머니께서 “너도 결혼하고도 일하고 먹고 살려면 이런 거라도 따 놔라”며 몇 번씩 훈계하셨던, 동네 아주머니들과 새댁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그 자격증 이름들이 그녀의 발언 속에서 줄줄이 흘러나왔지만 그 모든 것을 취득하고 아둥바둥 살아온 후 지금 발언대에 선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더 이상 해고되지 않고 두려움에 떨지 않겠다, 나와 내 아이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이제는 스스로 찾아나가겠다’는 그녀와 같이 다른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격증의 자리를 노동조합과 연대투쟁이 대신하고 어머니에게서 “너도 제대로 먹고 살고 일하고 싶으면 노동조합 가입해라”라는 잔소리를 듣게 될 날은 이미 그러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멀지 않았으리라는 희망도 가져봄직하다. 이어서 발언한 윤명순 공공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은 “우리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정말 생활할 수 있고, 먹고 살 수 있는 생활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집단 교섭과 투쟁으로 시급 인상을 쟁취해가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쥐어주지 않는다”며 여성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만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길이며 이미 그러한 길에 서있다고 자신했다.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청소 아줌마가 아니라 사회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서 그녀들의 목소리가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곳곳을 깨끗이 청소해버리고 있는 것처럼 “여성을 값싸게 부려먹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여성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 침해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우리 손으로 되찾기 위해 나설 때” 여성 노동자의 삶은 더욱 살맛나게 될 것이다. 스피드 게임 참여마당과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발언 이후 선물 마구주는 스피드 게임이 참여마당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노가바(노래가사바꿔부르기)의 가사처럼 “이 세상에 엄마들은 다같은 마음~♪”인가보다. 게임에 참여해 받은 작은 선물 하나로 살림 하나 보탰다며 환하게 퍼지는 웃음꽃이 모두들 귀엽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다 같은 마음 한푼 두푼 벌어서 가정 지키자고 사람으로 알아주는 노조가 있다 힘없는 여성이라 얕보지 마라 세상을 바꾸는 건 여성들이다 얼씨구 절씨구 엄마의 청춘! 단결 투쟁 여성노동자 만세!“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여자, 애정녀 다음 이어진 애정녀(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여자) 코너에서는 “다음 중 성폭력 당해도 되는 여성은 누구냐”면서 ‘① MT에서 술취한 여자, ② 밤길에 만난 섹시한 여자, ③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④ 장애인 여성/아동’의 보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음중 성희롱, 성폭력해도 되는 남성은 누구냐”며 ‘① 용역업체 사장이나 관리자, ② 국회의원, ③ 장애인 학교 교직원, ④ 믿었던 학교 친구’를 보기로 들어 2011년 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성희롱, 성폭력 사건들을 재치 있게 조망했다. 애정녀가 말한 대로 이 보기에는 답이 없는 게 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풀지 못한 문제다. 직장성희롱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는 한 후배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날 한 직장 남자 동료가 끈적한 손길로 일에 열중하고 있던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지나갔단다. 충격을 받은 이 후배는 며칠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평소 자신이 신뢰하던 직장 상사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는데 기대와 달리 그녀에게 돌아온 이야기는 “이 사람이 왜 이래. 사회생활하려면 이러면(그 정도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안돼!”였단다. 또 어느 이른 아침에는 그 후배에게서 분노와 고민이 가득담긴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한통 왔다. 야간 노동을 끝낸 아침 퇴근시간이 되어 통근 버스에 올라타 피곤한 몸을 누이려는데 버스 기사님이 버스 출발 전에 너무도 자연스레 버스 안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주더란다. 민망한 건 둘 째 치고 그 내용도 단순히 야한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성적 폭력을 행사하는 끔찍한 내용이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너무나 괴로웠단다. 그날은 토요일 아침이었고 이제 퇴근하고 주말에 쉴 생각을 하며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포르노를 틀어주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 순간과 현실이 충격적이고 괴로워 고민에 휩싸인 그녀가 보낸 그 문자 메세지를 보고나니 나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면서도 노동조합이나 다른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현장에 있는 그녀에게 어떤 위로도 섣불리 하기 어려웠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현대차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성희롱 사건이 승리로 일단락 됐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서울 여성 조합원대회에 참석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 대리인(권수정)은 “197일 여성 가족부 앞 농성 투쟁 이후 가해자 해고, 피해자 복직이라는 성과를 내고 피해자는 2월 1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이 싸움은 미친 또라이 같은 남자 하나, 문란하고 나대는 여자 한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고 발언하며 이 사건은 바로 여성 노동자 모두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정부도, 자본도 모두 외면할 때 정의로운 시민들과 다른 여성노동자들이 우리를 지지해주었다”면서 “심지어 단 한명의 여성 노동자가 현대자동차와 싸워서 이겼는데 못 이길 다른 싸움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했다. 여성 노동자 권리 선언문 마지막으로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공동 기획단과 재능 지부가 함께 여성 노동자 권리 선언문을 낭독하며 이 날의 막을 내렸다. 그녀들이 선언한 것처럼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변화시키는 투쟁에 함께 하며, 여성들의 집단적인 힘과 목소리로 노동조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때 간병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고 각종 간염과 산업재해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으며 식탁에 앉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가고, 의자에 앉아서 일할 수 있으며, 청소 노동자가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서 생활 임금을 받으며,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충분한 보호구와 안전장치 속에서 유해한 화학약품에 노출되지 않으며 이 모든 여성들이 하루 8시간 노동만으로도 온전히 먹고 살고 생활할 수 있고 성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만들어질 것이다.
제2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권리선언 해설서입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의 성장은 멈출 줄 모른다. 오히려 창사 이후 최대 경영성과를 자랑할 정도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으로 고용되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허덕인다. 원청대기업의 위기비용 전가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경제성장을 이끌어 간다는 전자 대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던 배경이고, 그 중심에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가 전자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한국경제에서 전자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는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전자산업 노동자의 조직률도 매우 낮다. 금속노조 역시 남성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중공업을 주된 조직 대상으로 삼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려는 시도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투쟁이자, 금속노조의 편향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전자산업의 전반적인 특징과 노동자들의 실태를 분석하면서 조직화를 위한 단초를 모색하고자 한다. 전자산업의 특징 전자산업은 기술개발이 빠르고 제품의 수명이 짧다. 신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급속히 팽창한 뒤 과잉공급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물량변동이 잦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은 위기비용을 전가하고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로 생산을 외주화하는 특성을 가진다. 외주화 생산방식은 크게 일본식과 미국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식은 핵심 공정은 자체 생산하고 주변 공정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표적 기업은 노키아, 삼성 등이다. 반면 미국식은 본사가 설계와 디자인만 담당하고 생산 일체는 전자제품 수탁제조 서비스업체(EMS)에 생산을 위탁하는 탈(脫) 생산방식이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애플, 시스코 등이 있다. 전자산업의 특성인 유연생산방식은 전자제품 생산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탈 생산방식이든 일부 하청생산을 통한 방식이든 외주화는 경기변동에 따른 설비투자 및 고용유지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최종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른 단가인하 압력과 경기변화에 따른 물량변동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물량이 넘쳐날 때에는 초과노동을 강요당하고, 물량이 적을 때에는 계약해지 위기에 놓일 뿐만 아니라 초과노동수당 감소로 임금 역시 감소한다. 이것이 바로 대규모 EMS 기업 생산시설이 있는 중국, 말레시아, 필리핀 등의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제품제조를 위탁한 초국적 전자산업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EMS 기업인 폭스콘에서 드러났다.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군대와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시키자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달아 발생했다. 그러나 애플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이처럼 외주화는 복잡한 하청사슬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주체가 모호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외주화된 생산시설은 이동이 자유로워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외주화 초기에는 대만이나 싱가폴에 있던 생산시설이 말레시아나 필리핀, 태국 등으로 확산되었으며 최근에는 중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 같은 이동은 저임금 경쟁을 유발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생산시설이 이주한 이들 지역에서는 전자산업 생산직으로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 지위가 취약하고 이데올로기적 통제 아래 두기 쉽다는 점을 활용하여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노동조합의 존재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전자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조직률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전자산업의 특징 한국에서 전자산업은 가장 큰 수출 산업이자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전자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2009년 기준 76조로 국내 총부가가치의 8.6%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2010년 기준으로 184조 9천억 원으로 전체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제품별로 살펴봤을 때, 전자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분야 세계시장 50%를 점유하고 있다. 