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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 제19호
바다2
바다2, 이미연, 먹지 드로잉(112장) 일부 이미지, 2008
포털 사이트에서 ‘실종’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바다에서 수색하는 사람들 사진이 나온다. 이미연의 <바다2>는 이 사진들을 먹지로 본뜬 그림과 연필로 거칠게 긁은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처음 <바다2>를 보았을 때가 2008년이었다. 맥없는 먹 선이 마치 사라진 자들과 찾는 자들의 희미한 경계 같아 보여서 오도카니 서 있었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그 후로도 이따금 <바다2> 생각을 했다. 뉴스를 보다가, 광화문을 지나다가, 선잠이 들다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눈에 들어왔던 본뜬 그림이 아니라, 휘갈긴 연필그림이 계속 떠올랐다. 2008년의 나는, 본뜬 그림 뒷장에 놓인 스크래치를,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당황스러움과 분노를 알아보지 못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고 이해의 속도도 다르다. 어떤 이해는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