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노동보다
  • 2017/03 제26호

징계에 굴하지 않고 다시 파업 준비하는 부산지하철노조

  •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 김유미
 
부산지하철노조 간부들에게 징계 통보가 날아들었다. 《오늘보다》 1월호에 부산지하철노조 이의용 위원장 인터뷰를 실은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월 7일의 일이다.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12명이 해고되었고, 19명의 직급이 강등되었으며 9명은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보복성 징계

사측인 부산교통공사가 내세우는 징계의 이유는 지난해 세 번에 걸친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란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파업의 주된 내용인 성과연봉제, 신규 노선(다대포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인 ‘다대선’) 인력 채용 문제가 교섭 및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부산지하철노조는 불법 파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다대선 인력 문제, 성과연봉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 왔으며, 파업 역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 시작했으므로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답한다. 

‘안전, 청년, 부산을 위한 파업.’ 부산지하철노조가 2016년 파업에 붙인 슬로건이다. (이는 ‘안전, 편리, 품격의 선진 도시철도’라는 부산지하철의 슬로건을 패러디한 것이다) 노동조합은 공공성이 지켜져야 할 업무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신규 노선에 달랑 네 명 채용 계획을 내놓은 부산교통공사를 비판하며 싸워 왔다. 당시 노조는 조합원 임금 165억 원을 내놓을 테니 197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다대선을 개통하라고 공사에 제안하기도 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은 부산 시민들의 너른 공감과 응원 속에서 진행됐다. 그렇기에 지난 파업에 대한 보복성 징계는 부산지하철이 시민의 안전과 청년일자리 확충에 앞장서야 한다는 부산 시민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외주화와 인력감축의 꿈

부산지하철노조에 대한 이런 대규모 중징계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노조는 이례적인 징계의 배경에 ‘부산교통공사 재창조 프로젝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부산교통공사는 만성 적자를 타개하겠다며 재창조 프로젝트라는 중장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내용은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회사가 적자고, 경영이 위기라며 앓는 소리를 늘어놓은 뒤에 “그래서 사람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프로젝트의 골자는 외주용역 확대를 통해 1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 △4호선 아웃소싱 △3호선 역사관리 아웃소싱 △1~3호선 무인경비시스템 구축에 따른 역사 당직 제도 폐지 △비핵심분야 기간제 노동자 활용 △3호선 무인운전 시행 등이 있다. 부산교통공사 박종흠 사장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공사는 향후 5년간 514명의 자연감소 요인이 발생함에 따라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저비용 고효율 조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최적기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하청노동자의 사망은 지하철 업무의 외주용역이 노동자의 권리와 지하철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드러냈다. 비용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스크린도어 가득 포스트잇으로 나붙었다. 그러나 부산교통공사는 그로부터 아무 것도 배운 바가 없어 보인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부산교통공사 재창조 프로젝트가 발표된 직후 성명을 통해 “공사의 재창조 프로젝트는 나쁜 일자리 창조와 지하철을 안전의 사각지대로 만드는 것”, “부산지하철을 부실철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교통공사 입장에서 재창조 프로젝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노동조합이다. 부산지하철의 안전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가장 앞장서 싸워 온 노동조합이 이러한 계획을 두고 볼 리 없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가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월 20일에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오는 4월에 다시 한 번 파업을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은 60일 내에 결정이 나므로 4월 초에 1차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월은 다대선의 개통 예정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 시민들에게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는 동시에, 4월 중 다시 한 번 파업을 준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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