휴대폰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통신기기 생산국가의 지위를 점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LCD패널 세계시장 점유율 55% 내외일 정도다. 이처럼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전자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의해 좌우된다. 두 기업과 관련 계열사의 생산액 비중은 전체 전자산업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자산업 기업들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하청 계열화되어있는 시스템 내에 위치한다. 삼성과 LG가 미국처럼 탈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본과 같이 핵심공정을 그룹 내부화 하고 주변공정을 하청에게 맡기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탈생산 방식은 불황 시 생산리스크를 외부화할 수 있으나, 생산에 대한 통제 능력 역시 외부화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상품이 잘 안 팔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휴설비와 고용유지에 별도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위탁생산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반면 탈제조 업체들은 자체설비와 숙련기술을 활용한 신속한 생산통제가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생산을 통해 생산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하청시스템을 이용해 리스크를 외부화하면서 탈생산 방식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것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통해 본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중에서 전자산업 여성노동자가 가장 많다. 2009년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상용 종사자 266만 명 가운데 여성노동자는 64만 명이고 이중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13만 명으로 제조업 여성노동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전자산업 노동자 임금, 근속, 노동시간, 근무일 수 성별비교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남성노동자와 비교해 보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여성노동자들은 남성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근속연수가 짧다.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은 전자산업 남성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인 322만 6천원의 49%인 157만 9천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년수 역시 여성이 57.1개월로 86.9개월인 남성에 비해 짧다. 이처럼 전자산업 여성과 남성 간 임금격차가 큰 원인은 성별직종분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경우 숙련도가 낮은 단순업무를 수행하는 생산직이 많고, 남성들은 연구개발 및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이 많다. 한국직업능력 개발원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공정은 연구개발을 맡은 엔지니어,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제조공정 엔지니어, 장비를 관리하는 기술자, 생산을 담당하는 작업자 등의 인력으로 구성된다. 작업자를 제외한 모든 인력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하며 주로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생산을 담당하는 작업자는 고졸 여성이 다수를 이룬다. 휴대폰 생산도 유사하게 숙련도가 낮은 조립생산 공정 여성생산직이 많다. 전자산업에서 생산직으로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전자제품 생산 공정의 특징이 단순반복 작업이면서 섬세한 손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유연성을 통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봉쇄하는 것이 사활적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 통제 아래 두기 쉽고 순종적이라고 여겨지는 여성이 선호된다. [그림] 전자산업 노동자의 성별 연령분포 남성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은 연령별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의 연령별 분포를 분석해 보면 25세~29세가 23%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30대 초반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통계청은 2010년 여성의 초혼 연령이 28.9세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30대 초반 여성들은 출산 및 육아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출산 양육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시기부터 50세 이전까지 연령에서 여성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40세에서 49세까지 규모는 33%로 20~30대 보다 높은 수치이며, 남성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도 40대 이상 연령대 여성노동자 분포 비중은 높은 편이다. 전자산업 생산직이 특별한 숙련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생산직으로 대거 유입되는 것이다. 경력단절 이후 여성들이 전자제품 단순 조립공으로 취업하는 경우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패턴은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통해 전 산업 여성의 연령대별 취업자와 근로형태를 분석한 결과와 유사하다. 분석에 따르면, 출산시기 경력 단절이 발생해 연령대별 취업자는 M자형 곡선을 그리며 재취업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다. [그림] 전자산업 사업체 규모별 연령대분포 성별비교 전자산업 노동자의 연령대 분포를 사업체 규모별, 성별로 비교해보면 여성의 경우 대기업은 20대 여성이 절반 이상이며, 중소기업은 40대 이상이 57%를 차지한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령별 편차가 크지 않다. 대기업은 채용과정에서 젊은 여성들을 선호하나,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아 근속이 길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고 경력 단절을 경험한 40대 이상의 여성들은 중소기업에 고용된다. 40대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중소업체에 대거 몰리는 이유는 기혼여성 노동력의 저평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한국사회에 지배적인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가계수입의 보조자 지위로 고정시키면서 기혼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전자산업 사업체 규모별 노동조건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전자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임금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생산직 여성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고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임금격차는 성과급 등의 변동급에서 벌어진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은 잔업특근 수당으로 수입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고, 임금이 물량에 좌우되므로 안정성이 낮다. 노동안전에 있어서도 사업체 규모별로 제품과 공정이 달라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등의 조건은 다르지만, 보호 장비가 불충분하다거나 안전교육을 진행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병, 뇌종양 등 희귀병에 걸려 숨졌다는 사실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특별하게 사회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납땜이나 세정작업 등의 공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된다거나, 단순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이점은 기업 규모별 노동자의 연령대이다. 대기업은 고강도 노동을 견뎌낼 체력이 있는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한편, 중소하청업체들은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기혼여성들은 우선적으로 가정을 돌봐야 하고 가계수입의 일부를 보충한다는 성별이데올로기가 기혼여성들의 저임금 고용불안을 정당화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조건이 열악한 중소하청업체로 기혼여성들이 대거 유입되는 것이다. 고용형태 역시 차이가 있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하청업체는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은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소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전가받은 위기비용이나 단가인하 압력 등을 파견노동자에게 다시 전가하면서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최근 전자대기업에서도 사내하청 비중이 상당하다는 보도가 있다. 생산유연성 극대화와 위기비용을 보다 용이하게 전가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정규직 비율을 줄이고 사내하청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자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근속년수가 길지 않은 편이다. 견디기 어려운 생산현장을 노조를 통해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드러난다. 대기업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생산현장을 탈출하는 경우가 다수다. 중소하청업체 여성들은 대다수가 기혼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현장을 떠날 수가 없는 처지다. 다만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로 옮겨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인근 공단지역을 떠돌게 된다. 이처럼 한국 전자기업들이 국내 생산과 해외생산을 조절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탈제조 전기기업들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EMS 업체들은 주로 노동자의 권리보장이 취약하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지역에 선택적으로 진출한다. 이러한 지역은 법적 제재를 피하고, 성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노동자들에게 유순하게 일할 것을 강요하거나 저임금을 정당화하기 쉽기 때문에 EMS 업체들이 선호한다. 한국의 전자기업들 역시 다르지 않다.