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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 제40호

세월호에 대한 어떤 쉬운 답 〈그날, 바다〉

  • 박상은
세월호 4주기에 맞춰 김어준 제작, 김지영 연출의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했다. <그날, 바다>는 개봉 12일 만에 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에서 개봉한 세월호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AIS(선박이 항해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자동적으로 발신하는 장치)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가 발표한 항적이 조작되어 실제보다 700미터나 차이가 나며, 해저에 앵커(닻)를 내려 세월호를 침몰시켰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세월호의 항적은 누락구간, 선수방향의 갑작스러운 변화 등으로 인해 참사 초기부터 조작 여부가 의심되어 왔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조위는 물론 선체조사위원회에서도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기계적 오류와 데이터 정리기준의 불일치 등의 문제가 밝혀졌지만, 조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사고 당시의 항공기 영상과 공개된 세월호 항적의 위치정보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혀진지 오래다.
 
출처 네이버영화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는 가설은 더욱 비현실적이다. 선박전문가들은 앵커가 해저에 찍혀 버티는 힘보다 세월호의 추진력이 10배 이상이기 때문에 앵커 체인이나 양묘기(닻을 내리거나 감아올리기 위하여 갑판 상에 설치된 장비)가 파손될지언정 배가 침몰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침몰시 좌현 앵커가 잘 수납된 사진이 있다는 점, 사진이 조작이 아니라면 앵커를 내렸다가 갑판에서 다시 앵커를 감아야 하는데 세월호가 쓰러지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는 점, 달리는 배에서 앵커를 내렸다면 소리가 엄청난데 그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은 없다는 점 등이 이미 곳곳에서 지적되었다. 

왜 이런 소위 ‘고의침몰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까. 세월호 참사가 유가족 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스러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형 참사는 여러 사람의 부작위가 겹쳐진 사건이기 때문에 책임질 누군가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책임자를 특정하지 못할 때, 분노는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된다. 분노로 자신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책임자를 찾아야 한다. 확실한 책임자를. 

세월호 참사는 5.18과 비슷하다. 시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5.18과 다르다. 국가가 명령한 학살과 국가의 부작위 혹은 무의지로 발생한 참사는 다르다. 5.18의 발포명령자를 특정하듯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 제공자를 특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고의침몰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또 있다. 아직도 이 사건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몰과 구조실패, 이후의 국가의 탄압까지. 2014년 4월 16일 하루가 아니라 전후(前後) 몇 년에 걸친 이 참사의 과정을 우리는 무엇이라 설명할 것인가? 침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으며, 그 의도를 감추기 위해 진상규명 요구를 탄압했다는 답은 너무나 쉬운 답이다.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면 그 배경에는 답을 쉽게 찾으려는 우리의 게으름과 무능도 있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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