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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 제18호

위안부 합의와 두 개의 재단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그 이후

  • 김진영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
 
한일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후 반 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자임하는 재단이 두 개 등장했다. 하나는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 정부가 설립한 ‘화해와치유재단’이다. 7월 중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반면 지난해 합의를 비판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를 비롯한 운동단체들은, 피해자들의 뜻을 실현하는 올바른 문제해결을 지향하며 ‘정의기억재단’을 6월 9일 출범시켰다. 두 개의 재단이 보여주는 것처럼 일본군 ‘위안부’, 역사, 외교 문제에 관한 다른 접근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내용 없는 합의와 10억 엔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정부 및 보수인사들은 “성공한 협상” “외교적으로 가능한 최상의 합의 결과”라고 자축했다. 일본 정부는 ‘책임’이라 했을 뿐인데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고 없는 말을 덧붙이는 식이었다. 또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일본 정부 예산을 출연한다는 걸 사실상의 ‘배상금’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일본 보수인사들은 망언을 이어갔다. 합의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일본이 잃은 건 10억 엔뿐”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중요한 문제는 합의문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내세웠지만, 진상 조사나 역사 교육 문제를 한일 양국이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로지 ‘10억 엔’만이 부각되었고, 이에 대해 일본 자민당의 간부들이나 산케이신문 등의 우익 언론들은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는 한 재단 구성을 위한 돈을 낼 수 없다”며 논란이 이어졌다.
 

두 개의 재단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화해와치유재단이 한일 합의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분명한 합의에 근거한 재단 설립은 그 시작부터 물의를 일으켰다. 재단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은 치유금이지 배상금이 아니다. 일본의 법적 책임과 상관없이 지원하는 순수한 치유금이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에 배상금 성격의 금액이라던 정부의 기존 주장과 완전히 다르다. 또 김 위원장은 이름을 ‘화해와 치유’라고 한 이유가 치유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화해이며, 한일 간의 화해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분열을 해결하는 화해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일 간의 역사 문제든 12.28 합의를 둘러싼 논쟁이든 ‘묻지마’ 식 화해가 답이 될 수는 없고, 그러한 재단 운영은 앞으로도 많은 논란만을 일으킬 것이다. 

6월 9일 설립된 정의기억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이 합의를 규탄하며 펼쳐온 활동의 결과이다. 재단 출범 직후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6월 13일부터 5박 6일 간 스위스 제네바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하여 합의의 부당함을 알렸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만든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5월 31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 2744건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심사를 거치면 늦어도 내년 10월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오히려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 예산 4억 4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민간이 추진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변명했다. 유네스코 관련 예산만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 전체 예산이 31퍼센트나 삭감된 사실 역시 “연구 및 교육을 통해 미래세대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과는 무관하며, 정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여성가족부의 입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12.28 합의 이후 한국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화해와치유재단은 역사적 논쟁을 조속히 매듭지으려는 이유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든다. 그러나 평균 80.4세의 피해자들이 금전이나 ‘눈 가리고 아웅’ 식 사죄를 바라고 투쟁해온 것은 아니다. 이런 발상이야말로 피해자들이 겪어온 시간을 우롱하는 것이다. 12.28 합의 후로도 조금도 바뀌지 않고 기세등등하게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부와 우익들의 기를 죽일 만큼 한일 양국과 전 세계 대중들의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8월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개의 중요한 집회가 열린다.  진정한 화해와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함께 묻고 답할 시간이 우리에게 아직 더 필요하다. ●
 
제124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및 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세계연대집회 

 

- 일시 : 2016년 8월 10일(수) 정오
- 장소 :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2015년 세계연대집회는 한국, 일본, 대만, 캐나다, 필리핀, 미국, 독일, 중국 등 8개국 25개 도시에서 개최)
 
제4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촛불문화제 
- 일시 : 2016년 8월 14일(일) 오후 5시
- 장소 : 주한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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