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저임금을 정당화할 수 있었으며, 불법파견을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음에도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아 법적인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활용한 착취와, 탈법을 방치하는 정부의 친자본적 행태가 전자산업 대기업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노동실태에 기반한 조직화의 매개를 찾아보자 한국 전자산업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여 하청업체들이 원청대기업에 종속된 형태로 공급사슬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자 조직화 방안으로는 삼성과 LG같은 대기업 현장을 조직하고 노조 민주화 투쟁을 하는 것,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부품 하청업체를 조직하는 것, 공단지역의 하청노동자를 조직하는 것 등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주요부품 하청업체나, 공단지역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기반 한 조직화의 매개 고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공급사슬의 하위에 위치한 중소부품업체들은 상위기업들에 종속되어 있어 협상력이 약하고 노동자들 역시 교섭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개별사업장 조직화방식이 봉착하게 되는 물량협박과 폐업이라는 위협을 넘어서기 위해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제기하거나 다양한 연대를 조직하는 것, 공단지역의 집단적 투쟁을 기획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전자산업의 유명 기업들은 깨끗한 첨단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전자제품 생산과정의 가혹한 노동현실은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시설이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대거 이전해버린 전자산업의 특성이 은폐를 더욱 쉽게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전자산업의 초국적 기업들을 규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캠페인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과 LG전자는 국가경제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대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그러나 삼성과 LG가 이룩한 경영성과의 원천이 사실상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것이자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를 출혈적으로 착취한 결과임을 폭로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반올림 활동을 주목하면서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 간접고용 문제 등도 사회쟁점화 할 기획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공단밀집 지역은 온갖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법제도를 활용하여 공단지역의 여론을 환기하고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에서는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기반하여 조직화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단초를 살펴보겠다. ①고용- 불법파견 공단지역의 중소하청업체 대다수가 불법적으로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도급의 형태를 취하지만 중소하청업체가 파견노동자에 대한 작업지시를 행사하고 있어 사실상 사용사업주이기 때문에 위장도급이다. 그나마 규모가 큰 업체들은 정규직과 파견노동자의 작업을 분리하고 파견업체별로 라인 작업을 시키는 등의 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위장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파견업체들은 직업알선소 수준이다. 파견노동자는 항상적인 고용위협에 놓여 있어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고, 파견업체가 챙기고 있는 수수료는 사용사업주가 지불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파견노동자의 임금 몫에서 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임금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런 실태에 기반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불법파견 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법원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불법파견이라 하더라도 현행법상 파견계약 기간이 2년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또한 같은 회사임에도 부서별 라인별 법인을 분리한 경우가 있어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법파견을 공단지역에서 집단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집단 진정, 중요 거점 업체를 대상으로 동시다발 투쟁 기획 등을 통해 지역차원의 이슈를 제기하면서 해결책을 요구하는 방법 등이다. ②임금- 무료노동, 포괄임금제, 통상임금 소송 공단지역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고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잔업특근으로 부족분을 보충하는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에 초과수당 할증률 조항을 두는 이유는 사용자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매우 낮은 시급이 노동자들에게 초과근로수당을 통한 소득보전을 위해 연장근로를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음에도 업주들은 임금지급에서 탈법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공단의 중소하청업체들에서 무급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일이 빈번하다. 규정 노동시간 외 조회, 교육, 정리정돈 등이 존재하며, 규정 노동시간 종료 이후에도 5~10분, 많게는 20분에서 30분까지 짜투리 노동을 강제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위반이다. 그리고 최근 공단지역의 상당수 업체들에서 포괄임금제 형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로 연장근무를 한 만큼 수당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정금액을 정해놓고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로 포장되어있을 뿐 실 근로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이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대법원에서는 업무 성격상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근무시간을 따져 수당을 줘야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임금삭감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행되는 포괄임금제의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010년 1월 대법원에서 잔업, 특근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본급과 함께 통상적인 수당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를 빼고 지급해온 것을 소송으로 제기한 호남여객 퇴직자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단지역 전자업체들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무료노동, 임금삭감을 포괄임금제로 은폐, 통상임금 소송 등의 임금과 관련된 쟁점을 매개로 투쟁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개별 대응을 했을 때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단순히 법원의 판결에 기대 체불성 임금을 되찾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으로 조직될 수 있도록 투쟁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노동안전 공단지역 중소하청업체들은 원청대기업의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일이 많아 작업자체가 단순반복적이다. 또한 영세한 기업들이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 안에 물량을 소화하려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장시간 동안 고강도 노동으로 골병이 든 노동자들과 함께 근골격계 투쟁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대우조선에서 시작된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투쟁은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개별적인 산재 보상을 넘어 집단요양을 통해 자본을 압박하면서 노동자들이 조직되었던 사례이다. 한편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기업 청정실(클린룸) 작업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와 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공정이 상당수 존재한다. 납땜을 한다거나 유기용제 성분의 세척액을 사용한 작업 등이 있으나 노동안전 교육이나 충분한 보호장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실태를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하면서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④성폭력 및 비인격적 대우 중소하청업체의 경우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의 연령은 평균 30~40대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근속이 길어져도 관리자로 승진하는 일이 드물고, 관리직은 처음부터 젊은 남성을 고용하는 일이 많다. 여성노동자들은 젊은 남성 관리자로부터 반말을 듣는다거나, 비하하는 발언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상사로서의 권력과 기혼여성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청소노동자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로 제기되었던 것이 관리자의 태도였다. 청소라는 업무 자체가 여성들이 가정에서 하던 일로 여겨져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저평가 되고, 따라서 해당업무를 하는 여성들 역시 무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부터 관리자들이 함부로 굴지 못하게 되었고, 본인들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후련한 일’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인격적인 대우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일수록 성폭력적에 처하기 쉽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노동자가 용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도 자식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문제를 폭로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반격과 해고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현대아산 사내하청 노동자가 관리자로부터 일상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해, 이를 해결해달라고 제기하자 부당해고 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인격적인 대우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하는 기획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노동에 대한 저평가가 저임금 노동으로 이어지고 직장에서의 비인격적인 대우와 성폭력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을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청소노동자가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취급되고 이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이어졌음을 사회적으로 고발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은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가해자 처벌과 원직복직’을 위한 농성장 침탈을 규탄한다! 사내하청 노동자와 연대단체들이 '성희롱 가해자 처벌과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던 여성가족부 앞 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당했다. 피해자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면서 관리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왔다. 현대차는 피해자가 성희롱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자 피해자를 14년간 일하던 일터에서 쫓아냈다. 여성가족부에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자, 자신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할뿐이라며 외면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문제는 현 시기 여성노동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성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일수록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온갖 성폭력이 난무해도 일자리를 위협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숨죽이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맞서는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다른 여성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투쟁이다. 농성장을 사수하고 더 많은 연대단위들과 투쟁에 함께 나서자. 저들이 농성장을 눈앞에서 치운다고 해서 그들이 저지른 책임회피와 추악한 행태들이 감춰질 수는 없다. 지금 당장 농성장 철거를 중단하라! 현대차는 피해자를 즉각 원직 복직 시키고 가해자를 처벌하라! 여성가족부는 책임 회피 말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에 나서라!
