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세계
- 2015/09 제8호
동아시아 민중의 연대로 아베의 폭주를 막자!
일본 평화운동으로부터 듣는 평화의 조건
8월 12일 고려대학교에서 일본 ‘평화포럼’과 ‘전쟁에 반대하는 1000인 위원회’ 대표이자 동아시아국제평화회의 참석차 내한한 후쿠야마 신고 씨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 강연은 <아베의 폭주, 일본 민중의 저항: 일본 평화운동으로부터 듣는 평화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전국학생행진이 기획하고 사회진보연대가 함께 주최한 것이다. 이 글은 이 강연을 녹취해 정리한 것이다.
전쟁국가로 폭주하는 아베정권
일본에서는 지금 아베정권의 전쟁법안에 저항하여 수차례 수만 명이 국회를 둘러싸고 투쟁을 해오고 있다. ‘전쟁을 시키지 않겠다’, ‘헌법9조를 파괴하지 마라’가 주요 구호다. 집회에서 이 손피켓을 나눠주고 전체 참가자들이 구호와 함께 피켓을 든다. 일본의 정치상황이 이 슬로건을 들어야 할 만큼 긴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젊은이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더 기쁘다. 일본의 평화, 민주 단체가 많이 있고 우리 단체도 이를 대표하는데, 일본만의 힘으로는 전쟁법안을 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러분과 만나는 것이 더욱 의미가 크다. (일본의 안보법률 제·개정안은 해외 파병을 영구화하는 ‘국제평화지원법’, 집단자위권 행사를 보장하는 ‘무력공격·존립위기사태법’, 주변 사태의 지리적 제한을 없앤 ‘중요영향사태법’, 일본과 밀접한 타국이 공격받을 시 자위대를 출동할 수 있게 하는 ‘자위대법 개정안’ 등 11개 법률안이다. 이를 전쟁법안이라고 부른다.)
2012년 12월에 자민당-공명당 연립내각이 탄생했고 2년 반 동안 일본이 크게 바뀌고 있다. 우선, 핵발전소가 재가동되었다. 그리고 전쟁법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오키나와의 헤노코 미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심지어 아베는 과거사를 사죄한 1995년 있었던 무라야마 담화도 수정하려 한다.
이런 것들은 지금까지의 일본을 크게 바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일본의 평화와 민주주의 투쟁은 마지막 고지에 직면하고 있다. 아베는 뚫고 나가려 하고 평화운동 진영은 이를 막으려 한다.
헌법 9조는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전력을 갖지 않으며 비무장과 평화를 견지하는 내용이다. 또한 박근혜와 시진핑조차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무라야마 담화 수정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멀지 않은 과거 어느 때에 국책을 잘못 집행해서 전쟁의 길을 걸어 국민을 존망의 길에 떨어뜨리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사람들에게 고통과 고난을 끼쳤다. 이에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을 표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 300만이 죽었고, 일본군은 한반도와 중국, 동아시아에서 2000만 명을 살인했다. 일본 민중 역시 피해자고, 일본 정부는 엄청난 가해자다. 한국에 대해서는 침략과 식민지배까지 했다. 그래서 헌법 9조는 전쟁포기, 전력 포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일본의 민주, 평화단체 뿐 아니라 중국, 한국, 북한의 정부와 인민들이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전쟁포기와 전력포기이면 자위대도 만들면 안 되는 것이다. 그 때 해석 개헌이라는 말을 했다. 타국을 위협하고 침략하는 군사력은 갖지 않겠지만 자위 군사력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한국 민중들은 이런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까?
미국과 일본의 전략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헌법 9조는 사실 미국 주도로 만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체제 대결로 냉전이 시작되었고 일본, 한국도 미국의 군사전략하에서 소련, 중국, 북한과 대립해 왔다. 일미안전보장조약을 보면 “각 조약국은 일본의 영역에 있는 어딘가 한 곳에 대한 무력 공격이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함을 인정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처할 것을 선언한다. … 미국은 일본이 공격받으면 방어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의 안보체제는 헌법9조와 일미조약 두 가지로 이뤄져 왔는데, 헌법과 조약은 공격당하면 방어하고, 먼저 공격하거나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2014년 7월 1일까지의 상황이다. 그러나 이 날 내각회의에서 헌법 해석을 변경했고 그 후 전쟁법안들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중의원에서 2015년 7월 16일에 날치기 처리되었고 현재 참의원 특위에서 심의 중이다. 9월 27일까지가 참의원 회기인데 만약 강행 처리되면 전쟁법안이 성립되는 것이고 일본은 중동에서 동아시아까지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된다.
