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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 제31호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어떻게 볼 것인가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기간제 교사

  • 박영진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지를 밝혀 왔다. 그런데 지난 달 발표된 ‘100대 국정운영과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은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수립하면서도 “타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등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달리말해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명 기간제법)’이 아니라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 된다는 논리다.


이에 항의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기자회견이 7월 19일 저녁,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열렸다. 그런데 전교조 일부 조합원들이 본부에 항의 전화를 하고, 조합에서 탈퇴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마치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 사이의 갈등인 양 다루고 있다.
 

제도에 내재된 갈등의 씨앗

한편 교·사대생이나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임용시험을 통과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가 자칫 임용시험 준비생과 기간제 교사 간의 밥그릇 싸움 또는 정규직 교사가 특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까지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그러나 갈등의 본질은 교사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이중구조와 교사를 필요한 만큼 충분히 채용하지 않는 정부 정책의 모순이다.

현재 유·초·중등 기간제 교사는 전국에 4만 6000여 명으로 파악되며, 이는 전체 교원의 10.8퍼센트에 해당한다. 그런데 초등과 중등, 국·공립과 사립, 과목별 양상이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6000여 명 정도로 전체 초등교사의 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중등 기간제 교사는 전체 중등교사의 15퍼센트나 된다. 특히 중등은 셋 중 하나가 사립학교인데, 여기서는 기간제 교사 비율이 20~40퍼센트에 이른다. 사실상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요구는 중등 교사와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는 과거 임시 교사 제도와는 달리 주로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업무에 있어서도 학급담임까지 맡게 되는 등 정규직 교사와 하는 일에서 차이가 없다. 오히려 정규직 교사가 꺼려하는 업무를 도맡아 하며 정규직 교사의 하위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교사의 휴직에 따른 대체인력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간제 교사제도는 1997년 처음 도입된 제도로, 2000년대 초반 ‘7차 교육과정’ 실시 이후 수준별 수업, 선택과목 확대 등으로 교원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주요 과목이 아닌 교과나 선택과목 중심으로 기간제 교사 채용이 확대됐다. 최근 들어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당장에 필요한 교사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교사·학부모단체는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5명 많은 상황(2014년 중학교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간제 교사 채용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교육개혁 실패의 희생자
사립학교에서는 학교장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 정교사를 뽑아야 함에도 기간제 교사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사서·특수·상담교사는 학교마다 반드시 필요한 인력인데,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조차 수년간 기간제 교사를 활용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특수교사의 증언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특수교사의 60퍼센트가 기간제 교사다. 학교폭력 문제가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만큼 상담교사의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학교들은 기간제 교사로 반복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부터 문재인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 정책까지 시행되면 교사의 비정규직화 경향은 더욱 확대될 우려가 크다.

이처럼 기간제 교사 제도는 정규직 교사 휴직 대체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우리는 기간제 교사 제도를 정부의 실패한 교육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알다시피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확대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할통치하려는 자본과 정부의 노동통제 전략이다. 지난 20년간 일반 노동자뿐만 아니라 교육을 담당하는 노동자까지도 정부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당하기 쉬운 지위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단순히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기간제 교사 제도’를 만들어낸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과 안일한 태도를 함께 비판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제, 어떻게 폐지할까

잘못된 ‘기간제 교사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를 모두 해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년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기간제 교사 중 교직경력이 5년 이상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고, 10년 이상도 약 20퍼센트나 된다. 적어도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기간제 교사는 이미 학교 현장을 통해 검증된 교사이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경력을 인정하여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고안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유럽에서도 경력직과 신규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다양한 임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교사로 전환하는 것이 임용시험 준비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 임용시험 제도 안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필시험 위주의 임용시험으로 교사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런 임용 시험이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했던 것도 아니다.

또한 중등의 경우 응시생의 5퍼센트 정도만 합격할 수 있는 임용시험이 과연 정상적인 시험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공무원 시험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시험도 아니고, 교·사대를 졸업하는 등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이 응시하는 시험인데도 평균 11대 1, 국어·영어·수학·사회 교과는 20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면, 이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비슷한 실력이라도 지필고사에서 운에 의해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렵게 지필고사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학교장과 장학사로 구성된 면접관 앞에서 소신 있게 자신의 교육철학을 말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무조건 임용시험을 보고 정규직이 되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현재 임용 시험제도의 타당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는 교육을 실현해야 하는 교사가 살인적인 임용 경쟁률을 뚫고 학교 현장에 와서 ‘경쟁’이 아닌 ‘공존’의 중요성을 말할 수 있겠는가?

늦은 감이 있지만 전교조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정규직 기득권’ 프레임에 전교조를 가두려 하는데 방어적 포지션을 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원노동의 불안정화 반대’ 구호를 내걸고 신자유주의 교육개혁과 치열히 싸웠지만 학교 안의 비정규직은 나날이 증가해왔던 지난 역사를 진지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 교사들 간에 등급을 나눔으로써 갈등을 조장하는 제도 고발, 교육·노동정책의 결과에 저항하는 주체들에 대한 연대, 교원양성임용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정상화 요구 등 전교조가 자임해야 할 역할은 많다. ●
 
필자 소개

박영진 | 사회진보연대 교육운동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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