간병 요양 노동의 실태와 조직화 방향 저출산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정부는 중고령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환자와 노인에 대한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간병과 요양 등 사회서비스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간병과 요양 분야의 정부 지원과 혜택이 전무했던 한국에서 정부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민간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값싼 일자리를 찍어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때문에 정부의 사회서비스 제도는 보편적 제도로 기능하지 못함은 물론 간병, 요양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정부의 화려한 수사 뒤에 가려진 간병, 요양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살펴보고, 이들이 노동의 주체가 되기 위한 조직화 방향을 제언으로 담고자 한다. 간병 요양 노동의 등장과 제도화 간병이란 환자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수발, 식사영양, 이동 지원, 가사지원 등 기본적인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을 가리킨다. 간병은 가족 간병과 유료 간병노동이 있는데, 여기서 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업으로서 제공되는 유료 간병에 대한 노동이다. 보수를 받고 환자나 노인을 돌보는 ‘간병인’이 언제 등장했고 언제부터 이 명칭이 사용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980년 ‘간병인복지회’가 창설되면서 ‘간병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간병인이라는 직종이 등장한 것으로 본다. 당시 간병인은 ‘대한적십자’ 등 비영리 단체와 유·무료 소개소들을 통해 활동했고 신분 보장이나 역할, 임무가 법 제도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이후 1998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각 시,구청 부녀복지과, 여성복지과)가 저소득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력개발의 일환으로 간병교육을 실시하여 유·무료 간병인 사업을 실시·알선하기도 하였다. 2000년대 들어 제도 밖의 비공식부문으로 머물러 있던 간병노동을 사회서비스로 제도화하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나아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간병, 요양 등의 돌봄 서비스가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그 후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다. ‘이제 국가가 효도하겠다’며 시작한 이 제도는 극소수의 서비스 이용대상(전체 국민의 1% 미만, 노인인구의 3%만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과 협소한 급여 범위의 한계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들 또한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고,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민간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료, 서비스이용료, 민간보험료까지 삼중의 부담을 떠안기는 제도로서 보편적인 건강권의 확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2009년에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2010년부터 병원 내 간병서비스를 비급여 대상에 포함시켜 공식적 서비스로 전환 △2011년 이후 건강보험 급여화 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업무 보고에서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상 비급여 서비스는 모두 고시 형태로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간병서비스는 비급여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현재의 법 체계 내에서 병원이 주체가 되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청구하면 불법이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은 형식적으로 간병 서비스에 개입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고, 간병서비스 제공자와 환자 및 보호자와의 일대일 계약관계에 의한 사적 형태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실제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서비스이지만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간병 서비스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던 간병서비스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항목이 아닌 비급여대상에 포함하고 재원을 민간에서 끌어오겠다는 계획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은 현재 재검토 중에 있다. 국가가 돌봄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한 역사가 없는 한국에서 돌봄 노동을 사회서비스로 제도화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전략에 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가속화된 불안정 노동의 일반화, 빈곤 심화 속에서 가족의 해체와 사회 불안정이 야기되자 국가는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 개입의 방향은 보편적 권리와 복지의 실질적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은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여 그 비용을 민중들에게 전가하고,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산하는 방식으로 귀결되고 있다. 간병노동의 실태 “우리 간병사들은 거의 다가 가정이 잘못 되었거나 가정을 책임져야 하거나 자식들 교육에 의해서 꼭 벌어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단 말이에요. 아빠들보다도 우리 한국사람들이 모성애가 참 강하기 때문에 엄마들이 취해야하는 이런 태도는 감히 다른 분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짜 눈물 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뭔 일을 할까..애들은 다 컸고 교회 가서 식당에 봉사 좀 할까.. 근데 그거는 드러내야 되잖아 막 오만 사람들 다 보고 쳐다보고... 그런게 싫어 가지고.. 근데 그 교회 권사님이 이걸 하신데요. 그래서 전화를 해서 이걸 시작했어요. 난 그래서 참 감사하드라고 참 이런 일이 있다는게 감사하드라고. 그런데 지금은... 보수관계도 얘기해두 돼요? (연구원이 답한다 “네 얘기..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항상 우리 그게 불만이 뭐냐 하면은 첨에는 5만원 했잖아요? (중략)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라는게 있는데 24시간하면서 6만원이잖아요 지금.” - 김미정(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돌봄 노동과 간병 노동자의 현황」,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 자료집(주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간병, 요양 노동은 사회를 재생산해내는 필수적인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가정이 그 책임과 비용을 지고 주로 가족 내 여성이 무급으로 수행해온 노동이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지속되며 여성들이 가계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가족이 환자를 부양하거나 간병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되면서 간병·요양 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증가했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인력활용이 경제성장의 주요한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여성 일자리 창출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또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사회서비스 분야가 여성 유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일자리로 주목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1차적 역할은 가사노동이라는 인식과 함께 돌봄 노동이 집안일의 연장에 있는 미숙련 노동으로 평가받으면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양산되었다. 이 속에서 여성들은 다시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까지 수행해야 하는 이삼중의 부담을 다시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간병 노동자의 현황부터 살펴보면 다수는 병원(급성기 병원, 요양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이 외 재가 근무 형태도 있다. 간병 서비스는 공식화,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 추정이 어려우나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급성기병원 1일 평균유료활동 간병인수는 27,842명, 요양병원 간병인수는 17,831명으로 추산되고, 공공노조 의료연대에서는 전체 간병노동자 규모를 약 24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일 노동시간은 매우 긴데, 전체 간병인의 68.8%가 24시간 상주 간병을 하고 있고, 26.8%는 12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용형태는 특수고용(환자와의 일대일 간병),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과 직접 고용으로 나뉜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직접고용한 곳이 없고, 종합병원 11개소 간병인 7,997명 중 1.7%, 병원 간병인 15,300명 중 1.8%만이 직접 고용되어 있으며, 간병인의 70% 이상은 간병소개업체의 알선으로 간병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근무를 하고 토요일 날 나와서 하루 쉬어요. 제 얘기는 토요일 날 나왔으면 월요일 날 아침에 들어가야 되는데 왜 주일날 3시에 들어가냐 이 얘기예요 그것 좀 고쳐줬으면 좋겠어 다른 직장 대한민국전체를 다 돌아다녀 봐도 토요일 날 오후까지 일하고 월요일 날 출근하지 그 주일날 3시에 들어가는 거 간병인 밖에 없다니까요.” “24시간이 너무 짧아요. 나가서 시장보고 가야 가족들 먹을 것을 해 놓잖아요. 또 내가 먹을 거 뭐 좀 싸가지고 와야 되잖아요, 사먹지 않으려면. 또 우리 유니폼 빨아서 다림질해 가야지 일주일 입어요. 매일 빨아가지고 와야 되요. 일주일 입고. 어떻게 집안 청소는 못하더라도 나가면 너무 피곤해요. 어떤 때는 병원에 있을 때가 더 편해요.” - 김미정(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돌봄 노동과 간병 노동자의 현황」,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 자료집(주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전체 간병노동자의 70% 이상, 사실상 대부분의 간병 노동자는 간병 소개소를 통한 일대일 간병 등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병노동자는 노동3권은 물론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장을 받지 못한다. 법정노동시간, 휴일, 휴가, 퇴직금, 법정 수당(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최저임금 등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이는 간병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간병노동자들은 주 6일, 일일 24시간씩 근무한다. 주당 노동시간은 144시간인데, 이는 간병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노동에 비해 3배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간병 노동자들은 집에 돌아와서도 가사를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사실 주 7일 쉬지 않고 노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축 쳐져요. 환자를 보면 긴장하구 자야 되요. 여기서 24시간 일하는데 잠자는 시간 한 시간. 2시간, 3시간이면 많이 자거든요. 내가 보니까 잘 수가 없어 길게 못자.” “어느 환자 예를 들면 그분이 의정부 사시는데 105킬로예요 침대사이드에 배가 딱 닿아요. 그러니까 한번 체위변경하려면 올라가서 갖은 애를 다 써야 돼요. 갖은 애를 다 쓰는데 이 양반 사고방식이 어떤 방법이냐면 저녁에 잠을 못 자게 해요. 주위에 앞에 있는 환자 한 분이 보다보다 못해가지고 시옷자를 넣어가면서 맘보를 곱게 써야 병두 낫는 거지 맘보를 그 따우로 써가지고 병이 낫냐고. 환자 둘이 싸워 그러니까 내 돈주고 내가 부리는데 니가 뭔 상관이냐고 아니 일꾼도 밥을 먹이고 잠을 재워서 일을 시켜야지 잠도 못 자게 하고 밥 먹을 시간도 안주고 너는 돼지가 된다구 그러면서 둘이 붙어 가지구 싸워 아주 별별 희한한 일들이 많습니다. (연구원이 질문한다 “왜 안재우는 거예요”) 내 돈줘서 밤새 그러니까 자기는 자더라도 할 일없으면 다리라도 주물러라 이거예요.” - 김미정(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돌봄 노동과 간병 노동자의 현황」,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 자료집(주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게다가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노동자는 1인 평균 9.8명의 환자를 공동간병하고 있고, 많게는 30명까지 간병을 맡고 있다. 