따라서 지금은 평화의 최대 위기이다. 그래서 우리가 분투하고 있다. 일본 군대는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번째 전력이다. 미국은 일본의 팽창된 군사력을 쓰고 싶어 한다. 예컨대 한국은 베트남 전쟁 시 여러 의혹 속에서도 미국에 이용당하면서 참전했다. 미국은 지금 일본 자위대를 중동에 이용하고 싶어 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넘어 군사대국이 되려 한다. 그것이 아베 내각의 방침이다. 아베 내각 20명 장관 중에 19명이 ‘신도(神道)정치연맹’이라는 우익단체 소속인데 그들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고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해서 식민침략 사죄를 없애려는 것이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은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해 일본이 나선 것이라는 논리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를 국가가 관리해서 8·15에 내각이 참배하겠다는 사상의 장본인들이다.
일본은 미국 손바닥에서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아시아 군사대국화 하려는 것인데, 그래서 일본과 미국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아베가 야스쿠니 참배했을 때 미국이 아베에 실망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미국에 따르면서 동시에 군사대국화를 추구한다. 4월 29일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면서 아베는 “전후 최대의 대 개각을 하겠다. 올 여름에 그 대 개각을 완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 말을 들으면서 전쟁법안을 참의원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평화운동의 단결
평화운동 세력은 5월 이후 정권과의 험악한 대결체제 속에 있다. 과거 일본 운동세력은 분열을 거듭했는데 사회당과 관련 있었던 평화포럼 진영, 정당과 관련 없는 시민운동 진영, 일본공산당 계열 진영 등 대개 세 부류이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최대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평화포럼 진영]가 중심이 되어 하나로 결집해 ‘전쟁을 시키지 않겠다! 9조를 파괴하지 마라! 총력행동 실행위원회’를 결성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 국회를 둘러싸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각자가 집회할 때는 3000명 수준이었는데 함께하면서 계속 2만 명이 넘었다. 엄청난 숫자의 단체들과 시민들이 집결하고 있다. 전쟁법안 여론조사를 보면 60퍼센트 이상이 반대하고 30퍼센트 정도가 찬성한다. 아베 지지율은 60퍼센트 대에서 30퍼센트 대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도쿄에서 가장 많이 모였을 때가 2012년 7월 16일 핵발전소 폐쇄 집회였는데 20만 명이었다. 핵발전 사고가 나면 누구라도 바로 피해자가 된다는 심정에서 그렇게 많이 모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 8.30 10만인 국회 둘러싸기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성사시킬 것이다. 매스컴에서는 이러한 대중운동의 흐름을 ‘민중혁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8.30 집회가 성공하면 아베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대중들은 기본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죽이게 되는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의 전략하에 전쟁하는 나라를 만들려는 것과 군사대국화 양자에 다 반대한다. 사실 많은 젊은이들은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곳인지, 일본이 아시아에 어떤 가해를 했는지 몰랐다. 우익들은 “야스쿠니는 정당하다. 일본이 제국주의로부터 아시아를 지켜야 했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제 뭔가 일본 내부에서 크게 바뀌고 있다. 나조차 깜짝 놀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선다. 역 앞 곳곳에서 사일런트스탠딩[침묵시위]을 볼 수 있다.
8.30에 아베를 쥐고 흔들어야
아베와 아베를 둘러싼 이들이 폭주하고 있다. 아베정권이 무너지면 전쟁법안, 헌법 해석 개정 따위를 다시 낼 수 없을 것이다. 8.30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베를 쥐고 흔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사히, 도쿄, 마이니치 신문에 전면광고를 수차례 냈다. 아사히신문 전면광고에 700만 엔이 든다. 지난 5월 3일 요코하마 집회에 3만 5000명이 모였는데 1200만 엔이 모금되었다. 우편으로 오는 성금도 100만 엔이 모였다.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집회할 때마다 모금했는데 6000만 엔이 넘었다.
아베 나이가 60살이다. 청년들은 아베 본인은 전쟁에 안 나갈 거라고 욕한다. 젊은이들은 전쟁에 나가는 것 절대 반대한다, 늙은이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한다. 일요일 집회에는 마마상그룹(엄마부대)들도 나온다. 여러 자율적 단위들이 참가하는 이유는, 전후 최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굉장히 리듬감 넘치는 구호들도 등장하고 운동 자체가 열정적이다.
한일 민중이 연대하여 전쟁법안을 막아내자. 각 나라에서 평화, 민주단체들이 자국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일차적일 것이다. 예컨대 현재 오키나와에서는 미군 신기지 반대 연좌농성이 4000일 넘게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평화운동을 강화하고 일본의 민중들과 연대해 달라. 사실 이렇게 강연에 많이 참가해주실 줄 몰랐다. 여러분 같은 젊은 세대들이 더 나서는 게 중요하다. 8월 30일에 도쿄 집회에 오시라. 못 오더라도 한국에서 연대 행동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