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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 제29호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어떻게 봐야 하나?

'파리'는 불타고 있다

  • 제임스 P. 헤어 로자룩셈부르크재단 뉴욕사무소
  •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로자룩셈부르크재단 뉴욕사무소 홈페이지에 실린 James P. Hare의 칼럼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다음을 참조 http://www.rosalux-nyc.org/paris-is-burning/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불확실한 날들이 끝났다. 미국이 탈퇴한다고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한 이 협정이 해체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참여 없이 온실가스 배출 완화를 기대한 이 미약한 협정을 상상하는 것은 힘들다. 트럼프의 선택은 글로벌 기후 체제라는 것이 망상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결정타가 됐다.
 
트럼프 정부는 건강보험, 이주민, 군사주의, 노동자들로부터 부자들로의 끊임없는 부의 이전 등 나쁜 정책을 계속 추진해왔다. 이번 협정 탈퇴는 그중에서도 최악이다. 미래 세대가 트럼프가 행한 나쁜 행동들을 되돌아보면, 파리협정 탈퇴는 최악의 범죄로 기억될 것이다. 트럼프의 다른 정책들이나 그를 백악관으로 입성시킨 인종주의, 외국인혐오, 여성혐오 선거 캠페인들의 피해를 축소시킬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는 궁극적인 이슈다.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는 현재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한 번 밖에 없다.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국내 일자리와 국제협력 및 환경보호를 대립시키는 ‘미국 우선’ 정책[어젠다]의 하나로 파리협정 탈퇴를 약속했다. 우리는 트럼프의 나쁜 선동인 민족주의와 기후변화 부정을 거부해야 한다. 국제협력의 본질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소위 말하는 무역협정은 미국과 해외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지워 기업과 부유층에게만 이익을 주었을 뿐이다.
 
트럼프의 배척주의적(nativist) 비판처럼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멕시코와 불리한 계약을 맺지 않았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의 엘리트들은 각국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자기들을 위한 좋은 계약을 맺었다. 현재 노동자들은 NAFTA가 자기 일터와 공동체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중도파 논평가들이 노동계급의 지지를 매우 과장했지만, 무역협정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중요한 주들에서의 선거 지형을 유리하게 바꾸고 노동계급의 지지를 이끌어 그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두 가지 나쁜 길

선거 운동에서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 달 동안 탈퇴 결정을 미뤘다. 아마 강력한 이해관계자들이 그에게 협정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압박했을 것이다. 처음에 이것은 이방카 트럼프의 어느 정도의 영향 사례에서 나타났다. 보다 착하고 교양있는 트럼프주의에게는, 미국 우선시가 환경을 마지막에 둔다는 의미는 아닐 수도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미국이 파리협정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이 무수히 많았을지라도, 환경단체, 유럽의 지도자들, 또는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입장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엑슨모빌, 국무부 장관 렉스 틸레슨(엑슨모빌 전 사장), 에너지부 장관 릭 페리가 파리협정에 남는 것을 옹호했을 때, 우리는 트럼프가 그들의 시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 트럼프의 동맹자들은 환경보호의 해체라는 어젠다를 지지했지만, 그들은 ‘테이블’을 유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공식적인 탈퇴라는 외교적 파문을 일으키지 않고 파리협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친기후 어젠다와 반기후 어젠다 사이에서 주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환경 규제들을 약화시킬 최선의 전략 차원에서 결정을 미뤘다. 트럼프는 오바마 시대의 환경보호 정책들을 해체할 계획을 충분히 밝혔다. 사실, 청정발전 계획을 폐지시킨 것은 트럼프 정부가 파리에서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나쁜 길 중에서, 트럼프는 더 나쁜 것을 선택했다. 미국이 국제적 의무에 부응하지 못하고 저항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탈퇴는 미국을 뒤따라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국가들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파리에서 도달한 잠정적인 합의가 얼마나 파괴되든,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아직 알 수 없는 후과가 지속될 것이다.
 
이번 탈퇴는 다른 국제협약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탈퇴는 수십 년 동안 신뢰를 잃도록 만들 것이고, 현재의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고 미래의 다자적 협약 전망도 어둡게 한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나쁘다는 어젠다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는 [트럼프의]결정은 재앙적이지만, 그 협정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에 적절하다고 믿도록 우리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 각국의 공약[자발적 감축목표]들은 완전히 이행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를 늦출 뿐이다. 그들은 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물론이고, 자신의 배출을 전혀 감축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파리협정에서 선호되는 정책 메커니즘들은—배출권거래제와 갈이—에너지에 관한 사적인 통제를 강화하고 시장의 영역을 확대한다. 이는 노동자, 인종화된 소수자들, 여성, 기타 취약한 공동체들을 배제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공공부문의 조치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의심쩍은 성취를 자축했던 글로벌 엘리트들의 애도에 다시 참여하지는 말자.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우리는 그런 가벼운 칭찬이 가능한 일반적인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트럼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쁘다는 어젠다를 약속했다. 기후와 환경보호에 어떤 일이 닥칠지 알려면, 환경청장인 스콧 프루이트를 보면 되지 않을까? 이 [전직] 오클라호마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권한을 환경보호 부서를 해산시키고 연방 환경규제 및 환경청과 싸우는 데 이용했다. 그가 석유와 가스 산업으로터 수년 동안 막대한 캠페인 자금을 모았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이 있을까? 이것은 여우가 닭장을 인수한 경우다.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된 —그리고 클린턴 정부가 계승할 것으로 보였던— 파리협정, 청정전력 계획, 그리고 다른 환경정책들은 급진적인 어젠다들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사실 이러한 정책들은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게다가 (모든 경제 부문을 포함하는) 많은 기업들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부터 독일의 메르켈 총리까지) 부끄럼 없이 친자본가적인 세계 지도자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지지했다. 사실 그들은 저탄소 미래로 이행하기 위한 더 강력한 정책들도 지지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자본가계급 내에서 발생하는 쟁투들을 목격하고 있다. 화석연료 산업의 우두머리처럼 자본가계급의 가장 탐욕스러운 자들은 기술 부문과 같은 곳의 더 ‘진보적인’ 자본가들의 반대편에 서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트럼프는 가장 악랄하고 극단적인 자본가들의 대변자이고, 우리를 급진적인 추출주의(extractivist)와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로 이끌고 있다. 클린턴, 오바마와 그들의 동맹자들은 신자유주의의 보다 진보적인 측면을 대표하며 우리를 녹색 자본주의로 이끌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나쁜 선택인건 분명하지만, 그들을 동일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정치인들로부터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어젠다에 대한 기후 저항은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부상하는 기후정의운동은 기후변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지역민, 환경운동가, 노동운동가 등 저항의 최전선에 있는 공동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TUED(에너지민주주의를위한노동조합네트워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민주적 의지를 반영하는 기후 위기의 진정한 해법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 세계 노동조합 리더들의 공동체로 만들어졌다. 지역 에너지망의 재공유화부터 새로운 화석연료 시설의 봉쇄까지 가능한 행동들은 무한하다.
 
트럼프가 불러온 피해는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유엔에서 만들어진 국제협약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무시할 수 없이, 크고 창조적이고 급진적인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민중기후행진이 주장했듯이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서 모두가 필요하다.” ●
필자 소개

구준모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회공공연구원, 사회진보연대 반빈곤팀 등에서 활동 중이다. 온갖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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