이처럼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다보니 간병인들은 장기적인 수면장애로 인해 안구건조증, 병원성 감염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산재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장 힘든 거는요. 식사 문제가 힘들어요. 솔직히 그거 밥 일일이해서 한 끼씩 싸서 냉동실에 얼려 가지구 가가지구. 또 병원에서도 냉동실에 쳐박아놨다가. 고것도 끼니 때마다 꺼내서 전자렌지에 덥혀서 반찬 꺼내서 먹어요. 그것도 눈치 봐야지 밥 먹을 장소가 없어요. 배선실이라는데가 있는데요 수간호사들이 못 먹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는 천상 어디 의자가 있는 것두 아니구 식탁이 있는 것두 아니구 서서 먹어요 (창문쪽을 가리키며) 저런 턱에다 놓고서서먹구 그거 자체두 좀 저기하는 간호사들도 있죠.” “밤에 잠을 못 잘때요. 보호자들이 “조금 쉬고 오십시오” 그러면 쉴 공간이 없어요. 저흰 그런 공간이 하나두 없어요. 의자에 좀 앉아서 쉬는 거지 쉴 만한 곳이 하나두 없어.” - 김미정(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돌봄 노동과 간병 노동자의 현황」,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 자료집(주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성기병원의 간병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90%는 간병인 식비보조가 없고, 탈의실과 휴식시간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24시간 내내 주 6일을 병원에서 생활하는 간병노동자에게 탈의 및 휴게 공간은 매우 절실하다. 하지만 간병노동자들은 쉴 때도 환자 옆에서 쉬어야 하고, 옷은 화장실이나 병실 커튼을 쳐놓고 갈아입거나 보호자가 방문하여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경우에는 갈 곳이 없어 배선실이나 병원복도를 배회하며 서성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해진 식사 시간도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잠깐 시간을 내어 먹을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간병 노동자는 환자용 냉동실에 얼려 둔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배선실 창틀에 놓고 서서 먹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렇게 장시간에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지만 간병 노동자가 받는 간병료(시급)는 식대, 교통비 포함 2,292원~2,708원으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간병소개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알선 받고 있는 대부분의 간병노동자들은 간병소개소에 등록비, 교육이수비용, 월회비를 지불하고 있다. 간병노동자의 70% 이상이 약 10만 원의 등록비와 교육이수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월회비는 6만 원 미만이 61.9%, 6만 원 이상이 37.7%이어서 유료소개소로부터 심각한 중간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노동의 실태 그렇다면 간병 노동자와 거의 같은 일을 하면서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법에 따라 제도화되어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조건은 좀 더 나을까. 요양 보호사는 직접고용(정규직과 계약직. 정규직은 전체의 47.3%, 사회공공연구소)과 간접고용(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고용 규모를 살펴보면 2010년 상반기 현재 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는 948,221명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2010)에 의하면 간병인 중 83.2% 이상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취업한 요양보호사는 233,600명(재가 200,228명, 시설 33,372명)으로 취업한 비중은 26.5%에 불과하다. 정부가 여성을 위한 일자리라며 적극 선전한 결과 ‘100만대군’ 요양보호사를 배출했지만 취업률은 1/4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노동조건을 살펴보면, 재가요양보호사의 61%는 월 6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고 절반 정도는 한 달에 10일 미만으로 일하고 있으며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12시간 맞교대 혹은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거나 심지어 거주형 시설에서 24시간 연속으로 근무하고 있고, 현행 법률기준으로 요양보호사 1인이 입소자 10명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병원이 치료 해 가지고는 그 분이 치료가 안돼. 다른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환자한테 권리를 주는데, 우리한테는 권리가 없는 거예요. 그면 어떻게 해. 그때 직장 상실이 되는거지. 대상자가 돌아 가셔 버렸어. 그러면 90시간이 없어지는 거야. 나타 날 때까지 대기 하구 있어야 돼. 기한이 없어. 사람이 나와야 되거든요. 또 이 사람이 너무너무 아파서 재가나 병원으로 장기 입원을 가. 우리는 병원을 따라 갈 수가 없어요. 너무 심해서 가족들이 볼 수가 없다 그러면 요양원으로 보내. 그럼 우리는 손님이 끊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상자가 없다 보니까 이게 고용불안이 되는 거야” “저는 요양보호사 하기 전에 가사 간병으루 한 1년여 동안 한 댁이 있었어요. 그 부인께서 중풍으루, 뇌졸중으루 5년 정도 와상 환자루 누워 계신 분이었는데, 남편 분이 병간호하셨고 제가 없는 사이에는 하고 계시는 댁인데, 언젠가는 하루는 갔더니 할아버지가 자꾸 주방에서 그 할머니 식사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 등을 막 겹치면서 참 이상하게 신체 접촉 할라는 거 있죠? 황당해 가지고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당황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교육 받으면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때는 다급하게 그 자리에서 침을 주라는 거야. 따끔한 일침을 주라는거야.... 할아버님, 저 이렇게 하면 저 여기에 못 옵니다. 그리구 이렇게 행동하실 경우에는 기관에 전화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대처 방법이 순간적으로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랬더니 그 다음날 갔더니, 할아버지가 조금 순해졌더라구.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저한테는..” “이용자가 무심코 환자 목욕을 시키고 있는데, 빠는 김에 이것도 빨아요. 휙 던져 줄때 기분은 분명 틀리거든요. 그랬을 때 저는 이거는 이런 대우를 받기 위해서 이 분한테 이렇게 하는 게 아닌데, 그래서 한번 얘기를 드려야 겠다 생각을 했었어요. 이건 아닙니다. 하고 정중하게 얘기를 드려야 되는데, 기회가 놓쳐졌어요. 그랬을 때는 그러면 일 자체가 힘들어져요. 마음이 힘드니까 일 하는 자체가 의욕이 상실되는 면도 있고.” - 김미정(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돌봄 노동과 간병 노동자의 현황」,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 자료집(주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현재 장기요양기관은 2008년 복지부에서 애초 예상했던 수요의 8배가 넘게 과잉 양산되어 난립해있고, 이로 인해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양기관에서는 과다 경쟁을 하며 불법적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 민간 요양 시설들은 운영비용을 삭감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인력을 줄여온 반면 5대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는 등 요양 보호사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는 요양기관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요양 보호사들은 본래 업무 외 가사지원 등 부당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고 법정 수당,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산재 직업병 및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 비공식 영역의 간병 노동자에 비해 노동 강도, 노동 시간 그리고 노동 조건이 개선되어있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될 당시부터 이러한 결과는 예상되어왔다.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누구나 쉽게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고, 사업량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시설 난립과 과다 경쟁의 원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토대를 형성하고, 민간요양기관을 견인해야 할 공공요양기관은 단 1.5%밖에 되지 않는다. 폐지를 모아 하루를 살아가는 노인들, 부양자 없이 방치된 노인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사회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과는 달리 고령화를 새로운 수익 시장으로 파악하여 의료, 사회서비스 영역의 시장화, 금융, 보험 상품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시행된 제도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이 속에서 보험재정은 복지재원이 아니라 ‘눈먼 돈’이 되고 있고, 요양 보호사들은 국가인정 자격증을 딴 전문인처럼 등장했으나 여전히 저임금과 산업재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시행초기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고려하지도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 간병·요양 노동자 노동권 확보를 위한 시도들과 평가 앞서 살펴보았듯 정부의 여성일자리 확충 전략의 일환인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노동권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민중에게 제공되는 보편적인 서비스로서 간병, 요양 노동이 제공되고, 더불어 간병 요양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기 위해 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간병서비스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이지만 국가와 병원이 책임지지 않고 있어 사적 영역으로 방치되고, 모든 책임은 환자와 간병인에게 전가되어 왔다. 또한 간병 인력의 공급과 관리를 직업소개소나 파견업체가 담당하게 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과 간병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조건에서 간병 노동자의 경우 간병제도화에 있어서 ‘건강보험 급여화’와 ‘간병노동자 직접 고용’을 핵심 요구로 꼽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2009.12)으로 “병원 내 간병서비스를 비급여 대상에 포함, 사적거래가 아닌 ‘병원을 통한 공식적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구상은 총체적, 포괄적 간호간병서비스 중 간병서비스만을 따로 떼어 이에 대한 급여만을 민간의료보험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민간의료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범위에 혼란과 포괄적 간호간병서비스 제공 체계와의 부조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으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보험료 부담을 할 수 있는 이들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간병 서비스가 제공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의료보험사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간병서비스 수급자격을 관리하려할 것이고, 간병서비스 제공 기간 등에 엄격한 제한을 둘 가능성이 높아 서비스 수급 장벽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적인 인력은 파견이 허용되어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간병 서비스의 급여를 민간의료보험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간병서비스만은 파견과 간접 고용을 용인,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미이다. 