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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 2017/06 제29호

변화의 열망을 보여준 19대 대선, 사회운동이 답할 차례다

  • 김태훈
촛불이 이끈 19대 조기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대통령의 일상이 화제에 오르고, 총리 청문회와 내각 구성이 이슈가 됐다.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이에 일자리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노총은 신설되는 일자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면서 노-정(노조-정부 간)교섭을 제안했다.

탄핵이라는 예외적 사태 직후의 정권교체다. 정부의 초기 정책에 대한 관심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둘러싸고 지지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면밀한 인식을 구하고, 시급히 사회운동의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의미

박근혜-이재용 게이트는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선출된 공직자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익 추구에 사용한 국정농단 사태는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상실한 주류 정치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국 경제를 지배하며 부를 독식하고, 위기가 오면 그 손실을 사회에 전가해 온 재벌체제의 한계 또한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 선거 당시 사회진보연대를 비롯한 사회운동 단체들은 민주당의 정치적 한계와 문재인 캠프 공약의 문제점들을 지적했었다.

첫째, 당시 문재인 캠프에겐 정경유착 근절 구호만 외칠 뿐 재벌이라는 대기업 집단 해체나 경영권 세습, 불법·편법적 부의 증식을 근본적으로 제한할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둘째, 노동자들에 대한 일부 처우개선은 약속하지만, 노동자가 스스로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재건하는데 핵심적인 노동3권에 대한 보장은 외면했다. 셋째, 사드 배치야 말로 핵무기 숭배를 자극해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함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며 명확한 입장을 회피했다.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대미 특사로 파견하고, 노조파괴 기업 갑을오토텍의 대표변호사인 박형철 씨를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는 등 친재벌 인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석현 씨는 사드에 대한 입장이 후보 때와는 다를 수 있다면서 사드 배치를 용인할 여지도 남겼다. 한국 사회의 진정한 적폐란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대중적 역량을 집결시킬 의지와 계획이 없다면 문재인 정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정치와 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헤쳐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취임사에서 말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공염불이 되지 않아야 한다.
 
 

변화의 희망을 보여준
정의당의 득표

사표론에도 불구하고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6.17퍼센트, 200만 표는 보다 진보적인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의미한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의 친재벌 반노동 정책,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싸워온 사회운동의 성과다. 단순히 득표의 많고 적음을 따질 게 아니라, 누가 왜 심상정을 지지했는지 살펴보면서 향후 사회운동의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의 선거운동 과정은 이 땅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한 심상정 후보의 공약들은 노동조합 조직률 30퍼센트 달성을 필두로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재벌체제 해체, 사회공공성 강화, 노조 할 권리,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 등 새 정부에서도 변함없이 사회운동의 과제가 될 요구를 반영했다.

노동 문제에 대해 청년·여성들이 높은 공감대를 이룬 것은 고무적이다. 이들의 자각과 열망이 흩어지지 않고 주체화의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열정페이 무료노동, 직장 내 성차별, 세계 1위 성별임금격차 등 미조직 노동자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중적 사회운동을 건설하는 계기도 되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표했다. 이러한 지지가 정의당의 이념과 역사에 대한 기존의 비판적 평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진보연대는 그동안 통합진보당 결성과정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분당 뒤 진보정의당 결성과정에서 심화된 자유주의적, 탈운동적 경향을 비판해왔다.

심상정 후보가 과거 스스로 밝혔듯이, 정의당은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된 노동자운동과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왔다. 이는 대중운동의 강화 없이, 상대적으로 실현가능한 요구를 제도화함으로써 지지를 얻는다는 개혁주의 전략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는 노동자운동의 쇠퇴에 조응했고, 진보정당의 이념과 노선을 우경화했다. 새 정부와의 연정 논의가 정의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것도 같은 문제로 볼 수 있다. 연정 참여는 정부의 성패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의 하위파트너로 전락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한 만큼, 정의당은 노조 조직률 30퍼센트 공약을 실현할 방안을 실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조직노동자와 미조직 청년·여성 노동자를 아우르며 폭넓은 원내활동과 원외활동을 구상해야 한다.
 

사회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갖추자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촛불항쟁이 만든 정세의 연장선에 있었다. 탄핵 반대 여론을 형성한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은 홍준표를 선택했고,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원했던 대다수 주권자들은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을 지지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경우 진보정당 역대 최다 득표를 얻었으나 아직은 미약하다. 이는 어느 정도 사회운동의 현실을 반영한다. 촛불 항쟁이 새로운 정치공동체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나 이를 실현할 대안적 세력을 탄생시키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회운동은 장기적 관점에서 재벌체제 해체·노조 할 권리·정치개혁(개헌)·한반도 평화 등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고 재건할 의제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 쟁점을 형성해 가야한다. 일자리 문제에서도 개별적 처우 개선과 같은 정부의 일방적 시혜에 기대지 않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노동조합과 대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운동의 재건과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

지난 겨울, 박근혜와 이재용을 끌어내리고 구속시킨 촛불의 힘을 잊어선 안 된다. 그것은 단결한 민중의 힘이었다. 새 정부에 막연하게 기댈 게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장기 구상과 목적의식적 실천을 통해 사회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만들어갈 때다. 지난 촛불에 대한 최종 평가 역시 그것의 성패에 달려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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