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오늘평화
  • 2017/09 제32호

노동조합이 반전평화운동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

리스 셰널트 미국 전쟁반대 노동조합 협의회 활동가 인터뷰

  • 인터뷰‧정리 김진영
[오늘보다] 미국전쟁반대노조협의회(USLAW)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요?
 
[리스 셰널트] USLAW는 2003년에 만들어졌고, 이제 15년째입니다. 당시엔 이라크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죠. 그땐 노동조합들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비교적 쉬웠어요. 전쟁 소식이 매일 같이 신문에 나왔고, 사람들이 학교와 미디어에서 전쟁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죠. 부시라는 매우 인기 없는 대통령을 상대로 좌파들이 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쉬웠습니다. 그래서 조합원이 50만 명 이상인 노조나, 여러 큰 지부를 가진 노조들도 쉽게 함께 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참전자들도 여전히 반전운동과 노동조합 내에서 활발히 활동할 때이기도 했죠.

근데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면서 점차 뉴스에서 전쟁 소식이 뒷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조합들도 발을 빼기 시작했죠. USLAW 멤버들은 하나의 전쟁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주의와 대외 정책 자체에 대한 대응으로 운동을 확장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오바마가 복지 등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오바마 선거운동을 위해 노동조합들이 3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도 했었죠. 그 때문에 자신들이 당선시킨 대통령을 비판하는 걸 꺼릴 수밖에 없었어요. 사회운동이 축소되면서 USLAW의 규모도 축소됐고, 기반은 남아있지만 꾸준히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USLAW 상근자로 채용됐을 때, 제 전임자는 60살이었고 다른 활동가들도 60대 후반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고령화를 긴급한 위기로 느끼고, 이를 해결하고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비교적 젊고, 유색인종인 절 채용했죠.
 
 
[오늘보다] USLAW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리스 셰널트] 우리는 군사주의적 대외정책과 군수산업에 기반을 둔 경제, 소수의 기득권자를 위한 경제 대신, 모든 시민을 위해 지속가능한 환경·경제·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려 합니다. 군비증강 대신 일자리와 복지에 예산을 쓰도록 하는거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가 후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산업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에서의 교육과 토론,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군사주의·자본주의와 군산복합체의 관계, 미국의 군비예산이 복지예산·기후 문제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 문제와 미국의 대외 정책 문제가 만나는 지점들을 찾고 만들려고 합니다. 인종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사주의는 이런 문제들과 모두 연결되어 있죠. 미국의 노조 활동가들은 대개 나이 든 백인 남성들입니다. 이런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경제적·인종적 정의를 보는 관점과 제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죠. 노동조합이 조직해야 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제 관점과 더 비슷합니다. 저는 흑인 청년으로서, 우리가 조직해야 할 사람들에게 당신의 관점이 옳고, 우리가 미래에 가져야 할 관점이라고 말합니다. 이게 USLAW의 문제의식입니다.
 
[오늘보다] 노동조합이 평화운동을 하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다른 평화운동단체들과 구별되는, 노동조합의 강점은 뭔가요?
 
[리스 셰널트] 미국에서 사회운동은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토론하기는 쉽지 않아요. 근데 노동조합은 사람들을 조직하고, 만나고,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전통을 매우 강하게 가진 조직이죠. 진입장벽도 낮습니다. 정치 활동을 한 적 없는 평범한 사람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면, 노조를 통해 대외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요. 너무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가서 이해하기 힘들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모두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모임을 준비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노조의 쟁점들을 가져와서 토론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군수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공장이 무기 대신 다른 걸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보다] USLAW가 군수산업의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리스 셰널트] 지난 몇 년간 무기 산업의 노동자들을 조직해 왔습니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는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죠. 하지만 노동조합의 동지로서, 집단적인 이해를 공유하고 있을 때에는 새로운 대화의 여지가 생깁니다. 무기 제조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 자신들이 “만화책에 나오는 악당”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무기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자기 지역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거나, 이곳이 가장 생계를 부양할 만한 임금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다는 동질감으로 사람들을 만납니다. 노동조건은 어떤지, 당신이 만드는 부품들이 정확히 어디에 들어가고 어떤 무기가 되어 어디로 보내지는지 알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죠. 저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드는 무기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되자,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어. 다른 걸 만들 수 있으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관계를 만들고 조직하는 경험은 기존 노동자운동에서 매우 드문 일이죠.
 
[오늘보다] 미국 내의 다양한 운동과의 연대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까요?
 
[리스 셰널트] 어떤 사업이 진행되거나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아이디어에 불과한 의견입니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흑인에 대한 공권력 폭력과 차별에 맞선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흑인 청소년들은 노동조합 조합원인 가족에 의해 부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주도적인 활동가 중에도 노조 상근자나 간부가 많죠. 이런 식으로 노동자운동과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이미 맞닿아있지만, 이 점을 강조해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인종차별에 맞서 거리에 나와서 투쟁하면서도, 자신이 먹고 살아야 하는 일터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어려워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노동조합과 연관이 있거나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하는 가족 구성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운동이 세대를 넘어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 인종차별 문제는 한국계 미국인 같은 다른 유색인종과도 연대할 수 있는 고리입니다.

USLAW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열심히 결합하고 우리의 관심사를 알리기 위해 개입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서 경찰관과 싸우기도 바빠서, 미국의 대외정책 같은 더 큰 이슈들에까지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보다] 미국에 돌아간 다음에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요?
 
[리스 셰널트] 요즘 “귀국하면 우리 조직, 우리 지부에 와서 한국 방문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연락을 잔뜩 받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게 원래 내 일이니까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거래를 합시다. 평소 이런 일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조합원들을 데려오시면 제가 가서 강연을 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죠.”라고 말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밥에게도 오라고 해볼게요.”라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이렇게 조합원들을 운동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운동은 사람들을 모아서 안전한 토론 장소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전쟁과 무기 같은 큰 이슈들에도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합니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참고 일합니다. 삶터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소성리 주민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미국에 돌아가서 할 것입니다.

한국 활동가들로부터 촛불 투쟁, 사드 투쟁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군사주의, 노동조합의 고령화, 전략조직화의 필요성처럼 같은 과제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활동가들이 한국과 미국을 오갔으면 합니다. ●
 
ⓒ 뉴스 민
 

리스 셰널트 Reece Chenault

 

리스 셰널트 씨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미국 전쟁반대 노조협의회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위협에 반대하며 2003년 1월 세워진, 노동조합과 노동단체들의 전국적 조직이다. 165개가 넘는 노동조합과 조합원 150만 명, 함께 하는 노동 단체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 전쟁반대 노조협의회는 이라크 노동조합들과의 연대활동과, 2005년에 미국노총(AFL-CIO)이 이라크 전쟁 반대를 표명하게 한 것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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