지금도 병원에서는 인건비 절감과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일상적 교육, 훈련, 지도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 고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럴 경우 병원이 직접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보다는 제 3의 인력 파견 업체에 의한 외주 형태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간병서비스 질 하락과 더불어 간병인의 노동권 문제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또한 간병서비스를 비급여로 제도화하여 민간의료보험으로 해결하게 되면 행정 당국의 적절한 개입과 관리가 어렵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건강보험 비급여 서비스에 대해서 행정당국이 개입할 수단을 가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간병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로 간병서비스 질 관리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어려워질 경우 서비스 질 하락과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 후퇴는 더욱더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듯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비급여화로 제도화하는 것은 기존의 병원 서비스 문제점(간호간병 서비스 제공과 관련하여 지도, 감독 체계 부실, 서비스 공급 인력의 질 문제, 총체적, 포괄적 간호·간병서비스 제공 부재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형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나기 힘들며, 간병서비스의 질 역시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환자나 간병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공식적 노동으로 간주되고 있는 간병 노동을 제도화하면서 ‘건강보험급여화’와 ‘간병노동자 직접 고용’을 핵심으로 하여 간병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과 서비스의 질 향상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간병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간병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각계에서 여러 활동들이 전개되었다. 한 축은 법률적·제도적 대응이고, 다른 한 축은 간병 노동자 당사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조직해내는 활동이다. 우선 법·제도적 대응 쪽으로는 여성 단체, 간병단체, 노동단체 등이 함께 구성한 돌봄 연대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2010년 5월 구성된 ‘돌봄서비스 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이하 돌봄연대)는 간병인, 가사도우미, 산후관리사, 육아도우미 등을 돌봄 노동 종사자로 보고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돌봄 노동자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고용·산재 보험 적용 특례조항을 통해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돌봄연대는 개정법안 마련 외에도 법 개정을 촉구하는 온라인 행동과 캠페인, 언론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특례조항 요구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확보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시급한 요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애인활동보조인, 산모신생아도우미, 노인돌보미 등 돌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돌봄연대의 활동은 그 방향에 있어 돌봄 노동자 스스로의 조직화와 투쟁이 상대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흐름으로 간병 노동자 노동조합 활동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전국 각지에 있는 약 700여 명의 간병인 노동자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서울대병원 간병인 노조가 설립되고, 2003년 서울대병원의 일방적인 간병인무료소개소 폐쇄에 대한 대응투쟁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인 조직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후 경북대병원 투쟁이 이어졌고 대구, 군산, 익산, 충북, 제주, 강원 지역의 병원 및 시설에서 실태조사, 공청회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인원은 많지 않지만 산재적용과 체불임금 지급 등의 요구를 가지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2011년 현재 따끈따끈 캠페인단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서울대병원 무료소개소 폐지에 맞선 투쟁의 결과, 그 성과는 노동조합에서 직접 무료소개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수렴되었다. 간병노동자가 무료소개소를 통해 직업 알선을 받으려면 간병 분회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방식이다. 무료소개소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소개소와 같은 중간착취(알선료)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무료소개소를 통해 조합원으로 만난 간병인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상호 교육하는데 있어서도 용이한 이점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중간 소개소라는 구조적 위치에서 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개악하는 등 중간착취 시장 확대 시도를 하고 있다. 직업 소개뿐만이 아니라 직업 훈련, 파견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을 도입하여 민간고용서비스 기관의 육성과 대형화를 유도하고, 이를 합법화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이렇게 되면 민간고용서비스 기관들이 대량 양산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소개소가 병원과의 협약을 맺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기관과의 경쟁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민간기관과의 비용 절감 경쟁은 직업소개를 매개로 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난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정부는 고용서비스의 공공성을 포기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무마하는 방패막이로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무료소개소는 비영리단체로서 국가의 사업비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활용되기 쉽다. 노동조합에서 직업 알선을 통한 조직화 사업을 할 때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야하고, 아울러 직업 알선 외에 주체 조직화의 다양한 경로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간병·요양 노동자가 노동과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하여 간병·요양 노동자는 비공식 영역에 속해 있거나 시설 별로 흩어져있어 조직화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물리적 조직화뿐만이 아니라 간병·요양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꿔낼 수 있는 운동주체로 조직되는 것 역시도 어려운 과제이다. 현 시점에서 간병·요양 노동자를 비롯한 돌봄 노동자 조직화 방향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간병·요양 노동자의 조직화는 그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보육, 의료, 교육, 노인부양과 같은 재생산의 책임과 비용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한편 그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시장화의 방식으로 해결함으로써 자본주의와 재생산의 위기를 관리하고자 한다. 위기 비용이 민중에게 전가될수록 개별 가족의 생존 전략은 여성의 이중노동을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성이 제공할 수 있는 무급노동이 무한히 탄력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재생산의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 노동은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저임금 노동과 무급의 재생산 노동의 책임이 집중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정책은 저평가되어 있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노동시장에 유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성이 집안에서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저임금이라도 감사히 받고 일하라는 것이다. 간병·요양 노동자들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여성인력 활용 전략의 핵심에 놓여있는 주체들이다. 정부와 자본의 전략에 대응하는 간병·요양 노동자 조직화가 여성노동권을 핵심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정부의 불안정 노동 확산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이 동반되어야 한다. 노동유연화 정책이 재생산 위기의 근본적 원인의 하나임에도 정부와 자본은 그에 대한 해법을 또다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유연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서 찾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간병·요양 노동자 운동은 중간 착취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대해 주의 깊게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업 안정법 개정,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 제한 예외대상 확대,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근로시간저축휴가제도 등 간접 고용과 노동 신축화를 전면 확대하기위한 시도를 막아내는 투쟁 역시 간병·요양 노동자의 노동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간병·요양 노동자 스스로의 주체화가 가장 중심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간병·요양 노동자들이 스스로 본인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간병·요양 노동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노동’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임하는 봉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는데 불만은 있지만, 집단적으로 노동권을 주장하거나 노동조합 활동 하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간병·요양 노동이 사회에 필수적인 노동이며 노동의 권리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중고령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에 대한 저평가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집단으로 주체화되어야 한다. 중고령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이는 나이든 여성이 일하는 것이 소일거리라는 사회적 인식에 기반 한 것이다. 작년 한 해 사회적 이슈가 되며 당당히 노동권을 주장했던 청소노동자 투쟁은 중요한 참고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서비스 시장화, 간접 고용과 노동 신축화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간병·요양 노동자, 여성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권리와 요구를 제기하고 노동자 간 연대를 강화하며 함께 투쟁해나가는 것이 시급한 때이다.
