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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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 제4호

부릉부릉~ 지자체 비정규직 조직화

지자체에 대한 주체적 접근과 지속가능한 조직화 모델

  • 송민영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

15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 공기업,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비롯해 공사·공단·자회사나 민간위탁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대상이며, 규모는 약 1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학교 비정규직,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환경·시설관리 노동자 등 업종과 고용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여성연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함께 투쟁해왔다. 민주노총은 해당 연맹들과 함께 3기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권리찾기 ‘공감’ 사업단을 발족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작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법제도개선 캠페인 ‘비상’ 사업을 본격화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법제도 개선 투쟁을 벌이는 한편, 지자체 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올해부터 광주·전남지역의 지자체 비정규직 조직 사업이 ‘비상’ 캠페인사업으로 진행된다.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이하 ‘광전지부’)는 예전부터 광주·전남 지역의 지자체 노동자들을 조직해왔다. 2007년 3.8 여성의 날에 해고돼 440일이 넘는 투쟁 끝에 복직한 광주시청 청소노동자들도 광전지부 소속이다. 광전지부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집단교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개혁적 성향의 윤장현 시장이 당선되면서, 광주시청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공공운수노조와 광주시는 ‘광주광역시 간접고용 근절과 비정규직 고용처우개선을 위한 사회공공협약’을 맺었다. 광주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전환대책과 사회공공협약의 실행 과정에서 노정협의와 집단교섭을 만들면서, 이와 연계해 조직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자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캠페인과 동시에 대시민 캠페인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광전지부의 이소형 조직국장은 “열악한 조건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가 사회공공적 의제와 대안을 제시하고 주도하면서, 노조의 새로운 표상을 만들고 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꿔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장의 사용자성을 확보하면서, 집단적인 교섭과 투쟁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아가 공공운수노조 산별운동만의 지역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도 목표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과 광주, 지자체에 대한 다른 접근

윤장현 시장의 개혁적 행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사하다. 박원순 시장은 2차에 걸친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통해 직접고용 비정규직 1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6213명의 파견용역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최저임금 5210원보다 1372원 높은 6582원(2014년 기준)의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적인 지자체장이라는 조건을 활용해 노조 확대와 교섭틀을 만들려는 광전지부의 전략은 서울에서 벌어졌던 양상과 꽤 다르다.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노동운동 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관련된 사업장의 교섭권 확보와 미조직비정규 사업, 정책합의 및 협약 현실화를 목표로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결정했다. (가칭)비정규노동센터를 통해 15억 원의 재정을 지원 받는 계획이 추진됐으나, 여러 논란 끝에 중단됐다.

이러한 모델은 근로자복지센터나 근로자복지관 등 다른 기관의 역할과 겹치고,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의 역할과도 상당히 겹친다. 서울시와 민주노총과의 관계나 국가재정 활용 문제에 대한 논쟁을 상기해 본다면, 정부기관이나 민주노총과 중첩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는 센터의 명분이 상당히 약하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조가 진보적 지자체장이라는 국면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조직-교섭-투쟁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청소노동자들이 몇 년간 투쟁해서 따 낸 시급이 6200원이다. 서울시 생활임금제를 통해 시급이 6500원 수준으로 올랐을 때, 노동자들이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노조를 만들고 투쟁할 이유가 있을까? 진보적인 시장에 한 표를 던지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는 훨씬 좋은 선택일 것이다. 

더욱이 각 지자체별로 생활임금이 별도로 책정되는 것은 정부나 자본이 추진하려는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경남은 지자체 노동자들이 소속된 노조와 지자체의 집단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과 호봉제 적용을 도입했다. 노조가 개입하는 방식과 지자체가 별도의 생활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은 노동자들의 집단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

직접고용 전환도 개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노조 할 이유’는 더욱 없어질 수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동조건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는 임단협을 맺기 어려워 노조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개별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조 없이 처우개선이 이뤄지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전체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대표성을 가져 힘을 키우는 것이 좋다. 진보적 지자체장 ‘이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경제위기, 재정위기 상황에서 노동조건의 ‘후퇴’는 언제나 가능하다. 직접고용 전환 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힘과 노조의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는 총액인건비와 정년 문제를 고려해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을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렇게 자회사나 별도의 공단을 만들 경우, 노조 확대와 유지·강화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는지, 간접고용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이 있는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조직화 모델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조직화 모델의 핵심은 확장성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그치지 않고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확산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까? 

공공부문의 지출은 시민 입장에서는 세금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똑같은 청소노동을 하는데 공공부문만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처우가 좋다면, 그 업종에서의 ‘철밥통’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협의 틀이나 방식보다는 내용과 포괄범위에 주목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자체 노동자들의 사용자’인 동시에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노조와 지자체와의 관계는 다른 노-사 관계와 다르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사회정책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 임단협 교섭 외의 정치적 협의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넘어, 지역의 많은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협약 의제 개발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 내 여러 직종을 포괄하는 지역 표준임금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겠다. 서울시가 도입한 직무급은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일하는 기관에 관계없이 같은 임금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해당 업종의 ‘임금표준’으로 기능할 수 있는 측면에서 주목해볼 법 하다. 

서경지부 대학 청소노동자 조직화가 바로 그런 사례다. 집단교섭을 통해 모든 사업장의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노조에 가입하면 임금이 저만큼 오른다’는 기대감이 노조 가입의 동기가 된다. 조직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임금액이 적용되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다. 민간부문은 정부 지침이나 지자체 조례와 같이 강제할 수 있는 기제가 없기 때문에 노조 가입과 적용 범위 확대가 같이 이뤄지면서, 해당 업종의 임금 평균이나 표준이 올라가는 방식의 조직화 모델을 구상해 보아야 한다. 혹은 수도나 가스처럼 지자체의 정책이 인건비 기준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기존의 임단협과 다른 방식의 임금 투쟁 모델을 구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자체 정책은 시민들의 안전이나 이해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노조가 임금이나 노동조건 외의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고 개입하며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확장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토론과 실천으로 쟁점을 다루자

진보적 지자체장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냐, 노사정 간의 합의 기구를 활용할 것이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화하는 조직과 교섭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공공부문의 노동권 향상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많은 질문과 쟁점이 던져져 있다. 더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전체의 노동조건을 끌어올릴 전략을 만들기 위해, 노동운동 안에서 많은 토론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4월 4일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주최한 워크숍 ‘지자체 비정규직 조직화와 대지자체 교섭, 투쟁 전략’의 토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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