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보다
- 2016/02 제13호
기간제교사는 스페어타이어?
숫자는 늘고 권리는 추락하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과 대안
작년 12월 23일,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5명의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빗자루로 폭행하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와 세간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출석부에 무단결석 처리된 학생들이 교사에게 그 기록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것에서 비롯됐다. 많은 사람들은 교권의 추락을 개탄하며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실추된 교권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피해자인 교사는 학생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으면 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당했고, 교사로서의 교육권을 침해당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피해 교사는 사건의 조용한 처리를 요구했다.
폭행과 욕설을 행사한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이러한 요구가 단순히 그 교사가 진심으로 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표명된 것이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러한 피해 교사의 반응을 그냥 넘기기 힘든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다름 아닌, 기간제 교사였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는 누구?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가 휴직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경우 혹은 일시적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때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학교에서 고용하는 교원자격증 소유자를 일컫는다. 보통 학교 단위로 계약하며, 그 기간은 1개월 이하부터 1년까지 다양하다. 계약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며 4년이 지났을 때는 재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15년 교육부에서 발표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5년 8월 전체 교사의 수 48만 9515명이고, 이중 기간제 교사는 약 10퍼센트인 4만 6871명이다. 전체 교사 10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인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늘리는 이유?
기간제 교사 제도는 갑작스레 수업의 결손이 발생했을 때 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마련됐다. 원칙대로라면 피치 못할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고용을 해야 하는 게 기간제 교사인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 1만 5564명에 불과했던 기간제 교사는 2010년 2만 5410명으로 늘었고, 2015년 현재 4만 6000여 명으로 3만 명 이상,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휴직자들이나 결원이 이렇게 급속도로 늘어났을 리가 없는데, 기간제 교사수는 3배가량 증가했다. 왜일까?
교사의 신규채용은 각 교육청에서 할당된 인원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각 교육청에서는 학령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신규 채용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신규 채용은 감소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교사는 여전히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신규 채용 감소의 부족분을 기간제 교사로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고, 비정규직 교사인 기간제 교사의 비중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현실
계약 기간 종료 시점이 되면 기간제 교사들은 재계약 여부를 통보받는다. 재계약 여부에 따라 학교에 남게 될지, 아니면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할지 알게 되는 것이다. 재계약을 결정하는 사람은 학교의 관리자들이다. 기간제 교사의 임용은 개별 학교와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칼자루를 학교의 관리자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교사를 원한다. 그 문제가 교사의 잘못인지 학생의 잘못인지 학부모의 잘못인지 관리자의 잘못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일으켜 학교를 시끄럽게 만든 교사는 속된 말로 찍히고, 이는 재계약 불가 통보로 이어진다.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부당한 현실, 고용 불안정에 항의라도 하는 날에는 그 기간제 교사는 앞으로 교직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어진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당연히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을 테고, 부당한 처사에 항의한 이력이 있는 기간제 교사란 사실이 다른 학교에 알려지는 순간, 다른 곳에서도 채용을 기피하니 말이다.
노동조합 가입 역시 엄두도 못 낸다. 정규직 교사들조차 전교조 가입에 몸을 많이 사리는 처지에 기간제 교사가 감히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불안정 속에서 기간제 교사의 교사로서의 기본적인 교육권은 온전히 보장받을 수 없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항의조차 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가짜 선생님”, “스페어 타이어”라는 인격적 모멸을 불러일으키는 언사를 들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학부모의 항의에도 적절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만약 적극적으로 대처해 학교를 ‘시끄럽게’ 하면, 재계약에 대한 희망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현실이 이러하니 아무리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기간제 교사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빗자루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기간제 교사가 왜 ‘학생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을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계약과 떠돌이의 악순환
일선 학교 현장의 관리자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이런 처지를 적극적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재계약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는 그들은 기간제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의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정규직 교사들이 꺼리는 업무들까지 기간제 교사에게 떠넘긴다.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정규직 교사들이 기피하는 담임교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전체 기간제 교사의 절반 이상이 담임 업무를 맡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엔 담임교사 10명중 3명이 기간제 교사이며, 어떤 학교는 한 학년 담임의 절반이 기간제 교사로 채워지기도 한다. 또 다른 기피업무인 학생 생활지도 업무 역시 기간제 교사들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임금 역시 정규직의 절반 이하다.
연말 연초가 되면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공고가 게시된다. 이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수십 통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립학교 교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각 학교들에서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교사 수를 줄이려는 이 시점에 교원 자격증을 가졌지만 교사가 되지 못한 인원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범대 및 교대 졸업자뿐만 아니라 교직이수자, 교육대학원 졸업 등에게도 교원 자격증이 발급되고 있고, 이들의 적체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기에 기간제로 학교에 들어가는 것조차 경쟁률이 어마어마한 실정이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기간제 교사가 되면 다시 학교 현장의 불합리한 현실을 만나야 한다. 착취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이 순직 대상자에서 제외되어 논란이 된 적 있다. 기간제 교원은 교육공무원법 제32조(기간제 교원)에 따라 교육공무원인 ‘교원’이지만,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이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라는 규정엔 맞지 않아 ‘순직’ 심사 대상은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살아있을 때도 온갖 불이익과 차별을 감수하며 생활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죽어서까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추락한 교육권의 대안
이런 어두운 현실에서 학생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기간제 교사의 권리가 부정되는 그 순간 제대로 된 교육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침해로 연결된다. 그 때문에 기간제 교사가 마음놓고 교육할 수 있고, 부당한 처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일시적 결원이나 휴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기간제 교사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기간제 비율과 숫자가 턱없이 높은 것은 잘못됐다. 2~3퍼센트였던 기간제 교사 비율이 10퍼센트를 넘어선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기간제 교사의 노동조건을 구체적으로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교사로서의 교육권 역시 보장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보다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이 문제에 맞서려면 전교조의 관심과 행동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고용의 불안정 속에서 기간제 교사들의 자체적인 조직화와 불안정한 노동권에 대응한 적극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전교조가 앞장 서서 기간제 교사를 만나고 함께 싸워야 한다. 전교조와 정규직 교사들이 기간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한다면, 기간제 교사들의 외로운 싸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