“청소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 평가와 과제” [편집자 주] 노조페미니즘팀에서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여성노동자 조직화 과정에 대한 분석과 제언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청소노동자를 시작으로 간병·요양노동자, 제조업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논의를 제안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청소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 공공노조의 간병·요양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 서울남부지역 공단노동자 조직화사업에서 여성노동과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주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다만 각 글의 구성, 서술 방식은 단일하지 않을 수 있다. 청소노동자의 경우는 진행한 사업을 일단락 짓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반면 간병·요양노동자와 제조업 여성노동자에 대한 글은 향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략조직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작성될 것이다. 대다수 여성노동자가 처한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는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가치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예로부터 여성이 집안에서, 무급으로 수행해 온 일의 연장인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청소노동자, 가정관리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의 임금노동 형태로 드러나지만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심지어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며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있거나, 인격적 대우는커녕 언어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많다. 여성의 노동에 대한 분석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전체 노동자로 포괄되지 않는 여성노동자의 경험과 노동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여성노동자가 고유하게 겪는 노동 현장과 노동조합활동에서의 난점과 특수성을 발견하며, 이에 대해 무감각했던 기존의 노동자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의 연재를 통해 전체 여성노동자의 삶과 주체화 과정을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전략조직화 사업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 노조페미니즘팀은 노동자운동의 페미니즘적 혁신의 구체적 경로를 모색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전체 노동자운동에서 여성사업에 대한 문제의식과 활동 평가를 기반으로 노동조합 활동에서 여성사업 기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획 연재는 격월로 진행되는 <노동위원회 연속워크샵>을 기반으로 작성될 것이다. 통계로 보는 청소노동자 노동부 산하 기관 한국고용정보원의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조사(2009」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는 426개의 직업 중 403,976명을 차지하여, 직업순위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임금노동자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종사자가 많기도 하다. 이는 청소노동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노동임을 의미한다. 그 중 남성이 66,380명(17.5%)이고, 여성이 313,543명(82.5%)으로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다. 연령을 살펴보면 50세 이상이 82.1%를 차지하는데, 고령 노동자가 많은 직업임이 한 눈에 드러난다. 가구주인 경우는 남성이 91.7%, 여성이 50.6%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도 절반 정도 됨을 알 수 있다. 반면 학력은 중졸 이하가 7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고용은 상용직 50.6%이고, 임시직 41.0%, 일용직 8.5%인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상용직의 의미가 통상적인 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정년이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균임금은 81.8만원이다. (남성 101.8만원, 여성이 77.6만원. 여성노동자 임금이 남성노동자의 76.3%에 불과하다.) 평균임금에는 각종 임금항목(수당)이 포함된다. 2009년 당시 최저임금이 시간당 4천원, 주 40시간 기준으로 83.6만원(주 44시간 기준 90.4만원)이었으므로, 대부분이 최저임금 위반사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주당 근로시간은 남성이 45.7시간, 여성이 44.0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보다 많이 근무하고 있었다. 청소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전체 426개 직업 중 낮은 순위로 일곱 번째를 차지한다. 고령의 여성, 청소노동자가 되다 “내가 60이 넘었는데 어디 할 건 없고 집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뭐 방법이 없더라고…. 그래서 동네 아줌마한테 어디 돈 벌데 없냐고 하니깐, 여기서 해보라고 해서 와봤거든.” “환갑이 다 되도록 가정주부였다가 남편의 은퇴로 일을 시작했지. 다른 일은 다 나이 때문에 못해. 식당 아니면 청소일인데, 식당은 쉬는 날도 없잖아” “20년 넘게 경리일을 하고 오십이 다 돼 일을 찾다가 학교로 왔다.” “30년 동안 식당에서 부엌일을 하고 음식을 나르다가 4대 보험이 된다는 말에 학교 청소노동자 됐어요.” 고령여성은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는 위축을 경험하다 별다른 선택지 없이 청소노동을 시작한다. 보통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청소노동을 시작하기 전 자영업, 노점, 공장노동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다가 청소노동을 하게 되는데 일을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51.6세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가사와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성별분업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의 노동은 저평가되며 저임금 역시 당연시된다. 청소노동 또한 그러한 인식의 연장에 있다. 통계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노동자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의 경우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돈벌이’나 가계에 ‘보탬’이 되는 수준을 넘어서 생계유지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저임금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 관리자로부터 시달려야 하는 각종 (언어/성)폭력과 위협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기본권은 물론 인권의 사각지대에까지 내몰려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해고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노동자라는 고용형태는 너무나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노동조건일지라도 ‘내가 이 나이 먹어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점을 너무나 잘 아는 (남성)관리자들은 청소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욕설을 내뱉고, 상납을 받기도 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불만을 효율적으로 통제한다. 노동조합과 처음 만나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는 7,853명으로 전체 청소노동자의 2.0%이다. 매우 낮은 가입률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여성비정규직노조(구 여성연맹), 여성노조, 일반노조, 공공노조 등으로 조직되어 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에는 약 1,000명 정도의 청소노동자들이 있는데, (고려대,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이화여대, 홍익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프레스센터,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등)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조합원이 된 청소노동자들에게 노조는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지만, 대부분 이전의 노동조합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폭력적이고 과격한 것’, ‘빨갱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언론의 노동조합 죽이기, 레드컴플렉스 등이 조합원들에게도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구체적으로는 ‘교육’이나 자신의 권리를 찾아 ‘투쟁’하는 과정을 거치며 노동조합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가족들의 지지 또한 대체로 부정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작년 12월 노조를 결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비정규직이란 걸 알았죠. 그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글자(뜻)도 몰랐고 슬픔과 아픔도 몰랐어요. TV에 비정규직 얘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렸어요. 이제까지 우리가 파견근로자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거죠.”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 달라졌어요. 내 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는 노동조합하는 사람이 재단 이사장보다 더 위대해보여요. 20년만 젊다면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우리 큰 아들은 “신여사님 대단하셔”라면서 농담을 해요. 우리 며느리도 “몇 개월 사이에 우리 어머니가 많은 걸 배우셨다”며 놀라워하죠. 밥 한 끼 권리 외치면서 캠페인하는게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저는 개의치 않아요.” 통계 등의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들과 노동조합을 만들고 난 후 달라진 점, 제일 좋은 점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예상했던 대로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 주5일제 시행과 같은 노동환경 개선이다. 또한 비슷하게 많은 대답이 나오는 것으로 평소 눈치 보기 바빴던 관리자들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더 이상 숨죽여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다. 노동조합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을 가장 크고 좋은 변화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 피해 다니기 바빴던, 나를 무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관리자들과 큰 소리로 싸워보기도 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그야말로 ‘맞짱’ 뜨는 일은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에게 가슴이 방망이질 쳐지는 가장 떨리는 순간이자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은 대부분 임단협을 중심으로 한 임금인상투쟁이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미화사업장의 경우는(대부분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그러하듯) 1년이나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마다 고용과 관련된 크고 작은 투쟁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 또한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투쟁이다. 조합원들은 반복되는 투쟁과 잦은 일정에 지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그만큼 ‘자연적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투쟁과 각종 일정들을 빡빡이 소화하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일상 활동이 다채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노동조합을 만들고 관례적으로라도 하는 간부교육 등은 대상의 특수성 때문에 기획조차 되지 못하였다. 이는 청소노동자들이 조합원이 된 이후 각종 일정에는 열심히 ‘참가’ 혹은 ‘동원’되나 주체로서 활동하는 데에는 부족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일례로 핵심사업인 임단협 과정만 보더라도 현장간부들이 교섭위원으로 선출은 되지만, 노동조합의 체계나 역할, 단체교섭의 의미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없다보니 지부임원이나 간부들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전략조직화 사업을 시작하다 - 교육을 통해 주체로 거듭나기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 그중에서도 청소용역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공공노조의 <대학 비정규직 전략조직화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했다. 사업은 크게 미조직사업, 간부육성사업, 여론사업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미조직 청소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조합원과 간부들이 미조직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소노동자를 조직하더라도 전담활동가가 아닌 기 조직된 청소노동자가 청소노동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단에서는 고민 끝에 미화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기획하였다. 활동하고 있는 미화사업장 핵심간부들을 대상으로 월 1회, 4시간 집합교육의 형태로 총 7개월 동안 진행하는 교육이었다. 