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기획
  • 2016/01 제12호

공공운수노조 조직화, 성공의 기록들

잠 깨어나는 그 꿈을 위해

  • 송민영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
공공운수노조는 끊임없이 새로운 노동자들을 조직하며 성장하고 있다. 2009년 공공노조, 운수노조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중소병원·의원 노동자, 간병노동자, 대학 비정규직, 인천공항 비정규직, 지자체 비정규직, 학교 비정규직, 보육노동자, 운수노동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조직을 시도했다. 물론 노조가 전략을 잘 세우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주체들의 노력과 투쟁, 조직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전략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건의 열악함이나 주체들의 의지만으로 성공적 조직화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에서 몇몇 사례를 살펴보며, 적합한 전략이 어떻게 성공적인 조직화로 이어졌는지 시사점을 찾아보자.


도화선에 불을 붙이다, 학교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여성노조, 공공연맹으로 조직되기 시작했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점차 조직 규모가 축소되고 있었다. 이를 반전시킨 계기는 교육감 직선제였다. 전교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진보세력은 적극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었고, 교육현장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교육감과의 교섭 가능성이 열린 것이었다. 형식적으로는 학교장과 계약하지만, 임금이나 처우, 고용인원 등은 시·도 교육청이 결정한다. 여러 학교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의 담을 넘어 지역으로 나와, 교육감과 교육청을 상대로 집단적으로 교섭하고 투쟁하는 전략이 대규모의 조직화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연합회로 출발했다. 학교비정규직은 급식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학교 이곳 저곳에 분산되어 개별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집단적인 힘’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매년 학교장과 재계약을 해야하는 상시적인 고용불안도 노조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였다. 교장의 권위가 절대적인 학교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집단적인 조직화가 필수적이었다. 맞춤형 복지사업, 물방울 소송 등 소소한 성과를 내며, 집단적으로 움직여 현실을 바꿀 수있다는 희망이 보였고, 함께하는 이들이 늘었다. 조직이 확대된 이후, 노조로 전환하고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매년 대중적인 파업 투쟁을 벌인 끝에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협을 체결했다. 상당한 처우개선과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졌다. 

제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조직을 확대하고, 교섭과 투쟁의 틀을 만들어 고용안정 확보와 노동조건 개선을 이뤄내고, 이러한 변화가 또 다시 조직확대로 이어지게 한 교육공무직본부의 사례는 제도나 정세의 변화를 활용한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노조가 주도하는 협약, 지역 공공부문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이하 ‘지부’)는 광주, 전남지역 지자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조직사업을 진행해왔고, 이와 연계된 집단적 교섭틀을 쟁취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투쟁해왔다. 현재 700여 명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함평·무안·보성군, 목포시를 직접 사용자로 하는 사회복지, 문화예술, 대중교통, 환경미화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지부는 후보 정책질의와 광주시 윤장현 시장 인수위 면담을 통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민간위탁 철회 등의 의제를 제안했고, 광주의 상징적인 비정규직 투쟁이었던 광주시청 비정규직, 서구청 민간위탁, 광주시장애인복지관의 현안 해결 및 용역, 민간위탁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2015년 2월 6일 지부와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는 광주시와 협의하여 ‘공공운수노조-광주광역시 사회공공협약’(이하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은 총 5개의 사회공공정책 분야(비정규직 해결, 사회복지, 대중교통, 문화예술, 나주혁신도시이전현안)를 포괄하고 있고 각 해당분야의 노정 간 정책협의를 통해 협약의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 비정규직 분야에서는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의 모든 간접고용을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실행중이다. 간접고용 근절, 비정규직 고용처우개선을 위한 별도의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노조가 제안한 예술감독 선임절차 개선, 사회복지 비리업체 제재, 노동인권조례, 광주시 생활임금 적용범위 확대 등이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공부문의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사업장의 개별 현안을 넘어 시의 정책과 제도를 바꾸고 연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초업종 집단교섭을 통한 모델’을 만들려 하고 있다. 지역운동의 모델이 될 사회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투쟁-교섭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수지만 단단하게! 우체국 비정규직

