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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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 제8호

신념이 산을 옮길 때

  • 김영글 편집실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ys), 2002
 
<신념이 산을 옮길 때>는 벨기에 출신 미술작가 프란시스 알리스가 페루 리마의 외곽에 있는 500미터 높이 모래언덕에서 500여 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하루 동안 벌인 프로젝트다. 뙤약볕 아래 삽을 들고 줄지어 선 젊은이들은 흙을 조금씩 퍼내며 전진해, 결국 언덕의 위치를 10센티미터 옆으로 이동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 무모한 '삽질'은, 신념 앞에 불가능은 없다는 오래된 잠언을 예술적 실천으로 옮겨놓는다. 산의 지리적 위치는 실제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여정 뒤에 남겨지는 질문은 다른 곳을 향한다. 삽질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과연 신념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누구의 신념이었을까? 페루 자본의 힘이 미치지 않는 황폐한 모래언덕 위에서 이루어진 500여 명의 육체노동은 이제 스펙타클한 비디오 기록물의 형태로 제1세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략과 의지, 동원할 자본과 인력이 있다면 산을 옮기는 것 쯤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일, '신념'을 공유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여기서 '신념'이라는 텅 빈 단어에 따옴표를 치고 그 의미를 되묻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 프로젝트가 남긴 성과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말

예술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곱씹어 볼 국내외 미술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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