교육을 조직적으로 제안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지부에서 전체 간부들을 한데 모아 노동교실 같은 교육을 해 온 적은 있지만 특정 직종(미화 업종과 같은)만 따로 분리해 교육을 했던 적은 없었다. 가장 큰 우려는 50-60대 중·고령 여성간부들이, ‘아줌마’ 혹은 ‘할머니’ 조합원들이 그 긴 시간에 이르는 교육을 소화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힘들고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짜는 것도 어려운 고민이었다. 실제로 교육 초기 미화간부들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발표)해야 하거나 토론하는 교육을 낯설어했으며, 교육이 끝나자마자 제대로 된 뒤풀이도 함께 하지 못하고 가족들 저녁 챙겨주어야 한다며 쏜살같이 교육장을 빠져나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교육생들의 열의는 매우 높았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발표하는 것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전반적인 교육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8남매 중 큰 딸로 태어나서 집안 일만 한다고 공부를 못해 아쉬워요” “10년만 젊었으면 더 없이 사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더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교육준비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살아오면서 교육기회는 물론 사회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발표할 기회가 적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강사에 의존한 강의중심교육은 무리였다. 그래서 매 교육마다 50분 안팎의 강의와 참여형 토론을 배치하였고, 같은 교육주제라 할지라도 다른 형태의 두 세 차례 토론을 거칠 수 있게 하였다([참고 1]). 강의 또한 청소노동자 현실과 정서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강사를 조직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몇 차례의 기획회의를 거쳤다. 교육 주제는 노동자 의식, 외국의 청소노동자 조직화 사례, 청소노동자의 일과 건강, 역사로 보는 노동운동사 등 다양하였지만, 매 주제의 교육내용마다 미조직사업의 동기부여와 주체로서 작게나마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접목시키려 노력하였다. 이를테면 교육 말미에 노동조합 소개 및 가입안내가 적힌 포켓티슈 3개씩을 교육생들에게 나눠주고, 다음 교육 때까지 3명의 미조직노동자를 만나서 포켓티슈를 건네며 노동조합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을 숙제로 결의하는 식이다. 간부교육은 철저히 ‘학교’ 형태로 운영되었는데,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 남아선호 시대를 살며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세대들이기에 학교식 운영을 통해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입학식, 교장, 출석부, 담임선생님, 숙제, 시험, 방학, 졸업여행, 교육생의 이름이 적힌 노트 선물 등은 조합원들이 즐겁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기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올해 3년차에 접어든 간부교육은 실제로 교육을 이수한 간부들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으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조합원들 말마따나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교육일지라도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노조 활동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렇게 간부교육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몇 가지 요인으로는 첫째, 단체협약에 조합원들의 교육시간이 확보되어 있었고, 지부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여 안정적인 교육시간을 만들어낸 점. 둘째, 전략조직화 사업 기금을 통한 충분한 예산확보. 셋째, 조합원들의 정서와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교육기획 등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따뜻한 밥 한 끼 권리 캠페인>이나 지부의 투쟁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이 탄력을 받는 속에 교육이 이루어진 것도 활기차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다.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새로운 노동자들을 만나다 청소노동자가 조직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분류된다. 고려대, 성신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처럼 학생들과 연대 사업을 통한 조직화 방식, 덕성여대, 동덕여대처럼 원청 노조(대학노조)와의 연대를 통한 방식, 기 조직된 조합원들과의 연계 및 투쟁의 입소문을 통한 자연발생적 조직화 방식이 대표적으로 조직화 되는 과정이다. 전략조직화 사업단에서는 이 중 학생들과의 연대 사업을 통한 조직화 과정을 주요 조직화 방식으로 선정하고 이화여대와 홍익대분회가 출범함으로써 이를 유의미한 경로로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청소노동자가 청소노동자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조직화 방식이라는 것도 확인하였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휴게실의 위치부터 파악하는 것으로 조직화 사업은 시작된다. 해당 대학의 학생들과 사업담당자가 적게는 주 1회, 많게는 2-3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휴게실을 방문하고 기본적인 실태조사를 수행하며, 노동자들을 직접 설득하는 시간이 조직화 과정 중 가장 긴 시기이자 중요한 과정이다. 학교의 크기나 노동자 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이 시간 동안 노동자들의 주요 불만지점을 파악하고, 진심으로 노동자들과 토론하여 이후 분회 간부로까지 활동할 수 있는 (핵심)주체가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간부교육을 이수한 분회 핵심간부들과 적극적인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조직화 프로그램 등을 배치하였다. ‘새벽출근선전전’은 출퇴근길 선전전으로 조직화에 성공한 미국 SEIU노조의 사례에서 착안한 것이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출근길 버스정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언니·동생이 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딱 맞는 조직화 방식이기도 하였다. 미화조합원들은 첫 차를 타고 출근하는 미조직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비슷한 처지에 대한 공감부터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이야기를 꺼내는 것까지 어떠한 활동가들보다 조직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휴게실 방문사업에서도 간부들의 역할은 컸는데, 잦은 방문은 아니었지만 연세대분회 간부들이 이화여대 조직화 단계에, 이화여대 간부들이 홍익대 조직화 단계에 함께 하면서 미조직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새로 조직된 조합원들을 바라보며 갖게 되는 분회 간부들의 자긍심과 애정은 남달랐다. 나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노동조합 저임금, 간접고용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하고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시작한 <청소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를!> 캠페인단 활동은 전략조직화 사업의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이다. 캠페인 활동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언론을 통해 조명되면서 우호적인 여론형성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캠페인단에서 진행했던 여러 사업은 단순히 우호적인 여론형성을 넘어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환경, 권리, 나아가 삶의 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발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는 교육과는 또 다른 주체화 과정이었다. 유령이 아닌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언했던 <청소노동자 행진>에서 조합원들은 틈틈이 연습했던 풍물을 연주했다. 합창단을 만들어 가사를 개사한 노래공연을 직접 준비하기도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회의 모든 발언을 채우기도 했다. 한 발 나아가 조합원이 직접 사회까지 보았던 <청소노동자 노래자랑>은 청소노동자들의 일상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또 다른 주체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일하면서 작게 흥얼거렸던 노래는 노래자랑이라는 무대를 만나 나의 일과 삶을 그리고의 나의 장기를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훌륭한 기제가 되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 '맞아맞아 꼴불견 베스트5' 등을 이야기할 때는 지나가던 시민들도 청소노동자들과 하나가 되는 분위기였다. 엄마의 무대를 위해 손수 피켓을 만든 딸의 응원은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실험들은 ‘직접고용 쟁취하자’가 아닌 ‘학교랑 우리랑 직거래 합시다’와 같은 청소노동자들의 생생한 표현으로 발현되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노래 부르는 것 빼고는 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마침 노동조합에서 노래자랑을 한 대자나요. 그래서 얼른 신청했지요. 그런데 내가 은상을 탔다는거 아니겠어요! 나는 정말 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거에요. 내가 노동조합 아니면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나는 정말 노조만나서 인생 대박터졌어요. 이번 간부 교육도 정말 열심히 들을거에요.” 대학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은 2개 대학 조직화에 성공하며 미조직사업으로서의 성과를 충분히 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몇몇 대학을 조직화 거점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조직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몇 개의 대학에서 노동조합 깃발이 더 휘날릴지도 모른다. 대학 뿐 아니라 빌딩, 관공서 등으로 조직화 범위를 확대해나가기 위한 실험과 노력도 진행 중이다. 전략조직화 사업이 조직화 과정에 전담활동가를 배치하는 등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여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집중적 투자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한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들을 별도의 특화된 사업이 아닌 지부의 자산으로, 일상 활동으로 녹여내는 것은 향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사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조직화의 성과’ 이외에도 중요한 부분은, 처음부터 사업을 통해 미화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의 주체로 세워내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는 것, 그에 따른 사업의 기획과 집행을 했으며 실제로 그러한 실험을 통해 미화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지부 활동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은 많은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화 조합원들의 연령 등을 고려하면 다른 젊은 조합원들에 비해 활동주기가 짧을 수밖에 없고 활동의 제약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떤 조합원들보다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난 그 순간,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자신한다. 하기에 앞으로도 조합원들의 가능성을 믿고 보다 진일보한 투쟁과 사업들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전략 조직화 사업은 조합원과 분회 간부들이 조직활동가로서 자기 역할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조합원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하지만 이미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엄혹한 정세 속에서도 그 어떤 노동자들보다 생동감 넘치게, 활기찬 노동조합 운동을 만들어 가고 있고,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는 전국의 40만 청소노동자가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조합의 주체가 되는 그날까지, ‘더 많은 우리’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