2012년, 동서울우편집중국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우정실무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캠페인사업단 중 중앙행정기관 사업단은 우체국 비정규직을 집중 조직대상으로 삼았다. 우편지부에는 재택집배원, 시설관리단,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우편지부에 합류해 가입 당시 115명이었던 우편지부는 현재 700명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노조에서 전략조직사업의 목표로 삼는 것 중 하나는 조직문화의 혁신이다. 기존의 조직이 자신들의 처우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이를 위해 자원을 집중하는 조직 기풍이 필요하다. 중앙행정기관 캠페인사업단은 우편지부가 전략조직사업을 자신들의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2014년은 이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지부는 전략조직사업을 중심으로 지부를 운영했다. 수석부지부장이 캠페인사업단장을 맡고 있고, 지회별로 2~3인이 사업단 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 설립, 구조조정에 주목하고, 우편집중국 뿐만 아니라 시설관리단, 재택집배원, 물류지원단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노총 소속의 우정노조가 다수라 우편지부는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지만, 현안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조직확대를 이뤄가고 있다. 시설관리단지회는 단협을 체결하고 노조 사무실을 얻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소수노조임에도 전략조직사업을 자기 과제로 인식하며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만들고 있는 우편지부와 중앙행정기관 캠페인사업단은 조직혁신과 조직확대가 맞물리는 유의미한 사례이다.
 

투쟁-교섭-조직의 선순환, 서경지부 집단교섭

대학 청소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전략조직화의 모범 사례로 언급된다. 지부 차원의 과감한 집중, ‘청소노동자를 청소노동자가 조직한다’는 기조로 조합원들이 직접 조직화에 나선 점,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라는 상징을 통해 현장 문제를 사회 이슈로 기획한 점, 다른 사회운동들과 협력한 점 등 여러 면에서 모범이지만 특히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의 집단교섭 전략은 조직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경지부는 자원의 집중 투자를 통해 조직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대학을 묶어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모든 사업장에서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노조에 가입하면 임금이 저만큼 오른다’는 기대감이 노조 가입의 동기가 된다. 조직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다. 임금 상승 폭이 다르고 집중교섭에 참여하는 직종이 늘어남에 따라 내부적인 갈등 요소가 많고, 사용자의 지불능력이나 태도에 따라 집중교섭이 쉽지만은 않지만, 동일시급 원칙으로 집단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전략적 집중, 인천공항 조직화 

인천공항 조직화 사업은 민주노총 2기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선정됐다. 사업 기조·방향과의 부합성, 집행체계 구축, 조직 논의와 결의, 조합원의 참여 여부, 산업·지역 파급력 등의 항목을 두고 대상을 선정했다. 인천공항은 간접고용 조직화, 사회적 연대 강화 등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의 기본 방향에 부합했고, 2009년부터 노조·연맹차원에서 전략조직사업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집행 체계와 자원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지속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었고, 공항 중에서도 가장 상징성이 있는 곳이었다. 아웃소싱 비율이 90퍼센트 가까웠고, 이는 30개 공기업 중 가장 높다. 산업적 중요성, 상징성, 주체의 조건 여러 면에서 전략조직화의 대상으로 적합했다.

초기에는 항공물류, 화물운송, 항공사 등 여러 부문의 정규직, 직·간접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너무나 방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었고, 공항공사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핵심 조직 대상으로 좁혀졌다. 설문조사, 조직, 상담, 선전, 정책, 투쟁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늘었다. 재무구조를 분석하는 연구사업을 통해 직접고용이 간접고용보다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결국 세관분회 해고 투쟁에서 승리했다. 간접고용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직접고용 요구를 걸고 투쟁했다. 조합원 수는 800명에서 2000여 명으로 늘었고, 2013년 파업 이후에도 간부 징계, 해고, 단협승계거부 등 현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성공 사례에서 배우자

위의 사례들처럼 정세와 주체적 조건에 맞는 분명한 목표와 전략이 있을 때 조직화가 성공할 수 있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전조직적인 공감대를 마련하거나 특정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노조의 발전 방향에 맞는 전략적 목표가 우선 마련되고 전조직적 합의가 만들어질 때, 전략조직화는 노조의 새로운 희망으로 제시될 것이다. ●
 
 
덧붙이는 말

지난 12월 사고로 세상을 뜬 송민영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을 추모하는 특집을 구성했습니다. 고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글과 생전에 썼던 글 두 개를 실습니다. 이 글은 2015년 11월 27일 작성된 글입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정기구독
태그
관련글
정부와 복지수급자, 누가 더 부정한가?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거
무엇이 메르스 대란을 낳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