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2016/01 제12호
민영아, 다시 만나 기쁨의 깨춤을 추자
모두가 알듯이 민영이는 친절하고 성실하며 명석하고 배려 깊은 친구였다. 가슴도 뜨겁고 머리도 팽팽 잘 돌아가는데 손발마저 빠르고 성실했으니 민영이가 필요한 곳은 너무 많았다.
모두가 칭찬하는 민영이의 그런 점을 민영이는 자랑한 적이 없다. 은근히라도 내비친 적조차 없었다. 민영이는 자기가 예쁘게 만든 선전물이 신문지면에 실린 것을 뿌듯해했고, 데드리프트 30킬로그램에 도달했다며 알통을 자랑했다. 술 많이 먹어도 잘 일어나서 일정에 차질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뻐기는 구석 하나 없이 담담히 즐거워하던 얼굴이 기억난다. 민영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실 민영이는 성실과 친절을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성격, 음주가무에 온갖 정성과 노력을 바치는 다소의 낭비,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필름도 잘 끊기는 귀여움. 민영이는 자신의 이런 면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을 좋아했다. 결코 완벽하지 않고, 알고 보면 조금 엉망인 생활이 귀여워서, ‘그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민영이는 말했다.
민영이의 빼곡한 다이어리에는 민영 자신을 위한 시간들도 틈틈이 있었다. 얼마 전 민영이와 난 오전 출근을 재끼고 함께 영화를 봤다. 우리는 강연회 중간 도망 나와 술을 먹기도 했고, 집회가 끝나면 클럽에 가 춤을 추었다. 조직화를 빌미삼아 전국 곳곳에 놀러 다니기도 했다. 민영이가 보냈던 시간들이 행복한 기억이길 바랄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서 우리가 배울 것은 성실함 따위가 아닐지 모른다. 민영이는 친구들의 실수연발 못난 짓도 ‘재밌다’고 했고, 친구의 경사를 그저 축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축하를 조직’하는 것을 자신의 일로 삼았다. 또 민영이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했다. 조금 싫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하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의 쓸모를 발견해내고 격려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런 민영이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쪽같은 내 친구가 아까워 화가 난다. 그래도 그저 슬퍼만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민영이의 역할이 가치있다고 믿는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민영을 배우고 닮아야 하는, 서로에게 민영이가 되어주는 숙제가, 우리에게 남았다.
민영이가 떠났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재주 많은 매끈한 손이, 깨끗한 어깨가, 무수했던 다리의 작은 상처들과 소주를 많이 마신 날이면 생긴다던 오른손 셋째 손가락의 생채기가, 까맣고 구불거리던 머리와 아무 노래에나 몸을 흔들던 모습이, 너무 생생하기만 하다.
갑자기 우리의 삶에서 민영이가 사라질 수는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민영의 부재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영이 없다는 것으로 민영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서럽고 답답하지만, 민영의 치열했던 삶 한 조각 한 조각이 우리 모두의 삶에 깊이 박혀 더 평등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든 길의 일부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내 친구 민영이를 정말 사랑한다고, 우리들을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꼭 다시 만나 기쁨의 깨춤을 추자고 전하고 싶다.
“민영아. 너처럼 예쁘고 재밌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했어. 누구보다 뜨겁게 분노하고 정의롭게 행동하고, 주변에 따뜻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 너를 앞으로도 닮아갈게. 서럽고 속상했던 일, 작은 것 하나까지 털고,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바랄게. 사랑해, 민영아. 우리 꼭 다시 만나자.”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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